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학생 시절, 디카가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

호기심에 똑딱이 디카를 구입해서

뭣도 모르면서 사진을 잠깐 취미로 즐겼었습니다.


당시에 찍은 건, 주로 인물이나 풍경 사진이었는데

인물, 풍경 사진 하니까 말이 왠지 거창해 보이지만

그냥.. 작은 똑딱이 디카로 주변 사람들 얼굴이나 찍어주고 하는 용도였습니다.


그러다가 입문용 렌즈 교환식 카메라를 사게 됐고

학생 신분에 렌즈 살 돈도 없어서 허접한 단렌즈만 두 개 가지고 사진을 찍었었네요.

그나마도 금전 문제로 몇 달 사용하다가 팔아버렸습니다.



그러고 10년 넘게 디카는 잊고 살았는데

재작년에 주변 지인이 디카를 사는 바람에

같이 골라주고 첫 출사에 따라가서 셔터를 눌러보니 예전 생각이 나더라고요.

결과물을 보고 뽐뿌 받아서, 충동적으로 렌즈와 함께 카메라를 구매하게 됐습니다.


어릴 때 똑딱이 디카로 사진 찍을 땐, 항상 편하게 주머니에서 꺼내 스냅사진을 찍었었는데

SLR 카메라는 바디도 무겁고 렌즈까지 거대하다 보니 이동할 때 카메라 가방은 필수고

결국 귀찮아서 잘 안 찍게 되더군요.

6개월 동안 한 번도 안 꺼내고 자동차 트렁크에 실려있던 적도 있습니다.



장비는 그 시절보다 훨씬 좋아졌는데

열정은 어린 시절의 반의반도 못 따라가네요 ㅠㅠ




사진은 찍는 기술도 어렵지만,

자동차 사진이란 게 까다로운 게 이만저만이 아니라

출사를 나가도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물들이 많네요.


차량 통행이 없는 곳인지

진입이 가능한 곳인지

날씨의 영향도 너무 많이 받고

시간대, 계절...

사진 찍는 곳까지 이동하다가 차가 더러워지면 닦아야되고

요즘 같은 경우는 특히 벌레.. ㅜㅜ


가끔 인터넷에서 차 사진 정말 잘 찍는 분들을 보는데

그런 결과물들을 만들어내기까지 얼마나 까다로운 조건이 있었는지를 어느 정도 알기 땜에 그 열정과 노력이 부럽습니다.



오늘도, 나이 먹었다는 핑계로 자꾸만 게을러지는 저를 채찍질합니다.




(얼마 전 보배에 제 차 사진을 처음 올려봤는데 많이들 좋아해 주셔서 몇 장 더 찍은 거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