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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의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순찰차에서 경찰관이 천천히 다가왔다.
그의 걸음걸이는 영락없는 미국 경찰이었지만,
얼굴을 보자마자 나는 확신했다.
한국계 미국인, 재미교포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을지언정, 한민족들의 얼굴은 우리끼리는 바로 알아볼 수 있다.
경찰관은 창문을 내린 로렌 아버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Good evening, sir. You were going a bit fast back there."
(안녕하세요, 조금 과속하셨습니다.)
로렌 아버지는 표정을 관리하며 면허증을 건넸다.
"Sorry about that, officer. We’re just heading home from a long trip."
(죄송합니다. 여행 후 집으로 가는 길이라서요.)
경찰관이 면허증을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태도는 한결같이 단호했다.
"I understand. Just need to check a few things, and you’ll be on your way."
(이해합니다. 몇 가지만 확인하고 보내드릴게요.)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혹시 내가 한국인이니까 좀 봐주지 않을까?’ 하고
은근히 기대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경찰관은 프로답게 업무를 진행하며,
속도위반 딱지를 발부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냉정했고,
한국인이라 봐주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는 나를 힐끗 쳐다봤다.
"Excuse me, but… are you Korean?"
(실례지만, 혹시 한국 분이세요?)
나는 순간적으로 반사적으로 한국어로 대답했다.
"네, 맞아요."
경찰관이 순간 반가운 듯 피식 웃더니, 자연스럽게 한국어로 이어갔다.
"오, 반갑습니다. 근데 그래도 스티커는 끊어야겠네요."
나는 속으로 ‘아, 이건 안 되는구나…’ 하고 포기하려던 찰나,
경찰관이 차 안을 둘러보며 물었다.
"근데, 이분들은 누구세요?"
나는 한 박자 쉬고, 순간 장난기가 발동했다.
제 아내와 장인, 장모님이요.
사실은 연애 중이지만, 경찰관이 그걸 알 리 없었고,
그냥 재미 삼아 가볍게 던진 농담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하자마자 뒤에서 반응이 왔다.
뒷좌석에서 로렌이 나를 보며 피식 웃었다.(ㅋ)
한국어를 완벽하게 하지는 못하지만,
기본적인 단어나 문장은 알아들을 수 있었기에,
내가 ‘아내’라고 소개하는 걸 듣고 기분이 좋아진 듯했다.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보더니, 만족의 표정을 지었다.
로렌 부모님도 옆에서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새삼 놀랍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로렌 어머니는 힐끔힐끔 나를 바라보며 신기한 듯했고,
로렌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부터 나는 경찰관과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말을 주고받았다.
"경찰관님, 어디 출신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