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글이 좀 깁니다.
바쁘신 분들께는 미리 죄송합니다.
저희는 결혼한지 10년 된 30대 부부예요.
하지만 둘 다 무엇하나 평범한 것 없이 자랐습니다.
저 : 돌도 되기 전 이혼으로 친엄마 얼굴도 모르고 자람. 그나마 새어머니께서 정말 잘 키워주셨으나 14살무렵 그 분도 이혼. 그 이후 아버지는 거의 집에 안들어옴. 혼자만 지내다보니 가정교육 부재. 학교에서 부적응, 왕따. 인문계 들어갔으나 결국 자퇴. 17살 때부터 세차장 알바를 시작으로 자체 생계 유지 시작. 검정고시로 간신히 고졸학력 취득. "내 인생은 왜 이러지?", "평범하게 살고싶다.", "아버지처럼 살지 말아야지" 이런 생각들을 곱씹으며 사회적인 성공보다는 안정적인 가정을 만들고 싶다가 제 로망이었습니다.
아내 :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났으나 미숙아로 태어나 둘 다 농인. 전혀 듣지못함. 수어로만 소통가능. 아기 때 친엄마가 애들 버리고 도망. 아버지가 홀로 키움. 쌍둥이 언니는 외향적 사고뭉치, 아내는 조용하고 내성적, 둘 다 특수학교 졸업. 학교에서 선생님의 폭력으로 아내는 10대 시절부터 은둔형 외톨이처럼 지냄.
돈 쓸 줄도 몰라 모으기만 했는데 쌍둥이 언니가 걸핏하면 자매 운운하며 돈 뜯어감. 아버지 임종 시기에도 언니는 일본여행 ㄱㄱ. 아내 홀로 아버지 임종 지키다 상까지 혼자 치룸(당뇨합병증으로 일찍 돌아가심)
천안에서 일하다가 아버지 상 당하고 휴직하다 복귀한 아내를 회사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조용하고 얼굴은 어둡고 업무적인 얘기만 주고받다가 서로의 내막을 알며 너무 비슷한 부분이 많아 급격히 가까워지고 서로 결혼식도 웨딩사진도 신혼여행도 모든게 사치라는 생각을 하며 누구의 도움도 없이 제가 살던 원룸 월세방에서 시작했습니다.
아내를 만나고 나서 알게되었는데 농인 여성들의 로망이 청인 남편을 만나고 청인 자녀를 출산하는 것이더군요. 저도 수어는 전혀 모르고 농인도 아내가 처음이라 문자로만 대화하다가 부부는 진솔한 대화가 중요하다는 생각에 제가 직접 수어를 배워 지금은 어느 정도 수준에 올랐습니다.
근데 문제는 처형이더군요. 본인은 이 남자 저 남자 갈아타며 노력해도 잘 안되는데 아내는 아무것도 안했는데 청인 남편 만나 수어로 대화하고 청인 자녀까지 출산하니 질투가 시작되었습니다.
농인사회에는 끈끈한 의리가 있어 소문이 급격하게 퍼지는 경향이 있는데 아내 주변 사람들에게 제가 동생을 구속시킨다. 동생이 맞고산다. 너무 불쌍하다. 라는 등의 허위 소문을 퍼뜨렸습니다.
게다가 평소 아내에게 계속 돈을 갈취해가다가 제가 선을 그으니 이간질이 더욱 심해졌습니다.
출산 후 제대로 된 산후조리 못한 아내는 몸도 마음도 지쳐있는데 언니의 이간질에 넘어갔고, 결국 주변 사람들의 선동으로 강제 별거, 이혼 수순까지 갔습니다. 이혼 서류 작성하는 가정법원에 지인 언니까지 쫓아와서 제가 왜 여기까지 오느냐며 항의하니 "어쩌라고?" 식으로 역정을 내는데 뭐라 할 말이 없더군요.
저도 아버지 팔자를 이어받았나보다싶어 자포자기하고 그나마 출산한 딸 아이라도 혼자 케어하며 조용히 살아가자고 반포기 상태였습니다.
조정기간이 끝나갈 무렵 아내는 뒤늦게 생각을 바꿨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모든 것이 언니의 조작질 이간질 이란 사실을 깨달았더군요.
저는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당신 주변에 이상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일단 그 사람들과의 관계를 정리하면 다시 시작하겠다."
그렇게 다시 시작했습니다.
주변에서 뭐라하든 내가 미친듯이 악착같이 일하고 올바르게 살면 모든 것이 바로잡힐 것이란 오기로 버텼습니다.
이 후 처형의 괴롭힘이 한 번 더 시작되어 저를 성추행으로 허위고소하여 우울증 직전까지 왔다가(당시 동탄경찰서 사건이 핫이슈이던 시절) 약 1년 후 경찰 선에서 무혐의 불송치가 났습니다.
전 아랑곳 안하고 미친듯이 일하고 아내는 전업주부로 쉬게해주고 싶어 투잡을 계속 했습니다.
그러기를 9년차가 되었고 작은 개인 사업을 하는 현재는 결혼 초기보다 월수익이 5배가 늘었습니다.
작년엔 드디어 34평 아파트로 이사했습니다.
16년생 큰 딸, 21년생 작은 딸, 26년생 막내아들이 2월에 태어났습니다.
모두 건강합니다.
이제 아내는 제 노고에 늘 감사해합니다.
엊그제 토요일에 아내 학교 동창 결혼식이 있어서 이번이 기회다 싶어 아내와 아이들 옷도 이쁘게 입히고 저도 단정한 모습으로 갔습니다. 축의금도 두둑히 준비해줬습니다.
학교 졸업 이후 거의 처음 만난 동창들은 처음엔 아내를 알아보지도 못하더군요.ㅎㅎ
늘 어두운 얼굴에 무엇하나 꾸밈없이 다니던 아내를 근사하게 밝은 모습으로 나타나 행복한 가정을 이뤄낸 것을 보고 모두 입을 쩍 벌리는데 제 자존감도 한 층 올라가더군요.ㅎㅎ
저는 아내와 수어 소통을 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다들 놀라워하고 부러워하는게 어리둥절하긴 했습니다.
큰 딸도 아빠만 엄마랑 수어로 소통하는게 부러웠는지 본인도 수어를 배우고 싶다며 조금씩 하는데 이 부분도 다들 놀라더군요.
여튼 정말 뜻깊고 너무 행복한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장으로써 가족들에게 인정받는 삶 자체가 제겐 너무 행복인 것 같습니다.
서두가 너무 길었네요ㅎㅎ
보배 형들도 행복하십쇼!!!
(처형은 이제 아예 연을 끊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