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허클베리입니다.


저는 40여 년 전부터 캠핑을 해 왔습니다.

이른바 모태 캠퍼였지요.


70년대 말, 80년대 초에도 지금처럼 캠핑 열풍이 불었다고 합니다.

신문 잡지에 텐트와 레저용품 광고가 실리고,

주말이면 배낭 가득 살림살이를 짊어지고 캠핑을 떠났다고 하네요.


제 텐트 중에는 올해로 39년 된 것이 있는데요.

최근에 그보다 더 오래된 텐트를 발견했습니다.

무려 4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며칠 전 그 텐트를 꺼냈습니다.

쿰쿰한 곰팡이 냄새가 나서 불안했지만..

기대를 안고 집 근처 잔디밭으로 향했습니다.








원래 색깔은 카키색에 가까운 짙은 색이었다네요.






폭이 160cm 길이가 200CM입니다.

그런데 무려 5~6인용이라고 적혀 있네요.






폴대 가방에 '덕명'이라고 적혀있습니다.

혹시나 해서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역시나 관련 정보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구성품을 꺼내보니 의외로 상태가 좋습니다.

슬슬 입꼬리가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스뎅 폴대도 무척이나 깨끗합니다.





 끈과 플라스틱 폴대는 사용감이 적어 보입니다.

40년이 아니라 4개월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네요.






지금은 '루프스킨'이라고 부르죠?

예전엔 '후라이'라고 했습니다.

텐트 위에 씌우는 커버입니다.






텐트를 펼쳐 봅니다.





 지맹이와 친구 유미가 달려듭니다.

"아빠~ 우리가 텐트 쳐 볼게~ 설명만 해줘~"






 구식 스뎅폴대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이 아빠 돕는다고 고생을 하네요..ㅎㅎ






끼우고 밀어 넣기를 반복합니다.





" 아빠~ 이게 안 들어가...ㅠㅠ"

"반대로 껴봐~ 들어갈 거야~"






 "아빠~ 이제 마무리 좀 해 줘~"

 캬.. 두 소녀가 이 어려운 걸 해냅니다.






 양쪽에 끈 하나씩만 고정해서 텐트를 세웁니다.



전동 킥보드라는 신문물과 오래된 텐트가 의외로 잘 어울리네요.






 정면에서 본 모습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가방 속에 눌려 있어서 스킨이 쭈글쭈글합니다.






뒤쪽 작은 창은 지금 쓰고 있는 텐트와 흡사하게 생겼습니다.





측면 창은 뒤쪽과 다르게 긴 사각형이네요.





창 커버를 돌돌 말아 올리면 매쉬창이 나옵니다.





안에서 밖을 본 모습입니다.






 출입문을 걷어서 버튼식 홀더로 간단히 고정시킬 수 있고요.






 출입문 매쉬창도 끈으로 고정할 수 있습니다. 






창문과 출입문을 열어 놓으니 개방감이 상당히 좋습니다.





천정에는 랜턴 걸이도 있네요.

오래전 제품이지만 세심한 배려가 보입니다.






뒤쪽 창문은 내부에서 지퍼로 열고 닫습니다.





파노라마로 찍어 본 내부 사진.





파노라마로 찍어 본 반대편 내부 사진.





파노라마 샷이라 내부가 엄청나게 넓어 보입니다.

실제로는 성인 2명이 쓰기 적당한 사이즈입니다.


옛날엔 어떻게 네 식구가 사나흘 씩 지냈을까요.






모두 다 텐트 안으로 들어가서 간식타임~ 마!





밖에서 보물찾기 놀이를 하다가  유미에게 꽃반지를 선물해 줍니다.






 지맹이를 빼 먹으면 섭하겠지요^^






크로스!





" 아빠~ 다음 캠핑은 유미도 같이 가면 안 돼?"


"안 될게 뭐 있겠어? 그래 같이 가자!" 







두 번째 골동품 텐트도 정비 좀 하면 충분히 현역으로 사용해도 되겠네요.


다음 캠핑은 골동품 텐트 1호 2호를 모두 설치해야겠습니다.







이 텐트가 저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골동품 텐트 1호입니다.

39년 되었지만 스킨이나 폴대, 팩 등의 손상이 1도 없습니다.








2호 텐트에 비해 좀 더 엘레강스한 느낌입니다.






창문을 모두 오픈한 모습을 보니..

강아지가 혓바닥을 내놓은 것 같네요^^






2호 텐트와 비슷해 보이지만 측면 창문이 전혀 다른 디자인입니다.






여기서 잠깐...

 30여 년 전의 캠핑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그 시절엔 캠핑장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습니다.

산과 들, 강과 바닷가에 텐트를 치면 그곳이 우리만의 캠핑장이 됩니다.


강가에 도착하자마자 라면을 끓이시는 아버지.

저 짐이 네식구가 3일간 지낼 짐입니다.






강가에서 고디 잡고, 물길도 만들고...





저희들을 모래 속에 파묻길 좋아하셨지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자연과 하나가 되고..





온 몸에 묻은 흙은 물장구로 씻어버립니다.





물고기가 지천에 깔린 강.

낚시로 잡은 피래미를 돌판에 구우면 그 맛이 기가 막힙니다.






참 희한한 것이.. 네다섯 살 시절인데..

 아버지와의 물놀이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아마도 핵심 기억이라 그런가 봅니다.






야외 나갈 땐 항상 포터블 카세트를 챙기시는 아버지.

도둑맞고 어찌나 안타까워 하셨던 지..






지금도 늘 다정하신 부모님...





지금의 저보다 젊으셨던 아버지..





어느새 일흔의 백발 할아버지가 되셨네요. 








새로 찾은 옛날 텐트를 쳐 봄과 동시에..

행복했던 유년의 추억을 되새긴 시간이었습니다.

 

2019년에 설치해 본 1970년대 텐트...

오래된 것에 의미가 더해지니 더 값진 것 같습니다.



Oldies, but goodies....




글을 작성하는 동안,

시간여행을 한 것 마냥 입가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네요..



행복한 추억은 삶의 영양분이 되고..

소중한 가족은 살아가는 힘이 됩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 끝 -











아 참,

저 당시엔 부모님과 저희 형제..
4명이 자도 좁게 느낀 적이 없습니다.

근데 지금은 저희 부부와 딸..
3명이 누워도 너무나 비좁게 느껴집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아들들 편히 자라고 새우잠 주무셨던 것 같네요... 


갑자기 눈물이.... 




 

  








- 진짜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