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년 2호선 건대역앞에서 태어났습니다. 당시 아버지는 정부기관에 근무하셨고 돈을 모으시고 집을 사느라 늦게 결혼하셨는데 당시 건대역 앞은 허허벌판에 막 택지개발을 해서 단독주택이 생길 때였습니다. 70년대 후반에 우리집 주변은 다들 중산층이었는데 옆집 친구 아버지는 대학교수였고 할아버지가 부자였습니다. 70년대중반만 해도 냉장고는 거의 있지도 않았고 TV는 대한전선 양문 달린 게 우리 집에 있었습니다. 어릴 땐 잘 몰랐는데 자라고 보니 지금이야 2025년과 2015년의 생활수준 차이는 크지 않지만 70년대만 하더라도 국민소득이 방글라데시만도 못해서 5년 사이의 생활수준이 하늘과 땅 차이 났습니다.
75년만 해도 냉장고 세탁기 TV도 없이 서울도 거의 일제시대와 다름 없이 살았고(서울은 그나마 전기가 들어왔지 조금만 시골이라도 호롱불로 공부했습니다) 동네 골목길도 보도블록도 없이 흙길이라 비 오면 장화 신고 다녀야 했습니다. 서울도 80년이 지나야 골목골목 보도블록이 깔리기 시작했습니다.
84년 정도 되니 집집마다 컬러TV가 보급되어 저희집 단칸방에 세들어 사는 세입자네 집에도 컬러 TV가 있었습니다. 당시 우리집은 아버지가 가전제품에 관심이 없으셔서 아직도 흑백TV였는데 제가 바꾸자고 노래를 불러서 컬러로 바꿨습니다.
아무튼 70년대를 확실히 기억하는데 60년대에 TV 있다는 건 저 만화 저자가 몇살인 지 몰라도 서울에서 그 시기에 안살아 본 사람이 확실합니다. 1968년 TV 보급률이 고작 2%였습니다. 67년 금성TV가 68,000원이었는데 쌀 80키로 한 가마가 3700원, 직장인 월급이 1-2만원도 안했을 시절입니다. 지금 월급으로 환산하면 TV 한 대가 1500-2000만원 수준입니다. 77년이 됐어도 겨우 50%였습니다. 즉 77년에 TV만 있어도 상위 50% 중산층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68년에 TV가 있다? 재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