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늦은 밤, 10시가 넘을 무렵이었다. 휴대폰 벨소리가 들리길래 폰을 들어 보니 '김ㅇㅇ / ㅇㅇ고등학교 동창'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어이~ 오랜만이다. 친구~ '


폰 너머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의 친구 녀석인데, 술에 잔뜩 취한 모양이다. 



고교시절부터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던 친구는 총 13명이었다. 주로 축구도 하고, 함께 어울려 다니며, 교실에서 홍콩영화 주인공처럼 무술 흉내를 낸다며 장난도 치곤 했던...



게중 한두명은 수년 동안 연락이 끊겨 살아 있는지 죽은 지 조차 모르는 친구도 있다. 



이 녀석들과는 고교시절, 항상 함께 어울려 다니며, 어른이 되어서도 친한 친구들로 지냈던..




그러나.. 이십대, 삼십대까지는 1년에 수차례 술자리를 가져왔던 그 친구들과의 만남은, 40대를 넘어서면서부터 뜸해 졌었고.. 50대가 넘어서면서부터는 친구의 부모 장례식장에서나 보게 되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최근이라고 하기에는.. 벌써 3년 전, 친구중 한명의 모친상에 다녀온게 마지막 만남이었었다. 


아뭏든, 이 친구 녀석의 목소리가 꽤나 반가웠다. 나도 마침 혼자 작업실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한참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작업에 몰두하고 있을 때였다. 


ㅇㅇ이라는 친구다. 이 친구, 많이 취했나 보다. 대뜸...


'야! 준성아~! ... '


잠시 뜸을 들이더니.. 






'보고 싶다!'


라는 말을 내뱉는다. 



'어, 그랴... 나도 보고 싶다. 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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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몇 마디 나누고 있는데, 옆에 ㅁㅁ 이라는 친구 녀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나 바꿔줘~'


술에 잔뜩 취한 친구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이 친구.. 어릴 적, 고교시절 별명이 '까치'였다. 


체육시간을 마치고 나면, 또는 수업을 마친 뒤 함께 뛰던 축구를 끝내고.. 운동장 한켠에 있던 수도꼭지에서 머리를 적시며 말리면 항상, 만화 주인공  '까치' 머리처럼 우스꽝 스러워 보이던 헤어스타일 탓에 지어진 별명이다. 




그런데, 이 친구 성이 '조'씨다. 친구들은 이 친구 별명을 부를 때 항상 성을 함께 붙여 부르곤 했던 기억...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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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린 녀셕도 이제 내일 모레면 환갑이란다....


ㅎ 이 녀석도 많이 취했나보다. 아직도 성우처럼 묵직하고 멋진 목소리에서 흘러나오는 인사말, 근황, 이런 저런 이야기에..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친구의 다정하고도 낯익은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냥... 그냥 '잘 사냐~ '라며 안부를 묻고, 더 늙기 전에, 더 늦기 전에 우리 한번 다시 만나자.. 라는 이야기. 


그런데, 그 친구의 목소리에서 어느덧 세월의 흔적과 힘겨웠던 삶의 지친 무거움이 느껴졌다. 


딸 아이가 취업 문제로, 결혼 문제로 어려워 한다는 이야기들, 아이들때문에 아파트로 이사했는데 대출이자 때문에 그냥저냥..


그나마 월급 덕분에 바둥바둥 그냥 버티며 살아간다는, 그냥 이런 저런 이야기들... 


이 친구는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일찌감치 따서, 아주 오래전부터 남양주 모아파트 관리소장을 수십년째 하고 있는 친구다.




그렇다. 먹고 사느라고 다들 정말 힘겹게 살아가는. 하지만 모두 아들 딸 낳아 평범하게, 어렵지만 서로 가족들과 의지하며 그렇게 잘 들 살아가고 있는 친구들...


현재 내 생활 주변의 거래처, 지인들, 사회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보다 더 소중한 '나의 친구들'이..다.


전화를 끊고 나니, 한참동안 먹먹한 가슴에 의자에 등을 뒤로 기대며 눈을 감았다. 





아까 정말 오랜만에 들려온 그 친구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야 임마! ...'




'어, 말 해..'




'야, 보고 싶다. 정말 보고 싶다... 친구야! 얼굴 함 보자~~~~ '



'그래, 그래.. 우리, 죽기 전에 얼굴 좀 꼭 보자.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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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28.0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