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해군에서 아들과 그 전우들의 1주기 추모식을 비공개로 거행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해군이 우리 아들을 추모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해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사고 이후 저는 포항 사고 현장에서 수습되지 못한 채 사실상 방치되어 있던 모든 것들이 산업폐기물장에 버려져야 한다기에 그 속에 남아 있을 아들과 동료들의 시신 일부라도 찾기 위해 직접 땅을 파헤쳐야 했습니다. 군은 늘 죽음을 명예라고 말하지만, 정작 죽은 이들의 시신에는 큰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해군이 주도한 사고 조사 역시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사고 기체는 60년이 넘은 노후 기체로 수시로 고장이 발생했다고 알려져 있었고, 사고 영상을 본 많은 전문가 또한 기체 결함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그럼에도 해군은 기체에는 큰 문제가 없었으며 조종사의 문제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성 발표를 내놓았습니다.
부모로서 저는 아들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비행기가 지나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산 일대를 직접 뒤졌고, 공중에서 이미 고장 난 상태로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는 비행기 부품까지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재조사는 필요 없다는 답만 돌아왔습니다. 군에서 발생한 사고는 아무리 불합리하고 원망스럽더라도 원활한 조직 운영을 위해서는 잊혀져야만 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 책임 또한 결국 죽은 자들에게 떠넘겨져야만 하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저는 이번 일을 겪으며 아들을 사관학교에 보내고 직업 군인의 길을 걷게 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습니다. 아들은 인력 부족 속에서 하루 몇 시간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일했고, 국내 여행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도 군인의 명예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죽어서까지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으로부터 불명예를 안은 채 떠나야 했다는 사실에 부모로서 너무도 미안하고 또 미안할 뿐입니다.
저는 이 글을 읽는 분들께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부디 여러분의 자녀만큼은 직업 군인의 길로 보내지 마십시오. 박봉에 업무는 과중하지만, 나라를 지키고 사회의 존중을 받는다는 자부심 하나로 버티는 사람들이 군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일을 겪으며 저는 군 조직이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고, 결국 모두가 책임을 피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고 조사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원문을 직접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상식적인 판단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사고 원인은 속도 저하로 인한 실속(stall)이라고 한다.
- 기계적·인적·환경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 기계적으로는 추락 전까지 모든 것이 정상이었으며, 엔진에 일부 미미한 문제가 있었고 그것이 조종사의 주의력과 인지력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 조종사의 실속 훈련 부족으로 인해 조종 능력에 문제가 있었을 개연성이 높다고 한다.
- 당시 고도가 낮아 조종사가 회복 조작을 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저는 다음과 같은 모순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사고 원인이 실속, 즉 속도 저하라고 하면서도 정작 왜 속도가 급격히 떨어졌는지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발표에 따르면 시속 296km에서 124km까지 속도가 감소해 추락했다고 합니다(국방TV). 그러나 60톤에 달하는 초계기가 역학적으로 시속 124km 이전까지 정상 비행을 유지했다는 설명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200km전후에서 이미 추락했어야 합니다.
- 당시 조종석에 있던 주조종사, 부조종사, 전술사는 모두 비행시간 기준으로 부대 내에서도 손꼽히는 베테랑들이었습니다. 그런 숙련된 승무원들이 속도가 시속 124km까지 떨어지는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 저는 추락 지점과 떨어진 산에서 비행 중 분리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초계기 플랩 부품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해군은 추락 직전까지 플랩 각도에는 이상이 없었다고 발표했습니다. AI 분석 결과에 따르면, 발견된 부품이 선회 중 파손되었을 경우 실제 추락 장면과 유사할 확률이 97%로 나타났고, 단순 실속일 가능성은 45% 수준으로 분석되었습니다. 그럼에도 해군은 재조사가 필요 없다는 입장입니다.
- 사고 당시 초계기의 비행 고도는 잠수함 탐지 임무 수행 시와 유사한 저고도였다고 합니다. 만약 그 고도에서 이번과 같은 추락상황이 발생한다면 그 어느 조종사도 회복하기 어렵다고하며, 실제 작전 중 바다에서는 승조원 전원이 수몰될 수밖에 없고 시신조차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더욱이 조종사들은 기본 훈련 과정에서 실속훈련을 반복적으로 받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태훈이 또한 집에서도 컴퓨터를 통해 같은 기종의 시뮬레이터를 수없이 연습하곤 했습니다.
- 해군은 조사 발표 이후 조만간 비행을 재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들 또한 해당 초계기가 노후화되었고 여러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을 것이고, 실제 추락 사고까지 발생했습니다. 그럼에도 철저한 조사와 안전 확보를 통해 장병들과 그 가족들의 불안을 해소하기보다는, 하루빨리 일상으로 복귀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만드는 데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 자식들의 생명과 존재가 과연 어떤 가치로 여겨지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참고
1. 유승민의원 블로그
https://m.blog.naver.com/ysm21comm/224299875373
2. 언론보도내용
https://www.tbc.co.kr/news/view?pno=20260529160420AE00430&id=206886&c1=code&c2=
https://www.youtube.com/watch?v=HQTSkkgaCBU&list=WL&index=5&t=543s
https://www.youtube.com/watch?v=SlFFC-bq-7k&list=WL&index=7
https://www.youtube.com/watch?v=N5jEkMYLv9g&list=WL&index=4&t=30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