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상 최대"의 환상 뒤에 가려진, 광주은행의 위태로운 청구서

광주은행    은행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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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행의 고단한 체질 개선 노력은 늘 위태롭다. 수도권 진출과 대기업 대출 확대라는 승부수는 단기적으로 ‘외형 불리기’라는 성과표를 안겨주지만, 그 이면에는 늘 거친 자산건전성 악화라는 고통스러운 청구서가 뒤따른다.

최근 JB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광주은행이 마주한 성적표는 화려한 외형 성장 뒤에 가려진 금융권의 뼈아픈 역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순이익이 뒷걸음질 치고, 저원가성 예금이 말라붙는 와중에도 기업대출 드라이브를 멈추지 않은 결과는 참담하다. 부실채권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회수 불능을 뜻하는 ‘추정손실’의 늪이 은행의 발목을 깊숙이 붙잡고 있다.

광주은행의 최근 행보는 전형적인 ‘빛좋은 개살구’를 닮았다. 생산적 금융 기조와 당국의 주문에 발맞춰 기업여신, 특히 대기업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린 결과 3분기 누적 기업여신은 16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그러나 내실은 오히려 초라해졌다.

수익성의 핵심 기반인 저원가성 예금 비중은 2년 전 40%를 웃돌던 것에서 38%대까지 미끄러졌다. 요구불예금이 급감하면서 자금 조달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기조와 맞물려 순이자마진(NIM)과 이자이익은 동반 하락했다. 예대율은 100%에 육박해 추가로 대출을 짜내고 싶어도 마땅한 묘수가 없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익은 줄고 비용은 늘어나는 구조적 모순 속에서 ROE와 ROA 등 핵심 경영 효율성 지표들은 일제히 뒷걸음질 쳤다.

더 큰 문제는 수익성 둔화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부실의 무게’다. 올 상반기 기준 광주은행의 기업 NPL(고정이하여신)은 1년 새 70% 가까이 폭증했다. 특히 5대 지역 기반 은행 중 회수 가능성이 가장 낮은 ‘추정손실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38.9%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전체 NPL 10개 중 4개가 사실상 ‘떼인 돈’이라는 의미다.

부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이를 막아낼 방패는 오히려 얇아졌다. 충당금을 덜 쌓으면서 NPL커버리지비율은 100% 아래로 고꾸라졌고, 상매각 규모를 늘렸음에도 부실의 양적·질적 악화를 막아내지 못했다. 과거에 무리하게 취급했거나 리스크 관리가 느슨했던 여신들이 경기 침체의 파고 속에서 고스란히 부실의 폭탄으로 되돌아온 형국이다.

은행의 본령은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규모의 경제가 아니다. 불확실성이 상시화된 경제 위기 속에서 은행의 진정한 가치는 위기를 버텨내는 ‘손실흡수력’과 ‘건전성’에서 판가름 난다.

광주은행이 처한 현실은 명확하다. 무분별한 외형 확장에 치우쳐 리스크 관리의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호실적의 영광은 한낱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지방경제의 침체라는 구조적 한계를 탓하기 전에, 개별 차주의 상환 능력을 정밀하게 재단하고 사후 관리의 고비를 바짝 죄어야 한다. 규모의 함정에서 벗어나 ‘내실 있는 생존’으로 방향타를 돌리지 않는다면, 지금 불어난 부실의 고삐는 훗날 은행 전체를 흔드는 거대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기자의 시선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에 부응한다는 명목 아래, 과연 지방은행들이 자사의 리스크 감내 범위를 넘어서는 대기업·기업금융 경쟁에 몰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철한 성찰이 필요하다. 광주은행의 이번 지표 악화는 단순한 일시적 부진이 아니라, 무리한 외형 경쟁이 낳을 수 있는 경고등이다. 지금 광주은행에 필요한 것은 더 공격적인 대출 영업이 아니라, 조용하고 단호한 ‘건전성 방어’ 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