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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공항, 로렌과의 재회 


로렌의 겨울방학에 맞춰 내가 미국을 방문하기로 했다.


나는 한국에서 출발하고,

로렌은 학기를 마친 후 짐을 싸서 시카고 공항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예정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리면서도 실감이 안 났다.



드디어 난생처음 미국에 왔다.

그리고... 몇 달 만에 로렌을 다시 본다.



입국 심사를 마치고 터미널을 빠져나오는 순간



"Hey, KATUSA boy!"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멀리서 팔을 흔들며 씩 웃고 있는 로렌이 보였다.



검은 패딩에 후드를 눌러쓴 채,

여전히 당당한 에너지가 철철 넘치는 표정.



나는 피식 웃으며 걸어갔다.

"Lauren."



그런데.



퍽!



갑자기 속도가 빨라지더니, 그대로 나를 덮쳤다.



"Damn, I almost forgot how short you are!"

(와, 너 생각보다 더 작았나?)



나는 황당해서 웃으며 말했다.

"You're literally like, two centimeters taller than me."

(너 나랑 겨우 2cm밖에 차이 안나거든?)



"A win is a win."

(그래도 내가 이긴 거지.)



(…이길 게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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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 없는 남자 = 인간 취급 못 받음 



공항 주차장으로 가면서 로렌이 말했다.



"Alright, your turn to drive."

(자, 이제 네 차례야.)



나는 눈을 깜빡였다.

"…What?"



"You heard me, sweetheart. It’s a four-hour drive to Grand Rapids. My ass is NOT sitting behind this wheel the whole time."

(잘 들었잖아, 자기야. 그랜드 래피즈까지 4시간이야. 내가 혼자 운전할 생각 없어.)



나는 손사래를 쳤다.

"Uh… about that…"



로렌의 눈이 가늘어졌다.

"No. Don’t tell me."

(아니야. 말도 안 돼.)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작게 말했다.

"I… don’t have a driver’s license."

(나… 면허 없는데.)



잠시 정적.



그리고.



"EXCUSE ME?!"

(뭐라구요?!)



로렌이 두 손을 머리에 얹었다.



"You’re telling me you’re a grown-ass man, served in the military, but you CAN’T drive?!"

(너 지금 군대까지 갔다 온 성인 남자면서 운전을 못 한다는 거야?!)



"I mean… Korea has amazing public transport?"

(아니… 한국은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어서?)



"Jesus Christ, Park!"

(세상에, 박!)



로렌은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운전석 문을 열고 그대로 운전석에 털썩 앉았다.



"So I have to drive the ENTIRE way? No switching, no breaks?"

(그럼 나 혼자 운전해야 돼? 교대도 없고, 쉴 틈도 없이?)



나는 눈치를 보며 작게 말했다.

"…Yeah."



로렌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Unbelievable."

(믿을 수가 없네.)



그러더니, 차를 스타트하더니 그대로 시카고 고속도로로 돌진했다.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미국 운전… 미친 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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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간까지 4시간… 죽어도 면허 딸 거다 



고속도로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의자 손잡이를 꽉 쥐었다.



"Lauren, are you sure 75 mph is legal?"

(로렌, 이거 75마일 제한속도 맞아?)



"Dude, that’s slow. Everyone’s going at least 85."

(야, 그거 느린 거야. 다들 최소 85마일로 가고 있는데?)



 (옆 차선에서 90마일로 추월하는 SUV들)



나는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그런데.



로렌이 슬쩍 웃으며 말했다.

"So. How’s it feel to be completely useless right now?"

(그래서, 지금 완전 쓸모없는 기분이 어때?)



"Gee, thanks."

(고맙다, 진짜.)



"I mean, I knew you were kinda helpless, but this is next level."

(아니, 네가 좀 답답한 스타일인 건 알았는데, 이건 심각한데?)



"Helpless? Excuse me, I survived the Korean military."

(답답해? 실례지만, 나 한국군에서 살아남았거든.)



"Yeah, but you can’t even do the most basic American thing. DRIVE!"

(그래, 근데 넌 미국에서 가장 기본적인 걸 못 하잖아. 운전!)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Fine, I’ll get my license when I go back to Korea, okay?"

(알겠어, 한국 가면 딸게, 됐지?)



"You better."

(진짜지?)



"Happy now?"

(만족하셨습니까?)



"Ecstatic."

(완전 신났어.)



(완전 비꼬는 말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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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에서나 보던 전형적인 미국 주택가



4시간을 달려,

드디어 미시간 그랜드 래피즈에 도착했다.



도시를 빠져나오니,

눈앞에 펼쳐진 것은



넓은 잔디밭, 크고 깔끔한 2층집들.

집마다 걸려있는 성조기.

차고 문 앞에 주차된 SUV & 픽업트럭.



나는 차창 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This looks like a damn sitcom set."

(이거 완전 시트콤 세트장 같은데.)



로렌이 자랑스럽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Welcome to my kingdom"

(어서 와, 내 왕국에)



"Your kingdom looks like a middle-class dream."

(네 왕국, 완전 중산층의 꿈 같은데.)



"Damn right it does."

(그럼, 완전 맞지.)



차는 한 채의 집 앞에 멈췄다.



그리고.



현관 앞에서 팔짱을 낀 두 명의 모습.



로렌의 부모님.



나는 침을 삼켰다.



"Lauren, your parents don’t look happy."

(로렌, 부모님 표정이 안 좋은데.)



로렌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Yeah. Just… don’t take it personally."

(응. 그냥… 너무 신경 쓰지 마.)



"Got it. Win them over with my charm?"

(알겠어. 내 매력으로 이겨내면 되지?)



"Pfft. Good luck with that."

(풋. 행운을 빌어야겠네.)



나는 짐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이제, 진짜 전쟁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