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일 KBS 9시 뉴스

 

 https://www.youtube.com/watch?v=RCXbezCiucs

 

[제보K] “전동휠체어 출입불가” 항의했더니 ‘영업방해’ 신고 (kbs.co.kr)

 

 

안녕하세요 43KBS 뉴스에 보도된 샤브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업주입니다.

 

저희 매장이 제보로 KBS 뉴스에 나왔습니다. ‘장애인을 차별하고 영업방해로 신고한 초유의 식당으로 나왔죠.. 그 기사를 접하고 속상하고 오해를 풀고 진실을 알리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고민하다 당시 상황을 설명드리고 오해를 풀어드려야 할 것 같아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1. 홀 구조 및 당시 상황

 

- 저희 매장은 1인 샤브 매장으로 일반 매장과 다르게 1인 인덕션을 사용하고 있는 구조로 모든 테이블이 전기선으로 고정되어 있어 최대 4명이 앉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5명 이상의 가족단위 손님이 오시면 따로 앉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 항상 이 점을 설명드리며 자리를 배정해 드렸습니다.

 

- 또한 테이블이 다소 크고 복도가 좁아 유모차 또는 전동 휠체어가 들어올 경우 복도를 막게 됩니다. 그런 경우 카트는 당연히 끌지 못하고 그뿐 아니라 국물과 야채가 세팅되어 있는 무거운 쟁반을 들고 비좁은 공간을 지나갈 수가 없어 이미 앉아 있는 고객께 지나갈 때마다 계속 자리를 틀어 공간을 만들어 달라고 해야 합니다. 결국 복도를 지나갈 수 없게 막히는 것입니다. (일반 휠체어 손님의 경우 원래 있던 의자만 빼면 테이블 아래로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어 자리 제약 없이 안내해드립니다.)

 

- 제보를 하신 분들은 6개월 전에 이미 저희 매장에 찾아오셨던 분들입니다. 그때 매장 오픈 후 첫 전동휠체어 손님이셨고 전 당연히 넓은 자리라면 충분히 자리가 나올 줄 알고 여유 있는 자리를 안내해 드렸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복도 자리를 많이 차지해 카트뿐 아니라 쟁반을 들더라도 서빙이 어려웠습니다. 결국 몇 번 자리를 옮겨주십사 양해를 구했습니다. (식사하실 때 휠체어를 틀지 않고 직원이나 다른 손님이 지나갈 수 있는 자리를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몇 번의 자리옮김이 불편하셨는지 장애인을 무시하냐며 식사 주문도 하지 않고 화를 내며 나가셨습니다.

 

- 이후 이번 319일 일요일 12:39분경 다시 찾아오셨습니다. 6개월 전의 일로 유모차나 전동휠체어가 들어올 경우 복도를 막아 사람들이 지나갈 수 없다는 것을 인지했기에 고객이나 직원들이 지나가지 않는 창가 쪽 자리가 마침 있어 가게 구조와 상황 설명을 드리고 안내해드리며 자리가 2인석이고 일행분이 3분이시라 떨어져 앉는 것이 괜찮으신지 여쭤봤습니다. 하지만 1분여 시간 동안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휠체어를 탄 여성분은 기분이 나빠서 싫다 하셨고, 남성분은 화를 내셨습니다. 이후 앞에 자리가 있는데 이용 못하게 하는 건 장애인 차별 아니야면서 언성을 높이다 반말까지 나왔습니다.

 

- 장애인을 차별했고 여자분 기분이 나쁘니 사과를 하라고 했습니다. 몇 분 간의 고성이 출입구에서 이어졌고 식사하시던 분들이 쳐다보게 되어 밖으로 나가 이야기하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또한 거부하며 출입구를 막고 들어오려던 손님들도 막은 채 고성은 또다시 이어졌습니다. 이미 고성으로 이어진 시간은 10분을 훌쩍 넘겼고 결국 이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선 경찰의 도움이 필요하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신고를 받고 온 경찰관은 장애인 복지법을 잘 모르겠지만 제가 사과를 해야 이 상황이 끝날 것 같다고 했고 전 그 분들께 사과를 하며 상황이 끝났습니다.

