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입니다.
이 썰의 방향성을 잡는 게 고민이네요.
연애할 때 재밌는 에피소드들이 참 많아요.
예를 들면,
로렌의 조카들이랑 보드게임을 하면서 친해진 이야기,
로렌의 오빠들이랑 운동하면서 인정받은 이야기,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계 미국인을 로렌이 참교육(?)하는 이야기 같은 것들이 떠오르네요.
하지만 이렇게 다 풀어놓으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요.
이 썰은 결국 연애 이야기니까,
연애에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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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몇 주 전만 해도 로렌 가족들이랑
이렇게 자연스럽게 어울릴 줄은 몰랐다.
처음엔 손님 취급이었는데,
이제는? 완전 집안사람 다 됐다.
그날 아침,
부엌으로 나가자마자 로렌 엄마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Good morning, Park! Would you like some coffee, dear?"
(좋은 아침, 우리 박 사위! 커피 마실래?)
나는 살짝 당황해서 눈을 깜빡였다.
"Uh… Yes, please."
(아… 네, 주세요.)
그러자 로렌이 뒤에서 피식 웃으며 팔꿈치로 툭 쳤다.
"Just go with it. She does this to everyone."
(그냥 받아들여. 엄마 원래 그래.)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커피를 받았다.
그리고 로렌 아빠는 신문에서 눈을 떼지도 않고 말했다.
"Hey, Park, help me out with something outside."
(야, 박, 밖에서 좀 도와줘라.)
……이제는 완전 가족 다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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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저녁식사
그날 저녁, 로렌 엄마는 또다시 어마어마한 저녁상을 차려놨다.
"This isn’t a farewell dinner,"
(이건 송별회 아니야,)
라며 손을 휘저었지만, 분위기만큼은 뭔가 다르다.
식탁에서는 이런저런 농담과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제는 어색한 정적 따위 없었다.
그냥 가족끼리 저녁 먹는 시간이었다.
식사 도중, 로렌 아빠가 조용히 나를 바라보더니 물었다.
"So, when are you coming back?"
(그래서, 다음엔 언제 오냐?)
"Probably next winter break."
(아마 내년 겨울 방학쯤?이요.)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Good. We’ll be waiting."
(좋아. 기다리고 있을게.)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딸 남자친구’가 아니라,
이 집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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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감동
원래 계획은
로렌이 휘튼대 가는 길에
나를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 내려주는 거였다.
그냥 간단한 배웅 정도로 생각했는데
로렌 부모님이 따라왔다.
그리고, 더 놀라운 건…
로렌 큰오빠가 공항까지 배웅하러 온 거다.
나는 깜짝 놀라며 그를 쳐다봤다.
닉은 익숙한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덥석 잡았다.
"Didn’t expect me, huh?"
(날 볼 줄 몰랐지?)
나는 황당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씩 웃었다.
"Yeah, I really didn’t."
(네, 진짜 예상 못 했어요)
닉은 여전히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나를 한 번 훑어보더니, 갑자기 피식 웃으며 말했다.
"So… how was the gift?"
(그래서… 선물은 어땠수?)
나는 순간 무슨 말인가 싶어 멍하니 있다가,
그의 의미심장한 표정을 보고 바로 깨달았다.
"Oh, yeah. Uh… thanks, man. I loved and Used them all."
(아, 어… 고마워요. 너무 유용(?)했고, 다 썼어요(?!).)
닉이 눈을 크게 뜨더니 박장대소했다.
"Damn, already? That was fast!"
(와, 벌써? 엄청 빠른데?)
로렌이 어깨를 으쓱이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Hey, it was Christmas. Gotta celebrate properly."
(야, 크리스마스 연휴였잖아. 제대로 기념해야지.)
닉은 배를 잡고 웃다가, 내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Proud of you, man."
(자랑스럽다, 자네ㅋㅋㅋㅋ)
어쨌거나
이건 말이 필요 없는 감동이었다.
로렌 엄마는 내 점퍼를 만지작거리며,
마치 엄마처럼 옷매무새를 정리해줬다.
"Make sure you eat well, okay?"
(밥 잘 챙겨 먹어야 해, 알겠지?)
로렌 아빠는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Take care, Park."
(잘 지내라, 박.)
그리고 그걸로 끝이었다.
그게 다였지만, 그 짧은 한 마디에 모든 게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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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과의 마지막 순간
출국 게이트 앞, 드디어 단둘이 남았다.
로렌이 능글맞게 말했다.
"You sure you won’t forget about me?"
(진짜 날 잊지 않을 거야?)
"Don’t be ridiculous."
(웃긴 소리 하지 마ㅋㅋㅋㅋ)
몇 달 후, 여름방학엔 로렌이 한국에 올 차례다.
그리고 그 다음 겨울방학에는
내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그래도
당분간은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현실로 다가왔다.
로렌이 나지막이 말했다.
"Text me as soon as you land."
(도착하면 바로 연락해.)
나는 익숙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Of course, ma’am."
(당연하죠, 마님.)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볍게 이마에 키스했다.
나는 뒤돌아서 걸어갔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한 번 더 돌아봤다.
로렌은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서 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천천히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나는 이제 한국에 돌아와,
앞날이 어두워보이는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
이곳에서, 로렌과 보낸 시간이
꿈같이 느껴질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