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아침이 밝자마자, 로렌이 어이없다는 듯 나를 째려보며 말했다.
"Are you serious? You actually just fell asleep?"
(야이! 답답한 인간아. 진짜 손만 잡고 잘 줄은 몰랐네?)
나는 괜히 머리를 긁적이며 피식 웃었다.
그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I thought maybe you'd wake up in the middle of the night and, you know… make a move or something."
(그래도 새벽에 깨서라도 덥치는 줄 알았는데.)
"…?"
"Damn, do I seriously have to teach you everything?"
(야, 씨X 내가 이런 거까지 하나하나 다 알려줘야 해??)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변명했다.
"아니, 네 아버님 눈빛이 너무…"
로렌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혀를 찼다.
"Oh my God. You’re never living this down. Ever."
(오케이. 너 이거 평생동안 갈굼당할 각오해.)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진짜 평생 놀림거리 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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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안은 조용했다.
아니, 그냥 조용한 정도가 아니라
숨소리조차 신경 쓰일 만큼 정적이 감돌았다.
나이아가라에서 그랜드래피즈로 돌아가는 길.
차 안에는 은은한 엔진 소리만 가득했고,
창밖으로는 밤하늘 아래 끝없이 이어진 고속도로가 펼쳐져 있었다.
뒷좌석을 슬쩍 돌아보니, 로렌과 로렌 어머니는 깊이 잠들어 있었다.
문제는 앞좌석이었다.
운전석에는 로렌 아버지가 앉아 있었고, 나는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딱 둘만...
그런데 분위기가.. . 거의 면접 분위기였다.
"자네, 우리 딸을 진짜로 사랑하나?" 같은 질문만 안 나왔을 뿐이지,
이미 분위기 자체가 묘하게 무거웠다.
로렌 아버지가 나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는 건
대화 없이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대놓고 무례하거나 그러진 않으셨다.
하지만 굳이 말을 걸진 않았고,
나도 그 분위기에서 괜히 먼저 말을 꺼내기가 애매했다.
나는 그냥 창밖을 바라보며
‘아, 이거 언제 끝나나…’ 하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아버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
"Lauren’s a handful, isn’t she?"
(로렌 다루기 쉽지 않지?)
이게 뭐지? 갑자기 친근한 톤?
순간 당황했지만, 일단 최대한 침착하게 대답했다.
"She keeps things interesting."
(늘 재밌죠.)
아버지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She gets it from her mother."
(우리 와이프랑 똑같아.)
나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Really?"
(정말요?)
"Oh yeah. Same confidence, same way of getting what she wants, same way of driving me insane."
(그래. 성격도 똑같고, 자기 원하는 건 어떻게든 얻어내는 것도 똑같고. 사람 놀려먹는 것도 판박이야.)
나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That sounds... familiar."
(아… 이제 좀 이해가 되네요.)
아버지는 짧게 웃으며 운전을 계속했다.
"You know, when I first started dating her mother, her parents weren’t thrilled either."
(나도 그랬다. 처음엔 힘들었어. 장인어른이 나 엄청 싫어하셨거든.)
"Really?"
(진짜요?)
"Yeah. Her dad thought I wasn’t serious enough. Thought I was just another guy who’d get bored and leave. Didn’t like that I was younger than her, either."
(응. 장인어른께서 내가 별 생각 없이 만나고 있다고 생각하셨지. 게다가 내가 아내보다 한 살 어렸거든. 그땐 그게 꽤 큰 문제였어.)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And? What happened?"
(결국 어떻게 됐어요?)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Time. Time and patience."
(시간이 해결해주더라.)
나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어쩌면, 나도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바로 그때.
파란빛과 붉은빛이 깜빡였다.
고속도로 순찰대.
아버지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차를 갓길에 세웠다.
"What the hell..."
(뭐야…)
뒷좌석에서 로렌이 잠결에 중얼거렸다.
경찰이 천천히 차로 다가왔다.
"Good evening, sir. License and registration, please."
(안녕하십니까. 면허증과 차량 등록증 좀 보여주시겠습니까?)
나는 순간 멍해졌다.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었다.
그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