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저는 대리기사 일을 하다가 손님들과 시비가 생겼고, 일방적으로 구타를 당하였습니다. 상대방은 제가 먼저 자기 애를 밀치고 넘어뜨렸다고 주장합니다. 거짓 주장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7년째 대리기사 일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보배는 눈팅만 하다가 처음 글 씁니다. 첫 글이 이런 글이라서 죄송스런 마음입니다만, 시간을 내어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최근 당한 황당하고 답답한 일에 대해 네티즌 여러분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또 제 다친 마음을 달랠 길이 없을까 하는 마음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과 제공받는 사람이 지위의 고저를 따지지 않고 사람 대 사람으로서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글을 남겨봅니다.
저는 지난 8월 13일 일요일에 대리운전 일을 하러 거리에 나왔습니다. 원래 일요일에는 일을 하지 않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는 하는데, 평일에 태풍이 오는 바람에 일을 나가지 못해 손해를 벌충하기 위해 일을 나가야 했습니다. 앞으로 벌어질 일을 알았더라면 차라리 집에서 쉬는 것이 백번 좋았을 텐데요.
불광동에서 콜 대기를 하던 중이었는데, 바로 근처에서 역삼동 가는 콜이 떴습니다. 손님에게 전화를 걸어 3분 후 도착한다고 말씀드리고, 자리에 가 보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다시 전화를 걸어 도착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손님 저 도착했습니다. 어디 계신지요?”
“지금 가는 중이니까 거기 까만색 그랜드카니발 앞에 기다리세요.”
젊은 남자의 목소리였습니다. 알겠다고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보통 대리기사 부를 때 잡히는 시간과 대리기사가 도착하는 시간을 고려해서 콜을 요청하기 때문에, 때때로 대기를 하게 되는 일이 생기고는 합니다. 주말 피크타임에 시간을 허투루 보내는 것은 저에게 상당히 큰 손해입니다. 못마땅하긴 하지만 손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렇게 빨리 대리기사가 배정되고, 배정된 기사가 바로 옆에 있을 줄은 예측하지 못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의 경우, 배차 통보 이후 10분 정도는 충분히 기다려드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사실 그것도 대리기사 입장에선 손해가 되므로, 최대한 바로 이동할 수 있는 여건에서 대리기사를 호출해주시는 것이 손님으로서의 매너이긴 합니다. 매너있는 손님은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그렇지 못한 손님을 비난할 수도 없는 것이지요. 더군다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마음대로 콜을 취소하고 다른 콜을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기다리다 보니 어느덧 10분이 지났습니다.
다시 손님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죄송한데, 10분째 기다리고 있습니다. 얼마나 걸리시나요?”
그러자 손님은 1분만 더 기다려달라며, 다 왔다고 말합니다.
그런 뒤에도 5분이 더 지났습니다. 손님은 오지 않습니다. 저는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합니다. 손님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몇 차례 더 걸어도 받지 않습니다. 콜을 빼야하나, 지금까지 다른 콜도 수행하지 못하고 기다린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상을 받아야하나, 걱정이 앞섭니다.
저희가 월급쟁이들도 아니고 시간이 돈인데, 황금같은 주말 피크타임이 속절없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총 20분이 지나자 저쪽에서 여자 두 명이 아이들 두어 명과 함께 걸어옵니다. 손님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전화를 받은 건 남자였거든요. 그런데 그분들이 뒤쪽에 세워져 있는 다른 차량의 문을 열자 거기서 남자가 나옵니다. 그들은 여기서 자고 있었느냐며 빨리 집에 가자고 합니다. 남자가 저를 보더니 말합니다.
“아, 여기 계셨어요?”
상황을 보니 제가 20분째 기다리는 동안 여자와 아이들은 주차장으로 오는 길을 헤맸고, 남자는 근처에 있는 다른 차 안에 있다가 잠든 모양입니다. 저는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남자에게 말했습니다.
“사람을 20분씩이나 기다리게 하시면 어떻게합니까?”
남자는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인상이 구겨지기 시작합니다.
“뭐라고요?”
“아니 전화도 안 받으시면 어쩌냐고요!”
순식간에 남자가 다가오더니 소리를 지르고 반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너 뭔데? 어쩌라고?”
옆에 있던 여자 둘 중, 단발머리 여자가 갑자기 저에게 따져 묻습니다.
“뭐하자는 거야 지금?”
저도 화가나서 반말이 나왔습니다.
“아니 지금 사람을 기다리게 했으면 미안하다고 하는게 먼저 아냐?”
다른 여자 한 명이 미안하다고 말하며 저에게 돈을 주려고 합니다. 그러자 나머지 둘이 제지합니다. 갑자기 애들도 있는데 왜 시비를 거냐는 식으로 나옵니다. 저는 시비를 건 게 아니라 항의를 한 거였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둘 다 오더니 밀치며 욕설을 하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합니다.
그 와중에 저에게 돈을 주려 한 여자는 아이 한 명을 데리고 자기 차로 들어갔습니다. 추측건대 그 여자는 자기 아이를 데리고 상황을 피한 것 같습니다. 아이가 걱정되었기 때문이겠지요. 응당 마땅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시비가 걸린 상황에서 아이의 안전이 가장 우선이 될테니까요.
저에게 시비를 거는 둘은 부부인 것 같았습니다. 나머지 아이 하나는 이 상황에도 뛰어다니면서 놀고 있는데 이 부부의 아들인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쪽이 계속 밀치며 욕을 하자 황당해서 말했습니다.
