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이제 세월이 지나, 기억하는 분이 계실지는 모르겠으나...
2년을 잘 채워서 운행하나 싶던 제 썩티언 스포츠는 결국 안녕하지 못 하게 됐습니다.
운전석 뒷쪽 프레임에 부식으로 구멍이 나는 바람에....
결국 남성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습니다.
(이 오지탐험 사진이 마지막으로 제대로 찍어준 사진이 될 줄은.... ㅠㅠ)
일단 다음 차 알아볼때까진 그래도 한동안 탈 수 있으니, 살살 출퇴근용으로만 타면서 며칠 고민해봅니다.
"다음 차의 조건은 무엇인가?"
깊게 고민해 본 결과, 아래와 같습니다.
1. 고도의 썩차일 것
- 취등록세 포함 150만원 이내로 예산을 정했습니다.
경기불황으로 썩티언때보다 25% 더 줄었음;;
2. 다음 편의장비 중 4개 이상을 보유할 것
- 스마트키, 크루즈컨트롤, 썬-루프, HID 헤드램프, 통풍씨트
- 사제로 시공된 차량은 X
3. 지금까지 안 타본 브랜드일 것
- 이 항목으로 인해 5대 국산차 브랜드는 즉시 제외되었습니다.
4. 취득경로를 색다르게 해볼 것
- 네... 이번엔 공매차를 보기로 했습니다.
1,2번이 대체 공존 가능한 조건인가 싶지만... 수입산 썩차라면 가능합니다.
다만, 굳이 공매로 취득경로를 제한한 이유는, 지금껏 차량 취득 방법이 너무 평범했었단 생각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껏 자동차는 중고 매매상에서 사거나, 신차를 내리거나, 개인간 직거래만 했습니다.
공매차, 이거 꼭 한번쯤은 경험해 봐야겠다 싶었어요.
그렇게 오x마트에 접속 후, 흐물흐물한 고간을 주무르며 상기 4가지 조건들을 충족하는 공매개썩차를 확인합니다.
솔직히 그냥 글로 쓰니까 간단한데...
위 그림처럼 빨간색 표시한 부분들 매일 클릭해서 100만원 초반대까지만 훑어보기를 한 달 넘게 반복했습니다.
입으로는 큰소리로 아~ 입찰하고싶다~ 중얼거리면서 보는데, 진짜 맘에 드는 차가 존나게 없더라구요.
그렇게 오늘도 또 회전문 돌아서 나가야하나 싶던 어느 날 오후,
아- 이것은? 싶은 차명이 하나 딱 눈에 들어옵니다.
사실 좀 긴가민가 합니다.
개인적으로 왜놈의 차를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고,
하필 카를로스 곤의 일본탈출급 속도로 한국시장 탈출러쉬를 조져버린 인피니티라니?
게다가 니싼계열 차는 SM5 EX1으로 수년간 체험해봐서, 여러모로 그닥 안 땡기던 상황.
다만, 요 V36형 G35/G37들이 그 시절 인터넷에서 정말 개같이 빨리던 것을 생각해보면,
저렴하게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맛만 좀 보는것도 아주 살짝 꼴리긴 합니다.
(이제와서 얘기지만... 그랬으면 안 됐는데 진짜)
솔직히 입찰 넣기 직전까지도 그냥 구SM7 후륜구동 버전이 아닐까 싶어서 망설이긴 했는데,
올라온 사진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결국 이 차에 입찰을 넣어버린 사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G37이 아니라 G35 + 스포츠(S)가 아닌 노말 모델
- 개인적으로 출력 욕심도 없고, 고급유 넣을 생각도 없습니다 (VQ35HR은 고급유 필수가 아닌 권장)
- 굳이 스포츠모델 아닌 노멀을 샀다는 건, 전 차주들이 안 때려밟고 얌전히 탔을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죠... (살짝 발기함)
2. 내장재 까짐 없음 + 엔진 디자인커버에 엠블럼이 그대로 붙어있음
- 이 두가지는 복불복이 아니라 뉴SM3 공조기 버튼까짐 증상처럼 100% 발생하는 문제로....
