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해요

감기에 걸리면 감기약을 먹듯,

수면제라는 약도 오남용을 하지 않고 의사와 약사의 지시대로 복용하면 불면증을 완화 시켜주는 정말 좋은 약인데 ..

저희 엄마는 너무 오남용이 심합니다.
물론 오남용을 하기까지 슬프고 힘든 뒷배경이 있었지만, 저희 세 딸이 함께 많이 도와주었다고 생각했어요.

첫 수면제를 복용한건 저입니다.
이혼을 하고 전남편의 귀책사유의 충격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신경정신과를 다닌지 벌써 3년째입니다.

아직 약 없이 잠들지는 못하지만, 우울증이나 조울증같은 증상이 너무 완화되어서 치료과정과 제 노력에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어머니는 아버지때문에 힘이들면서도 이혼을 하지도 않고, 약을 일부러 보란듯이 7-8봉지를 한번에 먹으며 쇼맨쉽(?)같은걸 합니다. 대놓고 말씀하시더군요 관심받고 싶어 그랬다고..

처음엔 놀래서 말렸지만 이젠 너무 지쳤어요..

아빠한테 큰 잘못이 있는거 알지만 아빠가 고치지 못할걸 알기에, 이혼을 위해 변호사 선임도 알아봐 줬고 최대한 엄마의 편한 노후를 위해 위자료와 재산분할에 신경을 써주었는데,

저희한테 돌아오는 말은
“내가 힘들때 니네가 나한테 짜증낸거 말고 해준게 뭐가 있는데? 다른 자식들은 다들 나서서 이혼하라고 부추기는데 너네는 뭘 해줬는데?” 라고 하더라구요 ..

이때 언니들도 저도 질려버렸습니다.. 얼마나 더 받아주고, 더 배려해주고, 더 관심주고, 더 위해줘야하나

학교에 들어가기 전인 6-7살인 제게 숟가락을 가져오라 시켜, 갈색병 농약을 한숟갈 떠서 같이 먹고 죽자던 엄마..

고작 15살인 제 앞에서 결국 약을먹고 자살시도를 하여 주변분들이 손가락을 넣어 억지로 토하게 하고, 눈동자는 돌아가서 흰자만 보이고, 코끝을 찌르는 약냄새와 토냄새 ...

잊을 수도, 벗어날 수도 없습니다

나이도 있고, 일 해서 엄마 곁을 벗어나면 되지 않느냐 하시겠지만,

유학을 다녀와서 영어도 곧 잘 하지만 워낙 지방이다 보니 일자리가 없기도 하고 몇해전에 암수술을 하고 나니 체력이 너무 급격하게 떨어져서 부모님이 곧 오픈하시는 가게에서 같이 일을 하려고 본업도 그만두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

어제 또 약먹고 새벽에 전화를 하고, 카톡으로 알아볼 수도 없는 글자들을 보내가며 한바탕 난리를 치더라구요..


너무 답답해요
엄마가 고치지 못 할거라는거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같이 병원 쫓아가서 약을 못타게 해도 몰래 다른병원을 가서 또 타와서 숨겨놓으시니까요..

근데 지금 이지경까지 오니 솔직히 천륜이고 나발이고 끊어도 상관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그만둬버린 본업이 신경이 쓰이네요..

지금도 다른 수술한지 4일차라 당장 일 할수도 없고, 생활비는 앞으로 계속 나가야할텐데 너무 답답해서 주저리주저리 그냥 써봅니다 ,,

횡설수설 앞뒤가 하나도 안맞네요 ㅎㅎㅎㅋ 한국에 친구가 한명도 없어서 단 한번도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해 본적이 없어서 뭐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ㅜ ㅜㅎㅎ 긴글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