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그분이 떠나신 지 10년이 지났네요.



참 빠릅니다. 10년전 오늘 광화문 광장에서



정치의 잔인함과 저의 무력함에 오열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말입니다.





흙수저로 자라며 무력감을 많이 느꼈습니다.



공부는 곧잘 했지만 IMF로 집이 어려워져 장학금을 받고 지방대에 진학했습니다.



2년이 지난 후, 삶을 바꿀 길은 학벌밖에 없다는 생각에 재수를 결심했습니다.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으나 어찌어찌 재수학원에 다니며



공부에 매진했습니다.





2002년 재수시절 노무현 대통령의 국민경선 참여부터 당선까지 지켜봤습니다.



마침내 당선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기뻤습니다.



정치는 잘 몰랐지만 왠지 저 분의 당선으로 세상이 바뀔 것 같았거든요.



고졸출신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는 세상..



그것만으로도 대한민국이 바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연세대학교에 진학했지만 제 삶은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습니다.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가난과 싸웠습니다.



등록금과 생활비에 허덕였습니다.



소위 사회 지도층 자녀들이 즐비한 동기나 선후배들사이에서



자괴감도 많이 느꼈습니다.



최소한 제 세상은 그대로였습니다.



하지만 노무현이라는 사람에 대한 믿음은 잃지 않았습니다.



그분이 이루고자하는 나라와 세상에 대한 모습에 동감했으니까요.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리는 말이 유행하는 것도



세상의 유연함이라 여겼습니다.







그렇게 졸업을 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돈을 버는 것에 몰두하며 가난을 극복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던 중, 대통령님의 서거를 계기로 분노도 하고, 노무현 재단에 정기 후원하며



나름의 가치를 지키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세상의 변화, 거대 담론과는 애써 담을 쌓게 되었습니다.



어느덧 노무현 정신은 가끔 생각나는 정서적 추억으로 전락한 것이죠.



개인 사업으로 돈을 벌고, 부를 쌓으며 생활은 여유로워졌습니다.



그런 만큼 사람사는 세상에 대한 의지는 옅어졌습니다.





일주일 전부터 노무현 대통령 10주기를 맞아 여러 다큐와 프로그램이 전파를 탔습니다.



참 이상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치부는 들추고 공은 덮으려했던 언론이 앞다투어



노무현 정신을 반추하려하는 행태가요.



덩달아 이유를 알수 없는 울렁임이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그 분의 삶의 궤적과 육성을 들으며 일신의 안위만을 추구하는 소인이 된 제가 부끄러워졌습니다.





노무현대통령은 남은 사람들에게 숙제를 남겼습니다.



세상의 부조리에 눈을 감는 사람들에게, 사회의 어두운 단면에 마음을 닫은 사람들에게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라'는 숙제를 말입니다.





정치적 과오나 선호를 떠나, 그 분이 추구했던 가치는 의미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을 계기로 다시금 행동하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그분이 가진 신념과 사고의 만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좀 더 용기를 내어 쓸모있는 사람이 되겠다 다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