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청원 끝자락에서 그리고 끊임없는 나아감에 대하여


국민청원 마지막날, 빛나는 실패를 향해가네요. 


https://petitions.assembly.go.kr/proceed/registered/529E671348E93A6CE064B49691C6967B


올해 1월, 29세인 제 하나뿐인 동생이 3기 대장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암병동에서 일했던 간호사이자 갑상선암 생존자, 그리고 암 생존자 개선에 헌신하는 암 연구자로서 저는 평생을 암 여정과 연결되어 살아 왔습니다. 매일같이 암환자분들을 수술방에 보내고 수술전후 간호를 하였습니다. 암 진단을 받고 환자복을 입고 수술실에 들어갈때, 그리고 치료의 여정을 걸어오기까지 저는 환자분들의 마음을 온전히 공감하지 못했던 간호사였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제 인생에서 암과 관련된 모든 순간은 도전과 고난, 그리고 누구도 직접 겪지 않고서는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는 깊은 깨달음으로 가득했습니다. 대장암 환자 연구로 간호학 박사학위를 받은 순간, 제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 중 하나여야 했지만 저는 그것을 온전히 축하하지 못했습니다. 암이 제 가족에게 닥쳤을 때, 저는 제 모든 연구와 지식, 노력이 제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보호하기에 충분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었습니다. 


의사에게서 동생의 조직검사 결과를 듣고 숨쉬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죄책감, 두려움, 무력감이 밀려들어 왔고, 우리 가족은 불확실성과 고통으로 가득 찬 시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우리는 수술 후 합병증, 끝없는 검사, 희망을 꺽는 부정적인 소식, 그리고 병원에서 제일 어린 동생이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는 모습을 지켜보는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심정을 겪었습니다.


동생은 세포독성항암치료를 받는 중입니다. 그러나 수술 후 액체 생검에 미세잔존암 양성이 나와 재발 위험이 높음을 나타냈습니다. 그리고 암 돌연변이 검사에서 매우 반응성이 높은 돌연변이가 발견되었습니다. 가장 큰 종양학회에 참석하여 의사들에게 비슷한 분자형을 가진 환자에 대해 물었을 때, 모든 의사들은 임상 진료에서 면역치료가 고려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면역 치료가 보조 치료로 승인되지 않아 제 동생과 같은 환자들이 유익한 치료 옵션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과학적 진보와 환자 접근성 사이의 격차 때문에 저는 한국에서 비슷한 상황에 처한 미래 환자와 가족들을 위해 전국 청원을 시작했습니다. 5만명을 목표로한 청원은 내일종료를 앞두고 4천명의 서명을 받았습니다. 암 환자와 가족들이 목소리를 내고 사회적 공감을 얻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는 순간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청원을 시작한 것은 질병 때문에 어두운 터널 속을 걷고있는 사람들에게 등불이 되어 주는 것, 무력해지고 취약해지는 모든 순간들 속에서 그 여정을 지지해주고 옹호해주고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가 배우고 느낀 ‘간호’의 본질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사고 처럼 일어날 수 있는 예상치 못하게 들이닥치는 암과의 여정은 다수가 아닌 소수에 속하게 되는 것, 길고 긴 치료과정들을 견디게 되는것, 매일매일의 불확실성 속에 살아가는 것,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제도적으로 매순간 수많은 장벽 속에 부딪치게 되는것, 암환자라는 낙인, 사회적편견, 끊임 없이 약자라는 것을 느끼는 무력감과 좌절감의 순간들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 모든 시간은 가족뿐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사람들, 사회의 도움과 이해, 지지없이는 나아가기 힘듭니다.


겪어보지 않는다면 대다수는 진심으로 공감하기 힘든 그 모든 순간들에, 사회에서 지지의 목소리를 내고 많은 사람들이 동참해준다면 벽이 조금씩 허물어질날이 오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었습니다. 오늘도 길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모든 분들이 지쳐 쓰러지지 않기를, 건강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청원에 동참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어린 감사를 보냅니다.


https://petitions.assembly.go.kr/proceed/registered/529E671348E93A6CE064B49691C6967B


그리고 동생에게: 계속 나아갈 힘을 줘서 고마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사랑해. 앞으로도 너와 이 모든 여정을 함께할 것이며 완전한 회복을 진심으로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