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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는 너무 달아서 기피하는 음식중 하나다.


나이를 먹어가며 서서히 달콤함이 몸에서 빠져나가고, 이제는 달달한 성분에 몸서리치곤 한다.


과자들이야 안사오면 그만이지만, 성가시고 골치아픈 식재료가 있다.


소일삼아 텃밭을 일구는 아마추어들이 만만하게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품목중에 고구마가 있다.


지난번 받아온 호박 고구마를 겨우 먹어내긴 했지만, 쉽지않은 도전이었다.


고구마를 더 준다는 소리에 깜짝 놀라서 사태를 진정시키려 한마디 한다.


“형님, 괜찮아요~


저, 사실은 호박고구마 잘 안먹어요.


물컹해서 정말로 호박고구마 안좋아해요.”


이로서 진정국면을 맞을줄 알았건만,


“그래?


몰랐네? 진작 말을하지?”


들고오던 호박고구마 박스를 그대로 들고 창고로 돌아가더니, 밤고구마 한박스를 가져왔다.


“이거, 밤고구마다!


타박하니 맛나다.


가져가라~”


차마 밤까지도 싫어한다는 말을 할수가 없어 차에싣고 돌아왔다.


식재료를 버리는 일은 참 싫다.


맛이 없더라도, 인상 찌푸리며 먹어치워도, 일단은 익혀보곤 한다.


찜용 냄비에 고구마 4개라는 어마어마한 양을 찜기에 담았다.


혹여 냄새를 가두려고 주방문을 닫아두고 고구마를 찌기 시작한다.


전화를 3통정도 받은 모양이다.


어디서 타는 냄새가 난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본다.


‘어디야? 어떤넘이 뭐 태우나?’


혹시 여느집에 연기라도 나는지 확인하다가 머리가 뜨끔하다.


‘아차!’


가스렌지에 올려진 냄비에서 연기가 피어난다.


문이란 문은 죄다 열어두고, 확인하니 고구마는 타지않고 잘 익었다.


중간냄비도 그럭저럭 닦아내면 될듯한데, 아랫 냄비는 시커멓게 변해서 수세미로 감당할수가 없다.


예전이라면 생각보다 빠르게 내다 버렸겠지만, 이상하게 요 찜기는 정이 들어서 어떻게든 생명을 주고프다.


한숨쉬며 전화를 걸어본다.


“판호야~


고구마 찌다가 냄비하나 태웠는데, 이거 방법이 없을까?”


“재질이 뭐죠?”


“스텐”


“아, 그러면 쉬워요.


가까운데 죽은소 있으면 천원짜리 스텐 클리너 라고 있을거에요.


철수세미 하나랑 가져와서 닦아내면 별 힘도 들지않아요.”


역시, 주변에 전문가가 있다는건 크게 도움되곤 한다.


이렇게 버려지는 냄비가 일년에 한두개는 되는듯 한데, 이제 죽은냄비도 살려내는 능력이 생겼다.


고구마 먹기전에 숨소리가 들려온다.


살아난 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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