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고대차 전문 렌터카 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지난달 초 사고로 운전석 앞문과 뒷문이 파손된 테슬라 ‘모델Y’를 입고하려고 온 수도권을 헤맸다. 서울의 한 수리센터에서 입고를 거절당하고 분당·용인·안양·성수·강서 등 5곳에 추가로 연락했지만 모두 불가능하다는 답을 받았다. 결국 사고 약 3주가 지난 최근에야 입고했다. 이처럼 지난 한 달 사이 A씨가 경험한 입고 실패·지연 사례만 6건에 달한다. 대부분의 차량이 수리 기간과는 논외로 사고 이후 즉시 수리센터에 입고가 되는 것과는 대비된다.
모델Y 차주인 직장인 한모씨도 최근 서울 테슬라 수리센터에 앞범퍼 수리차 입고를 문의했지만 “추석 연휴 이후에야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테슬라가 최근 수입차 판매량 1위를 찍고 있지만, 사후 관리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수리 난민’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차가 공장에 들어가지 못하면 보험사가 대차 렌트비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파손된 차를 그대로 몰아야 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범퍼나 트렁크가 파손된 상태에서 비를 맞아 안쪽 전기장치에 물이 들어가면 처음 사고 때 멀쩡했던 부품까지 고장 날 수 있다”며 “그때는 (누가 보상해야하는지) 책임 소재도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지난 6월 기준 테슬라의 국내 운행 차량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기준 약 21만 대다. 올해 1~7월 판매량은 6만6376대로 전년 동기보다 약 150% 급증했다. 반면 전국 16개 테슬라 공식 서비스센터 중 판금·도장 등 사고수리가 가능한 직영센터는 동탄·용인 두 곳뿐이다. 여기에 테슬라가 사고수리 시설과 장비 등을 갖췄다고 인증한 외부 정비업체 ‘Tesla 공인 바디샵’ 12곳을 합쳐도 사고수리 거점은 전국 14곳이다.
부품 부족도 원인으로 꼽힌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공인 바디샵에서 나오는 불만 중 하나가 부품이 안 나온다는 것”이라며 “차가 들어와도 부품이 없으면 작업할 수 없어 입고를 미루게 된다”고 했다. 수도권의 테슬라 바디샵 관계자도 “하루에 사고차 문의가 20건 정도 오지만 실제 입고는 운 좋을 때 서너 대”라며 “입고량이 많은 데다 부품 문제도 있다”고 했다.

반면 국내 약 83만 대가 운행 중인 메르세데스-벤츠는 서비스센터 74곳 가운데 40곳에서 판금·도장 등 사고 수리가 가능하다. 다만 사고 수리가 불가능한 센터에 차량을 맡겨도 연계 정비소로 옮겨 수리한 뒤 다시 인도받을 수 있다. 약 77만 대가 있는 BMW의 경우 서비스센터 82곳 중 45곳에서 사고 수리가 되고, 다른 센터에 맡겨도 연계 정비소로 옮겨 고친 뒤 돌려받을 수 있다. 두 브랜드 모두 국내에 대형 부품 물류센터를 두고 부품을 미리 확보해 전국에 공급하지만, 테슬라는 국내 물류센터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테슬라코리아 측은 “지난해부터 판매량이 급격하게 늘면서 서비스 인프라가 판매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전국적으로 서비스 인프라를 늘리고 있지만 (수리)센터는 필요하다고 당장 열 수 있는 시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는 판매 만큼 중요한 것이 사후 관리 시스템”이라며 “의지만 갖고 있다면 1급 2급 공업사가 국내 5000개 있는 만큼, 직접 센터를 설립하지 않아도 제휴하는 형식으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