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남쪽 지방 시골구탱이에서 영업중입니다. 배운것도 가진것도 없이 성실함만으로 15년째 운영중이구요. 인구소멸지역이라 저녁7시만 되면 동네는 적막강산이 따로 없네요. 그럼에도 시골동네 사랑방 같은곳이라 꾸역꾸역 함께 울고 웃으며 버티는 중입니다. 허리가 굽어진 어르신들보면 뛰어나가서 손잡고 도로도 건네드리고 천사같이 이쁜 아이들(몇안되지만) 하교후 들르면 함께 고민 상담도 하고 바다건너 멀리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 보면 손짓발짓 섞어가며 통역도 해주고 작은 민원창구같은 역할을 하다보니 이런저런 사연도 많네요. 오늘오전 가끔씩 길건너실때 몇번 도움드렸던 어르신이 환한 얼굴로 힘들게 입구문을 밀고서 들어오시더니 카드를 내미시며 하시는 말씀
"내 오늘 지원금 받았는데 사장 가게 매상좀 올리줄라꼬 왔다아이가" "라일락 한보루하고 까스명수 한박스하고 미원한봉지하고 그라고... 그래 저거 휴지 한통하고 이래하믄 얼마고? 이거갖고 계산해라"
그래서 제가 웃으면서 "아버님 덕택에 저 부자 되겠어요"하고
담배장을 여는순간 아차 담배재고가..."아버님 주말이라 물건이 안들어와서 세갑밖에 없는데 우짜까예?"이랬더니 어르신 왈"뭐라카노? 담배집에 담배가 없는게 말이되나 하시면서 그라믄 담배는 놔두고 까스명수 두박스주라" "네 아버님"하고 창고로 달려갔는데 아차차 까스명수도 한박스 있는거 좀전에 뜯어서 냉장고에 채워뒀는데...
"아버님 죄송한데 까스명수도 지금박스가 없는데 우짭니까?"
죄송한마음에 고개를 조아리는데 어르신 말씀"도대체 장사를 우째 하는기고? 고마치아라. 일부러 택시까지 불러서 왔구만.
그라모 저 있는 휴지라도 도라" "네 아버님 휴지는 1+1이라서 두개 가져가시면 됩니다" 휴지두박스를 기다리던 택시에 싫어보내면서 어르신의 성의를 제대로 받아드리지 못한거같아 속이 상하네요. 휴지있던 빈 매대를 채우려고 창고에 들어선 순간 현타가 옵디다. 평소같으면 꽉꽉 차있어야할 창고가 허전한게 갑작스레 눈물이 확 쏟아지네요. 하루이틀은 오는손님 돌려보내면서 "내일은 괜찮아지겠죠" 이랬던게 벌써 2주가 되어갑니다. 여태 살면서 잘못한거라면 오지랍좀 부린게 죄일까요?
상념에 젖을새도 없이 점심때가 되었네요. 오늘부터 중간고사라 천사같은 우리아이들 문을 힘껏밀치며 들어오면서 "이모 시험 망했어요." 그래서 제가 "맨날 망하는 시험 안망하면 이상하지" "맞아요. 이모 최고" 깔깔거리며 농담도 잠시 "이모 삼김이 왜 없어요? 김밥도 없구요." "어..저..그게..." 할말이 없어서 버벅대는데 옆에있던아이가 "이모 물류그거 언제까지해요? 뉴스에 막 난리던대요. 사람도 죽고..." 잠깐 멈칫했네요.
순간 머리가 띵하니...그래 모든 매스컴에서는 사상자에만 포커스를 맞춰놨단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드네요.
실제로 피해보는 점주들 얘기는 없구요.
그래요 본인들의 이익을 위해서 시작된 집단행동에 피해자만 수천 아니 수만명... 과연 영세 자영업자의 입장은 누가 알아준단 말인가요. 이게 바로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거겠죠?
잠시 멍때리고 있는데...옆에 있던 아이가 "저쪽 @@편의점 가자"며 친구들을 끌고 나가는 순간 또 한번 무너집니다.
춥고 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이제야 따뜻한 아니 더위가 시작되는 계절이 편의점엔 성수기 이거등요.
이 중요한 시기에 자기들 뱃속 불리느라 애꿎은 편의점 점주들만 이토록 큰 피해를 본다는 생각에 하루에도 수십번씩 천불이 납니다.
물론 대화도 소통도 협의도 중요하지만 누군가를 볼모로 서로의 욕심만 챙기는 모두가 원망스럽네요.
저는 법도 잘모르고 가맹계약당시 배운 메뉴얼대로 접객하고 회사의 규정대로 따르며 근면성실하게 영업한 죄 밖에 없는데
앞으로의 진로를 고민할 정도로 의욕이 상실 되었네요.
화물연대,민주노총,원청,하청,노란봉투법...자세히 모르지만 누구를 위한 행동인지 한번쯤 고민좀 해주면 좋겠네요.
시간맞춰 배송오는 기사님들에게 음료도 제공하고 매일매일 안부전하던 그때가 다시 올까요?
점포에 물건이 없어 손님들 내보내는 심정이 어떤지
내보낸 손님이 바로옆 다른 편의점으로 가는모습을 볼때 당신들은 기분이 어떨거 같나요?
정말 원망스럽네요
돈없고 힘없는 서민들은 언제까지 두눈 멀쩡히뜨고 당해야만 하나요?
5월 가정의달 행사 팜플렛 보니 한숨만 나오네요
교대해야해서 청소하러 갑니다
갑자기 마무리 하네요
어딘가에 하소연 할데를 찾다보니 이곳까지 왔네요
주저리 늘어놓은 넋두리라 생각해주세요
그럼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