“한 번만 더 밀치면 폭력으로 간주하고 신고할거예요.”
그러자, 마음대로 하라며 계속 밀칩니다. 제가 자꾸 계속되는 밀침을 피하려고 몸을 돌렸을 때였습니다.
근처에 있던 그들의 아이가 제게 우다다다 뛰어왔습니다. 다섯 살이나 됐을까요? 저는 피할 틈도 없었고 아이는 제 몸에 부딪혀 뒤로 넘어졌습니다. 그러자 여자가 바로 제게 주먹과 발길질을 날리기 시작합니다.
“니가 내 새끼를 쳐?”
저는 황당한 상황에서도 맞서 때리지 않았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폭력은 답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남자도 같이 밀치고, 여자도 때리는 와중에 저는 뒤늦게 핸드폰을 들어 동영상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촬영을 시작하자 남자는 여자를 말리고, 여자는 폭행을 멈춥니다. 이 상황이 바로 다음과 같은 상황입니다.
동영상을 보시다시피, 저는 계속 폭력을 멈추라 하며, 당신 아이를 내가 때리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여자는 저에게 ‘네가 내 애를 집어던졌다’라며 억지를 부립니다. 남자는 ‘왜 내 와이프에게 손을 댔냐’고 소리를 질러댑니다. 그 와중에도 아이는 계속 주변을 뛰어 다닙니다. 정상적인 사람들이라면 아이가 넘어졌다면 아이의 상태를 먼저 살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진짜 아이가 걱정되는 거라면 말이죠.
둘 중 하나가 아이를 위험한 상황에서 격리시키고, 아이 상태를 살피는 동안 경찰에 신고를 하는게 보통의 경우일텐데, 이들은 아이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아이는 넘어진 이후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 뛰어다니며 주변을 배회합니다. 영상에는 찍히지 않았습니다만, 나중에는 제가 오히려 아이에게 저쪽으로 가 있으라고 얘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너무나도 어이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동영상 마지막 부분에서부터 여자가 핸드폰을 손으로 쳤는데, 그때부턴 촬영이 중단되었습니다. 그때부터 그들은 저를 무차별 폭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넘어진 채 그들의 발길질을 맞아야 했습니다. 핸드폰이 찍히지 않자 남자도 폭행에 동참하였습니다.
몇 대를 맞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제가 덤탱이쓰는 일이 없도록 촬영을 계속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핸드폰을 들어 올리자 남자가 다시 여자를 말립니다. 제가 폭력을 피해 도망치자 남자가 쫓아와서 잡으려 합니다. 저는 그를 피하려다 넘어졌고 팔과 무릎에 찰과상을 입었습니다. 제가 넘어졌을 때 여자는 제 후두부에 싸커킥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의식을 잃지는 않았지만 머리가 띵하고 어지러웠습니다.
저는 112를 눌러 경찰을 불렀습니다. 수치스럽고 어이없는 마음에 울기 시작하자 여자는 저에게 “네가 그러니까 이따위로 사는 거야!”라며 모욕을 해댑니다.
제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저들은 도대체 알기나 할까요? 일요일 휴일에도 가족과 떨어져 일해야 하는 사람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요?
대리운전이라는 일을 한다는 것이 저는 전혀 부끄럽지 않습니다. 원치 않게 저런 말종들을 만나야 하는 위험만 빼면, 무척이나 보람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길에서 대기를 하고 있기에, 사람들은 전국 어느 곳에서나 합리적인 가격으로 대리운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음주운전의 동기가 더 적어지게 되고, 결국 저희 때문에 사람이 덜 죽는 거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대리운전은 충분히 가치있고 자부심있는 직업입니다. 미약하더라도 사회에 해악보다는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핸드폰에 영상이 찍히는 줄 알았는데 제대로 안 찍혔더군요. 그래서 이후 상황은 이 정도만 찍혔습니다.
경찰관들이 왔습니다. 저는 일방적으로 폭행한 사람이 있으면 경찰서에 임의동행이라도 시킬 줄 알았건만, 순순히 그들을 보내줍니다. 저에게 경찰차 본네트에 종이를 올려놓고 여기서 바로 진술서를 쓰라고 합니다. 저는 이곳이 너무 힘들다, 지구대에 가서 쓸 수 없겠냐고 물었는데 그냥 여기서 쓰라고 합니다. 손이 떨려서 제대로 진술서를 쓸 수 없었습니다. 팔뚝 찰과상으로 피부가 벗겨졌는데 응급조치라도 받을 수 있냐고 묻자, 경찰이 알콜스왑을 줍니다. 알콜로 상처를 닦자 참기 힘든 고통이 밀려옵니다.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한 사람은 저인데, 저에게는 진술서만 받고, 상대는 인적 사항만 확인한 뒤 대리기사를 다시 불러서 집에 가라고 합니다.
제가 등신이라서 맞고만 있었던 게 아닙니다. 문명인으로서, 폭력은 가장 마지막 순간까지 행사해서는 안 되는 무기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겁니다. 지금도 제일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들을 때리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저를 쌍방폭행으로 맞고소를 했다고 합니다. 제가 아이를 폭행했다는 거예요. 이게 말이 됩니까? 일방적으로 맞기만 하고 있었는데요.
상해진단서는 끊었습니다. CCTV가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보공개청구는 해놓았는데 확보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서너 군데 각도로 CCTV가 있긴 합니다. 일단 해당 주차장 CCTV는 경찰측에서 공문을 보내 확보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제대로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제 억울함을 풀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경험 있으신 분들의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