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보배 형님 아우님들!
올해 4월 내차소에 올렸던
"62년생 할아버지 우여곡절 많았던 똥차를 소개합니다"
글을 기억하실련지요?
글 게시 후 오랜시간동안 고민 하다가 9월부터 복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길고 긴 지루한 글이 될텐데 재밌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차는 호주에서 2013년 구입하여 14년에 한국으로 들어왔고
2015년 5월 엔진 크랭크샤프트가 두동강 나서 이후 3년간 리스토어를 진행 했었습니다.
위 사진은 리스토어를 끝냈던 차량 상태였고
여기까지 3년간 컨디션을 끌어올린 뒤, 나머지 소소한 디테일은 천천히 시간을 내서 복원을 할 예정이었습니다만
어느날 대형사고가 터지고 맙니다.
17년 여름 태풍이 제가 살던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을 침수시켰고
불행 중 다행으로 제 차는 멀쩡히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물이 흥건히 젖어있는 바닥에서 빠져 나오다가 타는 냄새와 함께 차량이 쇼트가 나버리네요
일단 자주 타는 차량이 아니기에 본가 지하주차장에 차를 옮기고 본업에 충실하던 와중
이번에는 고양이 가족이 제 차에 보금자리를 틀기 시작했습니다.
그저 애처로운 마음에 (현) 냥 집사로서의 사명감을 가고
차에서 지내라고 케어를 해줬습니다.
이게 불행의 시발점이 되었고, 제가 했던 행동이 인과응보로 저에게 돌아오게 되었네요.
어느덧 제 차는 고양이들 놀이터로 변모했습니다.
3년 뒤 깨끗하게 복원했던 똥차는 이렇게 고양이 장난감이 되고 맙니다.
큰거 여러장 날려서 힘들게 복원했던 차가 거지꼴이 되었고
충전이 안되던 문제는, 전력 관련 모든 부품을 새 제품으로 교환을 했음에도 여전히 고칠 수 없었죠.
그 사이 정비사님 실수로 새로 구입한 제네레이터도 쇼트내서 태워먹고
고치지도 못한 차량 부품값에 수리비에 주머니 사정이 한참 안좋을때 100을 날리고 그때부터 오만 정이 다 떨어져 나갔습니다.
결국 차를 아예 방치해두고 절대 보지않는 지경까지 가버렸죠.
그래도 정이란게 참 무섭네요
제 청춘을 갈아넣었던 자동차인데, 그간 얼마나 많은 미운정이 있었겠어요?
어느날 본가에서 폐차처럼 방치되어 고양이 오줌에 떡칠되어 있는 제 차를 보니 마음이 짠하더군요
몇개월을 고민하다 2차 복원을 진행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이렇게 까지 차량 컨디션이 최악은 아니었는데
그 짧은 1년 사이 고양이들도 아쉬운지 더 격렬하게 차를 망가뜨려 놨더라구요
작업은 보닛 후드를 탈거하고 모든 배선을 자르기로 합니다.
지금 배선도는 전 차주가 엄청 복잡하게 개조해서 엉망인 상태였고
제네레이터가 제대로 작동이 안되는 원인 중 가장 마지막이있던 진단이 배선 노후화였습니다.
그 외의 문제는 모두 새 제품으로 변경했으나 고쳐지지 않았으니
교체해야 할 건 배선 뿐이었습니다.
몇 날 며칠을 공부하고 또 공부했습니다.
자동차 배선 전개도를 보면서 새로산 배선에 마킹도 해두고 만반의 준비를 다 했어요
남들은 정비소 가서 고쳐라 그러는데, 이것도 하루이틀이죠
정비소에서 못고쳐서 이렇게 돈만 계속 날리고
가는곳 마다 부품 잃어버리고, 실수로 부셔버리고, 못고치면 태세전환해서 주차비 요구하고
별에 별 일이 다 있었습니다.
