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님, 어디 출신이세요?"

 

 

"아… 미국에서 자랐지만, 어릴 때 한국에 살았어요."

 

 

그가 한국어를 하는 걸 들으면서, 나는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문장은 매끄러웠지만, 뭔가 미묘한 억양이 내 귀에 익숙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투였다.

 

 

난 경상도 울산사람이지만, 엄마랑 외할머니, 외가친척들이 다 광주출신이라 그 미묘한 억양을 안다.

 

 

나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물었다.

 

"혹시 광주에서 살았어요?"

 

경찰관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살짝 웃었다.

 

"오, 대박… 네. 초등학교 때까지 광주에 살았어요. 그 뒤에 미국 왔어요."

 

그 순간, 나는 머릿속에서 빠르게 계산했다.

 

"저희 외갓집도 광주예요. 혹시 어디셨죠?"

 

 

 

경찰관과 내가 잠깐 서로를 쳐다보고, 몇마디 나눴더니

뜻밖에도 그가 말한 동네가 우리 외갓집 같은 동네였다. 믿기지 않는 우연이었다.

 

 

"오, 진짜? 와… 세상 참 좁네."

 

경찰관의 표정이 묘하게 흔들렸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단호했던 태도가 살짝 누그러진 듯했다.

 

 

"근데… 광주사람이 광주가 뿌리인 사람을 봤는데, 그냥 넘어가야 되는 거 아닌가요?"

 

 

나는 반쯤 농담으로 던졌지만, 경찰관이 순간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저었다.

 

 

"하… 그래요. 다음부턴 조심하세요."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옆에 있던 로렌 아버지는 갑자기 크게 숨을 내쉬었다.

 

 

로렌 부모님은 처음엔 어리둥절하더니,

내가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덕분에 벌금을 면한 걸 보고 더 놀란 듯했다.

 

 

로렌은 상황을 대강 이해한 듯 나를 보며 피식 웃더니,

"You saved us some money, huh?" (우리 돈 아껴줬네?) 하고 속삭였다.

 

 

사실 미국에서 과속 딱지는 절대 저렴하지 않았다. 

보통 150~200달러는 기본이었다.

(지금 한국돈으로 약 20만원선)

 

 

아버지는 순간 멍한 표정을 짓더니, 

그제야 안도한 듯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Well… I guess I owe you one."

(뭐… 너한테 신세 졌네.)

 

로렌 어머니도 웃으며 나를 바라보더니,

 

"That was impressive."

(정말 대단했어.)

 

로렌은

 

"You did great!"

(잘했어!)

 

라며 내 어깨를 토닥이며 볼에 가볍게 뽀뽀를 했다.

 

 

그 순간, 운전석에서 로렌 아버지가 다시 째려보는 게 느껴졌다

ㅡㅡ;;;;;

그러나 뭐, 점수 따는 데 성공했으니 이 정도야 감수할 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