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면 어때, 다시 달리면 되지!

Retro Racer Trophy 2023 2nd ROUND

레인 컨디션 속에서 선수들의 스포츠맨십이 빛났다.


/


지난 7월 22일 전남 영암의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KIC)에서 레트로 레이서 트로피(이하RRT) 2라운드 경기가 개최되었다. RRT는 부산의 커스텀빌더 크레이지 개러지를 주축으로 메첼러 타이어, 올린즈 서스펜션, 알파인스타즈, 케이텍 서스펜션, 블루포인트 공구, 로얄엔필드, 드라이클러치, 월간 모터바이크의 후원으로 올해 두 번째 라운드를 맞이했다.



레인 컨디션

행사 전날만 하더라도 화창한 날씨가 지속되었고, 일기예보에도 비 소식이 없거나 소량으로 확인되었다. 하지만 경기 당일 아침부터 적지 않은 비가 쏟아졌다. 선수들의 메디컬 체크 이후 점점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레인 타이어를 준비하지 못한 선수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다행히 RRT의 공식 후원사인 메첼러 타이어에서 여분의 레인 타이어를 준비해두었다. 메첼러 타이어 부스가 설치된 피트 안에 자동 타이어 교환기가 설치되어 있어서 선수들은 빠르게 레인 타이어로 교체할 수 있었다. 마음이 조급했던 탓이었을까 몇몇 선수들은 타이어 방향을 반대로 끼워 넣어 두 번 작업하는 등 피트 안은 정신없고 분주했다.

이어 시작한 연습주행 1세션에는 폭우라고 해도 될 만큼 많은 비가 내렸다. 고속구간으로 이어지는 3번 코너, 마지막 10번 코너에는 물줄기가 흐르고 있었다. 비교적 타이트한 코너에서 선수들의 타이어가 물을 퍼내는 진귀한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젖은 노면은 모두에게 부담되는 조건이다. 게다가 이날 레인 타이어를 처음 써보는 선수들도 많았다. 선수들은 레인 타이어에 적응하기 위해 레인 슈트를 착용하면서까지 더욱 열심히 연습주행에 임했다.



RRT F5 & HUSQVARNA 401 & ROYAL ENFIELD GT 650

RRT F5 클래스는 500cc이하의 네이키드와 2000년 이전 스포츠 모델이 참전하는 RRT에서 가장 낮은 배기량 클래스지만 가장 화려하고 멋있게 커스텀된 바이크를 볼 수 있는 클래스이기도 하다. 스페셜 클래스로는 허스크바나 401, 로얄엔필드 650전이 있었다. 스페셜로 준비된 2개의 클래스와 RRT F5까지 총 3개의 클래스가 동시에 그리드 출발하는 것으로 결승 경기가 시작되었다. 오전에 많은 비가 내렸던 것에 비해 결승이 진행될 때는 비가 거의 오지 않아 선수들은 좀 더 자신감 있는 모습이었다.

RRT F5 클래스에서는 하이텐션바이크의 박준영 선수가 1위를 차지했고 뒤이어 플레임레이싱의 양재혁, 최홍기 선수가 2, 3위를 차지했다. 허스크바나 401클래스에서는 안재현 선수가 경기 중간에 리타이어 하면서 허스바나 부산 마구간 팀의 서재원 선수가 1위, 드라이 클러치팀의 김재원 선수가 2위, 플레임레이싱 조수진 선수가 3위에 올랐다. 마지막으로 로얄엔필드 650클래스에서는 로얄엔필드 코리아 송대찬 선수가 세 클래스(저배기량) 전체에서 가장 빠른 토탈 타임으로 당당히 1위에 올랐고 뒤이어 G’moto의 장진영, 로얄엔필드 코리아의 정지훈 선수가 2, 3위를 차지했다.



RRT 클래스

500cc 이상 130마력 이하의 차량이 참전할 수 있는 RRT의 메인 경기인 RRT 클래스에서는 월간 모터바이크 팀의 윤연수 선수가 이날 모든 클래스 경기를 통틀어 가장 빠른 베스트 랩인 1분 37초대를 기록하며 당당히 1위에 올랐다. 플레임 레이싱팀의 유태동 선수가 뒤이어 2위에 올랐다. 경기 중 한 번 전도되는 사고가 있었지만 굴하지 않고 보호대의 에어백이 터진 상태에서도 끝까지 달린 트윈아트레이싱의 맹경열 선수가 3위에 올랐다.



RRT EVO 클래스

130마력 이상의 고출력 네이키드와 2000년 이전 슈퍼스포츠 모델이 겨루는 RRT EVO 클래스는 메인 스트레이트 구간에서 차량들의 배기음부터 달랐다. 그리드 정렬 시간에 시동 문제 때문에 피트 출발을 하게 된 It’s KTM팀의 이규호 선수가 초반부터 빠른 랩타임으로 1위에 올랐다. 팀제니초이의 황덕현 선수는 첫 랩에서 전도가 있었지만, 경기 후반부에 선두그룹을 제치며 2위에 올랐다. 경기 후반부까지 2위를 유지하던 Beakmoto팀의 백대수 선수가 마지막 랩에서 전도해 리타이어 하면서 김지환 선수가 3위를 거머쥐게 되었다.



레이스에는 희노애락이 담겨있다

쏟아지는 비로 인해 부랴부랴 레인 타이어로 교체하고, 온몸이 젖어가면서도 연습 주행에 열심히 임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몇몇 선수는 여건상 레인 타이어를 장착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습, 예선, 결승까지 참여하는 스포츠맨십을 보여줬다. ‘RRT의 랩타임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혹은 ‘너무 진입 장벽이 높아진 것 같다’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랩타임이 빨라질수록 그 레이스의 수준도 같이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달리지 못하는 선수도 끝까지 자기 기량을 발휘하며 달리는 것도 레이스의 한 부분이자 미학이라고 생각을 한다. 비록 포디움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폭우가 내렸던 오전부터 마지막 결승까지 단 한 세션도 쉬지 않고 열심히 달렸던 한 선수의 모습은 아직도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는다. 레이스를 집중해야 볼 수 있는 이런 희로애락이 담긴 이야기가 다음 라운드의 RRT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