어차피 고치다가 고장낼거면 부셔도 제 손으로 부수는게 덜 억울하니
자가정비 법 테두리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건
모두 직접 고치기로 합니다.
배선은 정말 조심히 작업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배선 전공자인 친구를 불러서 작업 했습니다.
오래되서 냄새나는 배선을 잘라서 버리는데 쾌감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더군요.
묵은 때가 밀려 내려가는 느낌이네요!
내부도 열심히 빡빡 닦았습니다.
카펫과 시트는 모두 새 제품으로 교환할 예정이지만, 그래도 찝찝하니 일단 깨끗하게 닦습니다.
토 나올 것 같지만 열심히 닦아야죠!
기존 배선을 시원하게 토막내고 새 배선을 넣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네요? 알고보니 배선이 잘못왔습니다.
제 차는 1961-62년식 MK2 우핸들 모델인데
배선은 1963-64 MK3 좌핸들 배선을 보냈더라구요.
멘탈이 무너집니다.
배선 전개도랑 실 배선이 안맞네요.
이미 기존 배선은 싹 다 탈거해서 뭐가 뭔지도 모르고요.
이 차량은 MK2 에서 MK3 로 넘어갈때 고급화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내부는 다른차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변화가 많아졌습니다.
쉽게 말해 배선이 많이 안 맞아요.
아마도 오배송이 심했던 이유는
오스틴힐리 스프라이트 MK2, MG 미짓 MK1 가 의외로 귀하고
오너들은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개조를 많이 하는 편이기에
무지성으로 후기형 부품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매번 62년식 부품이라고 언급해도 후기형이 오더라구요.
그러다보니 이제껏 부품 직구해서 오배송 온게 관세 배송비 포함해서 날린돈만 700 정도 됩니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제 차 좌측 휀더는
영국에서 후기형 고무범퍼 휀더용으로 잘못 보내서 사이드 램프 위치가 짝짝이 입니다.
(3달 뒤에나 눈치채서 교환도 안됨)
잘못오면 환불도 힘들고 배대지로 받은건 해외로 리턴해야 되서 돈도 온전히 못돌려 받죠
헌데 배선도 잘못왔네요.
정말 화가 치밀어 오르지면 또 한편으로 그려려니 합니다. 워낙 자주 겪었던 일이라서요.
배선 작업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과거 영국 일부 차량들은 + 단자가 접지로 빠진답니다.
- 로 전류가 통하고 +가 접지가 되는 요상한 기술입니다.
장점은 차량의 부식 진행속도가 늦어진다네요.
그말인 즉, 제가 가지고 있는 배선 전개도는 100% 신뢰할 수 없다는 뜻이죠
게다가 배선까지 잘못왔으니, 이젠 아무것도 믿을 수 없습니다
열심히 해외 커뮤니티를 뒤져가며 정보를 얻고
일일이 배선 찾아서 새롭게 따고 확인하고 반복의 연속으로
이틀이면 끝날 줄 알았던 배선 작업이 5일이 걸려서야 마무리가 됩니다.
하지만 이것도 확실한 작업이 아닌지라 전원을 연결하면 최악의 경우
즉각 쇼트가 나버릴 수 있는 리스크를 안고 가게 됩니다.
(고양이들이 가죽트림 스크래쳐로 사용한 흔적)
자동차를 수리하는 도중에도
고양이는 새벽마다 유리창과 카펫에 오줌 갈겨대고 스크래치 내고 사라집니다.
아주 그냥 지하 주차장 맛집으로 소문났나 봐요.
차를 옮겨도 옮겨도 스토커 마냥 계속 따라다닙니다.
이제 복원이 끝나면, 향후 이 아파트에서 5년 이상 주차하긴 힘들어 보이네요
배선 작업은 끝이 났으니 인테리어 트림 복원 시작합니다.
콕핏 트림을 분해해서 인조가죽을 제거하는데 갈수록 일이 커지고 있습니다.
저 최악의 본드 자국을 보세요. 제가 했던 작업중 가장 고되고 하기 싫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