제 나이 36.

이달 초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세상에 사연 없는 죽음 없다지만 왜 그리도 마음이 아프던지요.

 

본집은 김포지만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곳은 경남 사천 삼천포.

 

그렇게 좋아하시던 삼천포에 죽으리라 마음 먹고 가셔서는 그 단칸방 냉방에서 돌아가시고 3일만에 발견된것도 모자라 돌아가신지도 모르고 평소처럼 지냈던 제가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더군요.

 

표현 서툰 큰놈인지라 그 동안 모질고 차갑고 냉정하게 대했던 전 정말 개새끼였습니다.

 

전화 한통이라도 드려 볼 걸 하는 아쉬움에 지금도 괴롭네요.

아들~ 하고 부르는 목소리에 끊기전에는 아들 화이팅!! 하시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부고 소식을 전해들은 뒤 동생이 삼천포에 내려가 아버님 모시고 오는동안 전 어머님 옆에 붙어서 달래고 어루고..

 

장례 치루는 3일동안 소리 없이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행여 누가 볼까봐 소리도 못내고 혼자서 어금니 깨물고 머리 쥐어뜯어가면서요. 

 

제정신 아니었지요. 제정신이면 오히려 이상했을까요.

 

그렇게 아버님 보내드리고..

어제 아버지 차를 처음으로 자세히 봤습니다.

 

탁송으로 삼천포에서 김포로 보내서 집 앞 주차장에서 받은 차.

 

큰짐만 정리 해놓고선 볼 때 마다 눈물 나 한없이 세워 놓았다가 어제 마음먹고 세차하기로 했죠. 어머니께서 타고 다니시겠다 하기에.

 

구형 뉴스포티지 tlx 모델.

 

셀프세차장 도착 후 다시 돌아본 차 안에는 아버지 흔적이 그대로였습니다. 

 

아버지께서 담배 태우시면서 날렸던 담뱃재와 재떨이.

가족 몰래 숨기고 드셨던 온갖 약봉지들.

신발밑에 묻어있었을 듯한 매트위의 흙과 모래들.

포켓에 모아두던 동전 하나하나들.

만윈짜리 새 운동화와 옷가지들.

얼마나 타고 다니지 않으셨으면 트렁크안에 쳐진 거미줄에

열린 창문으로 들어왔을 법한 낙엽들까지.

 

네.

어금니 깨물고 치웠습니다.

혹시라도 꺽꺽 거리며 울어버리면 옆에서 세차하던 사람들이 미친놈으로 볼까 싶어 이 악물고 청소했습니다.

 

제차마냥 생각하며 고압수 미트질 에어건에 청소기에 물걸레질까지 정말 미친듯이 청소했습니다.

 

'한 번만이라도 이렇게 해 드릴 걸.'

 

세차를 마친 후 시동 걸기 위해 운전석 올라탔는데 

그제서야 눈물이 수도꼭지 열어 놓은 듯 흐르더군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을까.

시간이 늦어쳐 사람들 다 떠나고 저 혼자 있었으니까요.

 

시간 지나 집에 와 주차해놓고 차 한바퀴 돌아보며

혼자 속으로 여러번 말했습니다.

 

'아버지 미안해요. 죄송합니다. 이제 아프지 마세요.'

'너무 보고싶다 아빠.'

 

일기장에 적어야 할 긴 뻘소리지만

지금도 소주 한 잔 하며 아버지 사진 보며  훌쩍거리다

괜히 이렇게 한탄 한 번 해봅니다.

 

-----------------------------------------------------

 

퇴근 후 집에 와서 어제 써 놓은 이 글을 이제서야 확인하네요.


소주 한 잔 하며 이렇게라도 넋두리를 해야


답답한 속이 조금은 시원해질까 하는 마음에 두서 없이 써내려갔던 글이었는데 말이죠.



소소한 사람 사는 얘기에 재미들려 눈팅만 하던 제가 쓴 글에


이렇게 많은 분께서 관심 가져주시고 남겨주신 댓글들 보니까


마음에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한 위로와 격려의 말씀.


누군가는 본인의 속상함에 남겨주신 쓴소리와 혼내킴.



이 나이 먹도록 철 없이 못나게 살던 제가 다시 한번 뒤돌아 보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남겨주신 댓글 하나하나에 일일이 답해드리지 못한 점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운내고 정신차리고 홀로 남은 어머니께 남은 시간동안 후회없게끔 잘해서라도 아버지께 죄스런 마음 갚아라라는


충고와 조언으로 받아들이고 더욱 열심히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남겨주신 댓글과 보내주신 쪽지를 보니


어떤 상황이었으며 혹시 본인이 아시는 분인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있어


조금이나마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일단 제 아버님께서는 낚시계 유명인이 맞으십니다.


FTV 방송에서 나오시던 얼마전 돌아가신 "김O"입니다.


돌아가신 이유는 간경화였으며 평소 술을 굉장히 좋아하셨습니다.


가족 그 누구에게도 본인의 병을 알리지 않으셨었고


지방출장이 잦으셨기에 이번에도 촬영차 일때문에 내려가신 줄 알았지만


알고보니 그게 아니었죠.


늘 어머니께 내려가서 둘이 오붓하게 같이 살자 하시던


예쁜 동네라고 입이 닳도록 말씀하시던


본인이 마지막으로 보내고 싶었던 자리가 삼천포였기에


그 지역에서 남들 모르게 본인의 생을 마감하고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


연락이 되지 않아 근처의 지인분께서 집으로 찾아가 보았기에 돌아가신 것도 알게 된거죠.  


그렇기에 저 포함 저희 가족 모두가 돌아가시고 3일 뒤에 그 사실을 알게 된 상황입니다.


전화도 받지 않으셨으며 혼자 조용히 마무리를 하고 싶으셨던 이유였을까요.



3일동안 연락 한 번 안드리고 뭐했냐는


아버지 팔아 좋아요 받으니까 좋냐는


하루에 한번.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 전화 한통화 한적 없냐는


관종새끼니 뭐니 하는 말에


마음이 많이 무너졌지만


자세한 설명없이 두서없이 쓴 글이었기에 오해할만 했구나 혼날만 했구나 라며 이해합니다.



궁금해 하시던 분들께는 이 정도면 어느 정도 궁금증이 풀리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일면식도 없는 제게 따뜻한 말씀과 조언. 그리고 쓴소리와 진심어린 충고까지.


앞으로 정신차리고 기운내서 열심히 살아라 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어머님께 훗날 후회없을 정도로 잘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말씀 해주신 모든 한 분 한 분께 정말 고맙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