그냥 차주가 관련된 복원 및 수리를 실시해서 탔다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 즉, 이건 어느집에선가 곱게 잘 관리받던 찹니다. (상기 1.과 매칭돼서 사타구니 해면체 내부 압력이 꽤 올라갔습니다)
3. 실내등 LED 교체없이 순정전구 유지중
- 저는 이게 전 차주 성향을 잘 알 수 있는 요소라 생각합니다.
- 게다가 측면썬팅이 연하고, 무려 앞유리 썬팅이 안 돼있습니다. (여기서 풀발기함)
- 심지어 번호판등도 순정 필라멘트 전구 그대로!
4. 리스팅된 고장 내용들이 충분히 감당 가능한 것들임
- 실내 곰팡이 : 그냥 물티슈로도 잘 닦입니다.
- 전면유리 돌자국 : 금만 안 갔으면 땡큐입니다.
- 오디오 고장, 도어 개폐불량 : 개인적으로 도합 두 시간 이내에 수리 가능.
- 에어컨 : 악과 깡으로 창문열고 버틴다 가스 정도는 한번 넣어보죠 뭐. 새면 여름 전에 폐차하고요.
- 누유 : 니싼차들 새는 부위가 뻔합니다. 그냥 타도 무관하고, 정 너무 심하면 자가수리 가능.
- 체크엔진 점등 : 스캔해보고 치명적인 고장이면 똥밟은 셈 치고 즉시 폐차하면 됩니다.
물론, 문제점들도 있습니다.
1. 대시보드 커버
- 분명 전 차주 성향상 대시보드 커버를 쓸 리가 없는데, 두툼하게 깔아뒀더군요.
- 즉, 커버 밑에서 험한것이 튀어나올 확률 100% (이 시절 왜놈차들 종특... 대시보드 끈적임+갈라짐 대환장 콤보)
2. 왜놈의 차
- 이건 진짜 폐차전까진 해결 불가
써 놓고 보니, 대시보드 끈적임 정도는 감당 가능하네요. (2번은 물론 포기)
결론을 냈으니... 목표가격을 조금 높게 (예산 최대치에 걸리게) 설정하여 입찰한 후,
발표날이 되었습니다.
사실 발표날 된 줄 몰랐어요. 입찰 참여했단 사실조차 까먹고 일 하고 있었는데, 문자 와서 알았습니다.
아니 이런 씨바, 한 30 적게 써 낼걸....
그냥 예산에 맞춘답시고 생각없이 입찰했더니, 중고시세가 엉망인 차를 너무 비싸게 입찰한겁니다.
생각해보니 이거 멀쩡한 차도 200 중반정도면 살 것 같은데, 공매개썩차 그레이드에 135라니?
아마 누군가는 이 꼴을 보고 웃었을 것임이 분명합니다.
시발.
뭐 어쩔 수 있나요. 이미 결심한 거, 입금하고 구청 담당자분 통화하고,
거주지 차량등록계 서류 넘어오는 거 확인하고, 이전조치까지 일사천리로 마쳤습니다.
이제 필요한 서류절차는 모두 끝났고, 차량등록증과 신분증을 들고 오토x트 보관소로 가서 차를 가져오면 됩니다.
제 전략은, 대중교통으로 보관소에 간 후, 썩차를 직접 운전해서 수백km 떨어진 집까지 끌고 오는 겁니다.
사실 그냥 전략이 없는 거죠.
아니, 운행이 안 되는 차면 어쩌려고 그러는가?
굴러가게만 고쳐서 출발하면 됩니다.
중간에 퍼지면 어쩌려고 그러는가?
길바닥에서 대충 수리해가면서 끌고 오면 됩니다.
좀 세게 퍼지면, 제일 가까운 폐차장으로 보내고요. (이래놓고 사실 쫄려서 견인거리 확대특약 들고 출발함)
그렇게 평소 안 타던 기차를 잡아타고, 새벽부터 긴 여정을 시작합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