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배터리, 그리고 계획된 노후화, 자동차의 수명이 짧아지고 있다
E38 BMW 7시리즈에서 처음 화면을 봤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런데 이제는 오히려 버튼 하나 없이 심플한 메르세데스 W114의 스티어링 휠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나이가 들수록 단순함의 가치를 알게 된 것이다.
왜 모든 차에 화면이 들어가게 됐나
1986년 뷰익 리비에라의 기본 터치패드에서 시작된 차량용 화면의 역사는 2018년 미국의 후방 카메라 의무화를 계기로 사실상 모든 차에 화면이 탑재되는 시대를 열었다. 글로벌 차량용 터치스크린 시장은 2025년 88억 달러(약 12조 8,480억 원)에서 2035년 144억 달러(약 21조 240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56인치, 캐딜락 전기차는 55인치 화면을 탑재하며 '누가 더 큰 화면을 넣느냐' 경쟁이 한창이다.
문제는 스마트폰처럼 자동차도 빠르게 노후화된다는 점이다. 포르쉐가 아날로그 타코미터를 포기한 것도 공급업체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화면이 가져오는 부작용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는 분명 편리하지만, 그 이상의 기능까지 화면에 집어넣는 것은 지나치다. 메르세데스 EQS의 거대한 하이퍼스크린을 보면 세 가지 생각이 든다. 지문 자국, 10년 후의 모습, 그리고 교체 불가능성. 언젠가 부품 지원이 끊기면 수리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반면 W126 S클래스는 최고급 목재와 가죽, 정밀한 스위치류로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실내 품질이 살아있다. 화면 하나로 센터 콘솔을 대체하는 지금의 방식보다 훨씬 내구성이 높다.
제네시스는 이 함정을 피하려는 브랜드 중 하나다. 제네시스 서울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향후 업계에서 화면이 줄고 아날로그로 회귀하는 흐름이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브랜드와 고객 모두에게 "고통스럽다"는 것이 그들의 솔직한 표현이었다.
배터리라는 더 큰 문제
전기차는 태생적으로 수명이 정해져 있다. 테슬라 자체 발표에 따르면 롱레인지 배터리는 32만km 주행 후 용량이 15% 감소한다. 내연기관 차량이 잘 관리하면 32만km를 달려도 주행 가능 거리 손실이 없는 것과 대조적이다. 배터리 교체 비용은 차를 폐차하는 것이 나을 정도로 비싸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대용량 배터리도 보증 기간 이후 교체 비용이 상당하다.
평균 자동차 수명이 12년에서 16년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8년짜리 배터리 보증은 충분하지 않다. 차 값이 오를수록 사람들은 기존 차를 더 오래 탄다.
더 많은 폐차장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100만 마일(160만km) 이상 주행한 차들을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있다. 구조가 단순하고, 수리가 쉬우며, 견고하게 만들어졌다. 대부분 1980~2000년대 중반, 즉 수많은 전자 안전장치와 화면이 들어오기 이전의 차량들이다.
50년 된 W116 450 SEL 6.9는 여전히 아름답고 실용적이다. 하지만 그 현대적 계승자인 AMG S63 E 퍼포먼스의 그래픽 중심 실내는 10년만 지나도 구식으로 보일 것이다. 타임리스한 아우라 없이는 원래 오너가 손을 떼는 순간 새로운 주인을 찾기 어려운 차가 된다. 그것이 오늘날 자동차가 점점 일회용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출처 : https://carbuzz.com/automakers-are-getting-in-on-the-planned-obsolescence-g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