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제 집 화장실 앞에는 항상 도박꾼들이 줄을 서 있었습니다"

내가 학교에서 배운 건 공부가 아니었다.


버티는 법이었다.


집이 이사 가던 날, 나는 친구들을 잃었고

교실에서는 이름보다 먼저 ‘이상한 애’가 됐다.


장루 관리가 안 되는 날이면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가방을 챙겨 나와야 했다.


조퇴.


그 짧은 단어 하나가

내 하루를 통째로 부정했다.


선생님들은 나를 이해하려 했다.

하지만 그 눈빛은 이해가 아니라 동정이었다.


나는 그게 싫었다.


내가 숨을 수 있는 곳은 피시방뿐이었다.


불 꺼진 구석 자리.

아무도 나를 보지 않는 자리.


그곳에서는

미래를 생각하지 않아도 됐다.


크론병 환자인 내게 화장실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었다.


생존이었다.


하지만 집에서도 나는 기다려야 했다.


낯선 사람들 뒤에서.


아버지가 운영하던 도박판,

그곳에 섞여 살던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줄을 서야 했다.


 

내 집인데도.


장루는 잔인했다.


예고 없이 터지는 소리,

숨길 수 없는 냄새.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면

나는 항상 들킬 준비가 된 사람처럼 굳어 있었다.


배는 점점 차올랐고,

자존감은 그 무게만큼 가라앉았다.


그런 나를

아버지가 닦아줬다.


도박판 한복판에서 살던 사람이었지만,

그 손만큼은 조용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이해했다.


저 지저분한 공간이

나를 먹여 살리기 위한

아버지의 방식이었다는 걸.


열네 살.


엄마가 찾아왔다.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울지 않았다.


그 나이의 나는

미워하기보다 이해하는 쪽을 선택해야

살 수 있었다.


나는 평범해지고 싶었다.


수업 시간에 졸지 않고,

아무 일 없는 얼굴로

교실에 앉아 있고 싶었다.


하지만 내 밤은 너무 길었다.


몸 안의 무언가는

나를 계속 깨웠다.


결과는 간단했다.


전교 꼴찌.

수능 9등급.


사람들은 그걸 끝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건 시작이었다.


내 10대는 밤이었다.


그리고 스무 살이 되던 날,

나는 또 다른 밤으로 걸어 들어갔다.


편의점 야간 알바.


지옥은 끝나지 않았다.

작가 장원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