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정책과 반환경 정책 사이를 오가는 급격한 변화가 장기 계획을 흔들고 있다. 포드, GM, 스텔란티스는 전략 수정에 분주하다.
약 28조 원
포드가 전기차 사업에서 손절한 금액이다. F-150 라이트닝 같은 기대작들이 전시장에서 먼지만 쌓이는 신세가 됐다. 업계의 전기차 후퇴를 보여주는 가장 선명한 신호다.
이 천문학적 매몰 비용은 전기차 판매 둔화뿐 아니라, 미국 자동차 업계가 겪는 정책 혼란을 보여준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기차·배터리 공장 보조금, 소비자 세액공제 약 1,070만 원, 급속충전 인프라 확충을 추진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는 전기차를 일자리의 적으로 규정하고 배출가스·연비 규제를 수십 년 전으로 되돌리고 있다. 차 한 대 개발에 4년, 판매 기간 5~10년이 걸리는 업계 입장에서 정권마다 바뀌는 정책은 미칠 노릇이다.
전기차 롤러코스터
포드, GM, 스텔란티스는 전기차 관련 인력을 대규모로 감원하고 공장을 재편하고 있다. 포드는 테네시에 연 50만 대 규모의 전기 트럭 공장 '블루오벌시티'를 계획했지만, 지금은 내연기관 트럭 공장 '테네시 트럭'으로 전환 중이다. 2세대 라이트닝과 전기 밴 단종으로 약 12조 원, SK온과의 배터리 합작 철수로 약 8.6조 원의 손실을 감수했다.
혼란 속에서도 자동차 업계는 일단 자유를 얻었다. 새 구호는 '선택'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당연히 마진 높은 SUV와 픽업트럭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소비자 부담 완화'라고 포장하지만, 바로 이 차들이 신차 평균 가격을 7,150만 원 넘게 끌어올린 주범이기도 하다.
바이든 행정부 규정대로라면 2032년까지 신차의 56%가 순수 전기차여야 했다. 현재 9%에서. 업계는 수백억 달러를 미국 내 전기차·배터리 공장에 투자했지만, 목표가 너무 앞서갔다는 평가다. "전기차 전환은 하룻밤에 되는 게 아니다. 얼리어답터는 이미 다 샀고, 나머지는 10~20년이 걸린다."
포드 CEO 짐 팔리는 "돈 안 되는 곳에 돈을 넣을 수 없다. 제품은 좋아도 미국 소비자가 그 값을 내려 하지 않았다. 그게 끝이었다"라고 밝혔다.
라이트닝은 전기 픽업 선구자로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테슬라 사이버트럭, 리비안 R1T, GM 전기 픽업 3종 합산보다 많이 팔렸다. 하지만 올해 판매 전망은 약 3만 대에 그친다. 2032년 규제를 맞추려면 F시리즈 가솔린 1대당 라이트닝 1대를 팔아야 하는데, 지금은 10대당 1대 수준이다. 탄소배출권을 사거나 대폭 할인을 하는 방법밖에 없었고, 결국 수지가 안 맞았다.
앞으로는?
라이트닝 후속은 EREV(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쉽게 말해 대용량 배터리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된다. 디트로이트 공장에서 생산되며 총 주행거리 약 1,100km, 견인 성능도 강화된다. 폭스바겐 스카우트, 램, 현대 등도 EREV를 준비 중이다. 기존 PHEV보다 전기 주행거리가 훨씬 길어 비판을 피할 수 있지만, 소비자가 이 기술을 이해하고 프리미엄을 낼지는 미지수다.
하이브리드 회귀도 가속화되고 있다. 전기차 투자에 소극적이라고 비판받던 토요타는 현재 미국 판매의 절반 가까이가 하이브리드다. 유럽에서도 전기차 점유율이 20%에 육박하지만, EU는 독일 완성차 업계의 압박으로 2035년 내연기관 판매 금지 계획을 완화하는 추세다.
스텔란티스는 2026년형 램 1500에 헤미 V8 옵션을 부활시키고, 슈퍼차저 6.2L V8을 얹은 램 TRX 복귀도 예고했다. 당분간 CO2·연비 기준 미달 과징금도, 테슬라에 탄소배출권을 사줄 필요도 없다. 참고로 테슬라는 2012년 이후 탄소배출권 판매로만 약 15조 원을 벌었다.
그래도 딜레마는 남는다. 미국 시장에만 집중하다 세계 흐름을 놓칠 수 있다. 중국에선 전기차가 내연기관보다 510% 저렴한데, 미국은 아직 2530% 비싸다. 디트로이트 3사 CEO들은 전기차를 포기한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포드는 캘리포니아 비밀 프로젝트에서 개발 중인 약 4,300만 원대 전기 픽업을 2027년 출시 목표로 잡았다. '유니버설 EV 플랫폼'으로 원가를 대폭 낮출 계획이며, 2030년까지 전기차·EREV·하이브리드 비중을 현재 17%에서 5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출처 : https://www.caranddriver.com/news/a69853112/automakers-expensive-ev-dilemma-erratic-federal-ru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