 

 

2. KBS 제보 및 기자

 

- 며칠 뒤 기자에게 전화가 왔고 제보를 받았다며 상황 설명을 요구했고 다음 날 미리 약속도 없이 매장으로 찾아왔습니다. 알고보니 그날은 제보자와 만나기로 한 날이었고 전 사전에 찾아오겠다는 연락도 받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날은 제 휴무날이었는데 기자는 이 기사를 당장 보도해야 할 기사라고 했습니다. 기사의 논조를 물어보니 사건사고가 아닌 공익성을 목적으로 한 기사라고 했습니다. 저 역시 장애인의 권위와 평범한 일상을 위해 우리 사회의 고민이 필요하다라는 논조라면 필요한 기사다 싶었고 또한 이를 피하면 오히려 저와 같은 업주의 입장이 전혀 나오지 않을 것 같아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 약속 없이 찾아와 만날 수 없는 상황이라 전화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 전에 제가 어느 정도 그 분들께 설명을 드리려 노력했는지 보여주고자 cctv도 보냈습니다. 하지만 질문은 이미 제가 장애인 손님을 들여보내려는 이런 저런 노력도 없지 않았냐 라는 유도질문이었습니다. 전 앞서 말한 상황을 모두 설명했고 혹시나 싶어 저로 인해 다른 가게에 피해를 입히고 싶지 않으니 건물이나 상호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간곡히 부탁드렸습니다. 기자는 매장 사진을 찍지 않았고 다 블러처리를 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 당장에 보도가 될 것처럼 급박하게 이뤄진 인터뷰였지만 기자의 말처럼 바로 보도되지 않고 3일 뒤 보도되었습니다. 보도 내용은 여러분이 보신 바와 같습니다..

 

- 보도된 방송은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장애인을 문전박대하고 차별하다 못해 영업방해로 신고한 파렴치한 매장, 업주로 나왔습니다. 저희의 노력을 알리려 보낸 cctv 자료는 쟁반 들고 서빙할 수 있음에도 전동휠체어를 들여보내지 않은 구조를 보여주는 자료로 나왔고 손님과 언쟁을 하는 업주 자료로 나왔습니다. 20분이 넘는 전화 인터뷰에 말했던 가게 구조 상황과 그 분들의 반말과 막말은 빠져있었습니다.

 

3. 현재 상황

 

- 뉴스를 접하고 기자와 바로 통화를 했습니다. cctv를 블러처리 했다지만 저희 매장에서 식사를 하신 손님은 누구나 알 수 있다라는 점과 기사의 내용이 처음 제게 말했던 공익이 아닌 사건 기사로서 공정하게 실리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기자는 각각 1분씩 공정하게 입장을 설명했고 공정한 검토를 한 보도라고 했습니다.

 

- 전 너무나 속상한 마음에 이후 일어날 일들에 대한 피해는 누가 책임지는 것인지 물었습니다. 기자는 그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라고.. 지금과 같은 기사로 보도를 하면 우리 가게를 매장시키는 것 아니냐라고 했지만 특정되지 않도록 블러처리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답변했습니다. 또한 영업 손실에 대해서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답변했습니다..

 

 

기사가 보도된 지 하루가 지난 지금, 역시나 저희 매장 상호가 버젓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장애인 차별하는 매장이라고 퍼지고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정신적으로 너무나 고통스럽습니다..

 

가게를 운영하는 업주로서 찾아와 주시는 손님 한 분 한 분 제겐 모두 소중하고 감사한 분들입니다. 이번 상황 또한 저희 매장을 찾아주신 분들께 어떻게든 자리를 마련해보려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음에도 장애인을 거부하고 차별하는 매장으로 매도되어 너무나 속상하고 고통스럽습니다...

 

저희 매장을 찾아와주셨던 분들, 찾지 않으셨더라도 이 지역에 사시는 주민 분들, 그리고 주변 매장 업주님, 직원 분들.. 불미스러운 일로 지역이름과 건물이 매체에 노출되고 원치 않은 피해를 입혀 죄송합니다..  뉴스를 시청했던 시청자분들도 아무쪼록 오해를 풀고 안타깝게도 뉴스에 보도되지 않았던 진실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에 이렇게 장황한 글을 남겼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