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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그간 너무도 잘 버터주었던 막내딸 노을이가마지막일지 모를 힘겨운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아직 남아있는 시간이 적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부족한 아빠의 잘못된 판단으로 

노을이에게 너무도 큰 고통을 안겨주게 되었고

너무 많을걸 잃게 만들 시간을 아무준비없이 맞이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언제가 되었던 빠르거나 느리거나 피할수 없이 찾아올 순간임을 알기에..

아이를 위한다는 

아이에게 많은걸 보여주고싶다는 그럴듯한 핑곗거리로 포장한.. 

나는 할만큼 했다는 스스로의 이기적인 자기만족을 위해무리하게 가족 여행을 계획하였습니다.

 

공교롭게 출발 전날부터 보이던 아이의 이상증상을 늘상 있어왔던 일이라며 안일하게 생각하고

그깟 펜션 예약비 몇푼 아까워서 

어젯밤보다 좋아졌는데? 이정도는 괜찮아, 라고

와이프 안심시키면서 꾸역꾸역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장시간 차량이동 끝에 도착하여 아이에게 컨디션 회복할 시간조차 주지않고

몇차례나 아이의 평소와다른 이상증상을 감지할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알아채지 못한 저는 

좋은 아빠는 아닌가 봅니다..

 

말도못하고 표현도 못하는 아이가..

자기를 봐달라며 얼마나 간절히 소리쳤을지 생각해보니..

정말 죽고싶은 마음뿐입니다..

상시로 심박수와 산소포화도 체크가 필수인 아이를 무거워서 휴대가 어렵다는 게으름..

어제와 다른 오늘의 아이를 의식하지못한 무신경함..

비싸다는 이유로 휴대용장비 구비조차 미루던 무능력함이

시시각각 죄책감이 되어 목을 조르고 있습니다.

 

심각한 뇌손상과 그로인한 경련으로 인해 중환자실에서 나흘째를 보내고있는 지금까지..

저희 막내딸은 깨어나지 못하고있습니다..

담당교수님은 머지않은 날에 찾아올 일이었고

모두가 예상하고 있지 않았냐 위로하지만..

하루 일분 일초가 아쉬운 시간을 저때문에 모두 잃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수가 없습니다.

 

깨어날수있는 시간을 벌기위해 기관삽관을 통해 인공호흡중인아이에게 남은 시간은 길어야 2주 남짓이고

이후에는 삽관유지가 불가능하니 기관절개를 해야한다는 담당교수에게 보호자에게 선택지가 있냐는 소름끼치는 질문을 하는 저는

아이를 두번 죽이는 쓰레기새끼입니다..

그렇게해서 살아난다해도 그게 정말 사람사는모습이 아님을알면서도 포기 못하는 욕심과

자기손으로 자식의 숨을 끊겠다는 잔인함중

어떤게 옳은 것인지막상 선택해야할 순간이 온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18개월인데 기고 걷기는 커녕 목조차 가누지못하고

손짓 발짓 조차 못하고 말한마디 못하는 아이지만그 해맑은 미소하나만큼은 너무 예쁜 아이인데..

그 웃음소리 한번 더 듣고 미소 한번 더 보기위해

아침에는 킁킁 소리를 내는 돼지

점심에는 손등에 입술대고 바람불어 뿡뿡대는 방귀대장

저녁에는 우스꽝스러운 표정의 광대가 되어도 좋았습니다.

이런 예쁜 아이를 조금이나마 덜고통스럽도록 보내야 하는지..

사는게 고통임을 알면서 욕심으로 잡아둬야 하는지..

정말 많은분들이 이야기해주신 기적이라는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저희 가족을 위해 기도부탁드립니다..

 

---지난 제 글을 모신문사의 모기자님께서 기사화하여 올리셨었나봅니다.

느린걸○ 이라는 발달지연 및 희귀병을 앓고있는 환아들의 부모님들이 계신 카페에서 다른 회원분께서 기사를 보시고 

저희와이프에게 이야기해주었나봅니다.

덕분에 저희와이프도 보배드림을 알게되었고

제가 입으로 말하지 못하던 이야기들을 보게되었습니다.

차마 말로 전하지는 못했고 앞으로도 못하겠지만..

우연히 보게 되거나제 마음속 이야기가 궁금하여 찾아와서 보게된다면글로나마 전하고싶습니다.

 

너는 내 아내로써는 100점 만점에 80점짜리 와이프였고

한명의 가정주부로써는 100점 만점에 60점짜리 주부였고

큰아이들과 노을이의 엄마로써는 100점만점에 200점짜리 엄마였다.

이틀전 어머니한테 어렵게 노을이 소식전했는데어머니께서 그러시더라.

별이애미 정도나 되니까 노을이 지금까지 버텨온거라고.다른사람이면 해내지 못했겠지만 ○정이니까 해낸거라고.

내가 어머니가 너에게 하시는 다른 칭찬은 피식거리면서 웃어넘기겠지만

그말씀 하나만큼은 나도 인정할게.

넌 최고의 엄마였고 세상 그 누구도 너만큼 헌신적이지는 못했을거라 생각해.

오늘이 마지막인것처럼 그렇게 후회없이 최선을 다하자했는데..

정작 그말을 지키지못한건 나였던것같다.

한없이 부족하고 모자란건 네가 아니라 나였다.

그 원망, 그 죄와 벌

내가 평생토록 감내하고 안고 살아가도록 할게..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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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웃고있는 사진이 현재모습으로 알고계신듯 하여..

현재사진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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