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내내 학교가 대자보로 뒤덮여 있던 시절이 있었죠.
시위대랑 맞서는 전경 중에 동기를 봤다는 이야기도 들렸고, 다친 전경을 시위대 학생들이 돌봐줬다는 뉴스에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군사정권과 부패한 권력에 맞선다는 명분이 있었는데 이번 시위는 충분한 명분이 있었다고 해도 무언가를 망가뜨리고 망친다는 게 시위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미국에서 인종차별 등의 이유로 흑인들 폭동 가끔 일어나지만 아무 상관 없는 상점 들을 약탈하는 걸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서 결국에는 인종차별만 더 심화되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공론화를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을 하는 걸 들었는데 차라리 셔츠에 큼지막하게 원하는 내용 인쇄해서 입고 학교 주변 도로를 청소하든지 한강에 가서 쓰레기 치우면서 침묵시위라도 했으면 오히려 뉴스에도 나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지 않았을까요?
"우리가 원하는 내용을 학교 밖의 사람들도 알고 지지를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사회에 조그만 보탬이라도 되는 방향으로 시위를 진행하게 되었다." 라고 어른스럽게 인터뷰도 하구요.
'공감'을 얻기 위해 어떤 정치인은 평생을 바치기도 하고 가수나 연기자, 작가들도 10년~20년 무명 생활을 견뎌내기도 합니다.
2,200원짜리 스프레이라커로 본인들의 집이라고 할 수 있는 학교를 망쳐버려야지...라는 생각을 처음 한 사람이 누구이고, 그 사람이 누구이기에 학생들이 그 생각을 따르고 실행했는지 참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네요.
집회에 참가했던 학생들이나 가족들, 그 주변인들 중에 누구라도 사태의 심각성과 현실을 직시하고 학교 측에 남녀공학협상과는 별도로 시설물 파손 등에 관해서 유감을 표하고 진정성 있고 진심어린 사과와 사태 해결을 위한 협조를 제안하자고 설득한 사람이 정말 한 명도 없었다는 건지 너무나 안타깝네요.
잘못하지 않았다고 우기거나 잘못을 덮으려고 거짓말 하다가 더 크게 혼난 기억들 있잖아요.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손가락질만 하기에는 이웃의 자식이고 누군가의 언니, 누나, 동생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잘못한 부분은 시인하고 조사에 협조해서 일부라도 선처를 받고 본인들의 미래에 전념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학생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너무 많아요!
정답이 없는 문제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도 귀기울일 줄 알아야 합니다.
정말 안타깝지만 이 시대 어린 아이들아
사회가 알아서 너희들을 공감해주진 않는다는 것
그걸 무리하게 요구할 수도 없다는 것을
이 사태를 보며 좀 알았으면 한다
사회는 너희들이 바라는 공감을 법이라는 도구로 한다는 사실을
100원 하나의 책임까지 느끼길 정말 바란다.
마지막 한명까지
퇴학과 민형사책임이 무겁게 내려져서
사회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실감하며 성숙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