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라는데… 아무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2020년 7월, 학교 앞에 낯선 사람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들은 현수막을 펼치고, 마이크를 들고 외쳤습니다.
“XX를 구속수사하라!”
“학교 교비를 수사하라!”
“교직원공제회의 불법을 수사하라!”
학생들이 등교하는 아침마다 학교 앞은 시위장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학교뿐 아니라 경찰서, 교직원공제회, 국회, 검찰, 교육청까지 돌아다니며 수년간 같은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우리는 서울실용음악고등학교 교직원이다.”
“학교는 우리를 채용해 놓고 급여도 지급하지 않았다.”
“학교가 우리를 교직원이 아니라고 부인해 교직원공제회 가입 권리를 박탈당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학교 구성원 누구도 그들을 알지 못했습니다.
면접 기록도 없고, 정식 채용 서류도 없고, 함께 근무했다는 교직원도 없었습니다.
수업하는 모습을 본 사람도 없었고, 교무회의에 참석한 걸 본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끝까지 자신들이 “비상근 교직원”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더 충격적인 건 확인 과정에서 드러난 내용들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군 복무 중인 시기에도 학교 교직원으로 등록돼 있었고,
어떤 사람은 교도소 수감 기간에도 교직원 기록이 존재했습니다.
심지어 가족 단위 등록도 있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딸이 모두 교직원.부 부가 함께 교직원.
심지어 A의 남편과 언니까지 교직원으로 등록돼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이들은 법정에서까지 자신들이 진짜 교직원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가짜 선생님들의 너무도 진짜 같은 이야기입니다.
이건 실제로 제가 학교에서 겪은 일입니다.
2019년, 서울실용음악고등학교 행정직원 A는 “설립자 일가인 교장 교감의 20억 횡령”과 학교 비리를 언론과 관계기관에 제보했습니다.
이후 학교는 학내분규의 소용돌이에 휘말렸습니다.
언론 보도, 감사, 고소고발, 행정명령, 시위, 민원…
학교는 순식간에 ‘비리학교’처럼 알려졌고 학생, 학부모, 교직원 모두 혼란에 빠졌습니다.
A는 공익제보자로 지정되어 구조금과 포상금까지 받았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학교를 위해 헌신한 내부고발자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2020년 1월 두 번째 교장으로 부임한 저는 시간이 지나며 이상한 점들을 발견하기 시작했습니다.
- 학교에 행정자료와 회계자료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 감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교자료 일부는 은닉되었고, 일부는 파쇄되었으며, 일부는 새롭게 만들어진 정황까지 드러났습니다.
결국 저는 A에 대한 의심을 넘어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A는 자신의 행정 지위를 이용해 감사 자료와 학교 문서를 스스로 관리·조작하면서,
자신이 만든 자료와 프레임을 기반으로 언론과 교육청에 제보했던 것이 아닐까?
말 그대로 “자기가 낸 시험 문제를 자기가 풀고 100점을 맞은 것” 같은 구조였습니다.
그 결과 A는 공익제보자로 보호받게 되었고, 정작 자신의 범죄 의혹은 그림자 속으로 숨겨졌습니다.
저는 학교의 혼란을 수습하고 정상화하기 위해 A에게 회계·인사·행정 자료를 요청했지만, A는 아무런 자료도 넘겨주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먼저 부임했던 행정실장조차 “자료를 하나도 받지 못했다”고 말하며 결국 학교를 떠났습니다.
그러던 중 저는 예결산 작업을 위해 직접 은행 입출금 자료를 받아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학교에서 본 적도 없는 사람들에게 4대 보험이 지급된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심지어 A의 가족 이름까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상함을 느낀 저는 퇴직연금·사학연금·교직원공제회 가입 자료를 확인하기 시작했고, 결국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학교는 실제 교직원공제회 가입 대상자가 10명도 되지 않는 구조인데, 무려 25명의 낯선 사람들이 학교 교직원으로 등록돼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허위 교직원 계약서를 이용해 교직원공제회에서 약 17억 5천만 원 규모의 대출을 받아온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이들 상당수가 BRCM이라는 이단 단체 소속 신도들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A 역시 같은 소속이었습니다.
결국 행정직원 A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특정 조직 사람들을 학교 교직원처럼 등록시키고, 사문서위조와 허위 자료를 통해 교직원공제회 가입 및 대출이 가능하도록 만든 혐의로 1심에서 A는 징역 2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단순한 학교 분쟁이 아닙니다.
허위·조작 제보가 공익제보 제도를 악용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학습권은 침해됐고, 정상적인 교사들의 교권은 무너졌으며, 학교 공동체 전체가 심각한 혼란을 겪었습니다.
진짜 공익제보자는 반드시 보호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범죄를 숨기기 위한 허위 제보와 조작, 그리고 조직적 범죄까지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보호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A와 공모해 가짜 교직원 행세를 하며 조직적으로 움직였던 BRCM 소속 인물들에 대해서는 더욱 철저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곧 스승의 날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그들은 말합니다. “우리는 진짜 교직원이다”
과연 그들이 지키려 했던 건 학생들과 학교였을까요?
아니면 끝까지 숨기고 싶었던 자신들의 이익과 범죄였을까요?
6월 24일, 2심 결과가 나옵니다.
요약
1. 서울실용음악고등학교 공익제보자로 알려진 행정직원 A는 감사 과정에서 학교 자료를 조작·은닉한 뒤 허위 제보를 통해 공익제보자로 보호받았음.
2. 이후 수사 과정에서 A는 자신이 소속된 BRCM 이단 조직의 사람들을 교직원으로 등록해 교직원공제회에서 약 17억 5천만 원을 부정 대출받았고, 관련자들은 사기·사문서위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음. (이건 공익제보 안했음)
3. 이 사건이은 “공익제보 제도의 악용 사례”로 학생들의 학습권과 교권까지 무너뜨린 만큼, 관련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제도 개선이 필요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