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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남아 있는 어색한 분위기

 

로렌이랑 손잡았던 어젯밤.

그건 쉬웠다.

 

진짜 어려운 건?

부대에서 존중받는 거.

 

워커 사건 이후,

부대 분위기는 여전히 껄끄러웠다.

 

어떤 애들은 여전히 나를 피했고,

어떤 애들은 그냥 최소한의 대화만 나눴다.

 

그리고 워커?

아직도 나한테 말 한마디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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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테스트

 

그날 아침,

보급 물자 운반 작업을 맡게 됐다.

 

팀원?

미군 병사 셋.

그중 한 명?

워커.

 

 

… 이거 재밌겠는데?

작업을 시작하자마자,

나는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걸 직감했다.

 

"Corporal Park, where do you want us to load these?"

(코포럴 박이거 어디로 옮기면 되죠?)

 

일병 리드가 물었다.

 

톤은 정중했지만뭔가 시험하는 느낌이 들었다.

 

"Back of the truck, stacked neatly. We’re moving everything at once."

(트럭 뒤쪽에 깔끔하게 쌓아한 번에 옮길 거니까.)

 

리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움직였지만,

 

워커는?

대놓고 눈을 굴리더니

속도를 일부러 늦추기 시작했다.

 

진짜 유치하다.

 

나는 천천히 다가가며 말했다.

 

"Walker, pick up the pace."

(워커속도 좀 내자.)

 

워커는 비웃으며 대꾸했다.

 

"What’s the rush? We got all day, Corporal."

(뭐가 그렇게 급해하루 종일 시간 많잖아상병님)

 

이건 선 넘었지.

 

나는 눈을 마주친 채,

 

아주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You really wanna test me again?"

(또 시험해보고 싶어?)

 

워커는 살짝 움찔했다.

 

그러더니,

아무 말 없이 상자를 들어 옮겼다.

 

그렇게 큰 변화는 아니었지만

시작은 된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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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한 변화

 

작업이 끝났을 때,

나는 분위기가 미묘하게 바뀌었다는 걸 느꼈다.

 

갑자기 애들이 친절해진 건 아니었지만,

예전처럼 대놓고 무시하는 느낌은 없었다.

 

그리고 워커도

아직 날 싫어하긴 하겠지만,

최소한 명령은 따르긴 했다.

 

작업이 끝나고 리드가 씹덕미(?)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

 

"Not bad, Corporal."

(나쁘지 않네코포럴.)

 

나는 눈썹을 올렸다.

"That supposed to be a compliment?“

(그거 칭찬이야?)

 

리드는 어깨를 으쓱했다.

 

"Take it however you want."

(알아서 생각해.)

 

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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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줄 알았지?

 

워커랑 부딪친 후,

나는 이제 끝났겠지 싶었다.

 

근데 아니었다.

딱 이틀.

 

그 정도 지나니까,

워커는 또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엔?

내가 진짜 가만 안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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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를 시험하는 놈들

 

그날 오후,

나는 모터풀(Motor Pool)로 가고 있었다.

 

근데,

 

"I mean, come on, man. It’s not like he actually did anything to deserve that rank."

(아니솔직히 쟤가 상병 달 자격이 있냐?)

 

"Dude, it’s just KATUSA privilege. That’s all it is."

(그냥 KATUSA 특혜 아니야?)

 

발걸음이 멈췄다.

고개를 돌렸다.

 

워커.

그리고 그 주변에 미군 일병들 셋.

 

아까부터 깔깔 웃으며 떠들고 있었다.

나는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

 

좋아.

오늘 한 번 확실하게 끝장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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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진짜 참지 않는다

 

 

나는 그대로 걸어갔다.

그들의 웃음소리가 싹 사라졌다.

 

워커는 한쪽 눈썹을 올리며 비웃었다.

 

"Something wrong, Corporal?"

(뭐야코포럴님기분 상하셨어요?)

 

나는 눈을 똑바로 맞췄다.

 

"Say it again."

(방금 한 말다시 해봐.)

 

워커가 코웃음을 쳤다.

 

"Say what again?"

(뭘 다시 말해?)

 

"The part where I don’t deserve my rank."

(내가 상병 달 자격 없다는 부분.)

 

뒤에 있던 애들?

살짝 눈치 보며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하지만 워커는 팔짱을 끼며 여유롭게 굴었다.

 

"Man, you really gonna get worked up over a joke?"

(진짜 장난 하나 못 받아들이냐?)

 

나는 한 걸음 더 다가갔다.

"That wasn’t a joke. And you know it."

(그건 장난이 아니었고너도 그걸 잘 알고 있어.)

 

처음으로,

워커의 표정이 살짝 흔들렸다.

 

하지만 그는 다시 태연한 척했다.

 

"You’re seriously this sensitive? God, no wonder you"

(진짜 이렇게 예민하다고아니그래서 너가)

 

그 순간내 손이 그의 옷깃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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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 공기가 얼어붙었다.

뒤에 있던 미군 병사들?

 

숨도 못 쉬는 분위기.

 

워커?

 

표정에서 장난기가 싹 사라졌다.

 

나는 아주 천천히,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You think I don’t deserve my rank?"

(내가 상병 달 자격 없다고 생각해?)

 

목소리는 낮았지만,

확실히 들리게.

 

"Then try me."

(그럼 한 번 붙어보자.)

 

워커의 턱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의 주먹이 살짝 움찔하는 게 보였다.

 

그래쳐봐라.

그럼 너는 끝이다.

 

하지만,

그는 결국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주먹을 쥔 채,

숨을 거칠게 내쉬면서.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가버렸다.

 

뒤에 있던 미군 병사들?

웃지도 못하고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제야 나는 알았다.

이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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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그리고 로렌

 

그날 오후 

익숙한 발소리가 들렸다.

 

"So.. did you win?"

(그래서.. 이긴 거야?)

 

로렌이었다.

그녀는 내 앞에 앉아,

살짝 내 팔을 쳤다.

 

나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