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이따금 몇몇 사람들은 "나쁜 친구와도 친해져야 한다."라고 충고하기도 했다는 거 아시는 분들 계시죠? 물론 세상에 전부 착한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고 따라서 내가 좋아하는 친구만 사귈 수는 없긴 하지만, 문제는 나쁜 친구를 사귀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사귀어야 할 친구를 임의로 정해주고 억지로 붙여놓는 게 아닐까 함. 당장 초중고등학교에서 학년이 올라갈 때 학교에서 내가 있어야 할 학급을 지정해 주고, 임의의 동급생들을 붙여놓는 게 그 예시임.
제가 중3이었던 2009년 시절, 동급생 김모씨께서 저를 보고 "네가 그러니까 친구가 없는거야."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어요. 그 말을 들었던 당시에는 학년이나 태어난 연도가 같으면 친구라는 의식이 박혀있었던지라 제가 그의 친구가 아니라고 무시를 당한 것 같아 속상했지만, 세월이 흐르고 세상 많은 소식을 알게 되면서 그분이 꺼내신 말씀의 속뜻을 이해하게 되었죠. 그 말 속에는 동급생인 저와 친구하기 싫다는 뜻도 담겨 있었고, 무엇보다 이 사람을 억지로 친구하라고 붙여놓은 선생님들과 학교에 대한 불만이 있으셨던 것 같았음.
나쁜 사람을 친구로 사귄다고 해도, 누가 말하지 않았는데 내가 스스로 그런 친구를 사귈 동기가 생겨서 친구를 만드는 것과, 어른들이 억지로 붙여놓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걸 기성세대들은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해요. 약 4년 전, SNS를 통해 소위 비행청소년들을 친구로 사귀어 대전에서 전주까지 내려가 그들과 같이 놀았던 10살 초등학생 소식이 있었죠. 비록 SNS가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긴 하지만, 학교에 다니면서 억지로 붙여놓은 사람을 사귀는 것보다는, 학교 밖에서 친구로 삼을 만한 사람을 스스로 택하는 게 수만 배는 낫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