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군 장교로 군 복무 중인 30초 남자입니다. 아직 미혼이라 결혼 등의 장래를 위해 열심히 돈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저희 집은 흙수저 집안이었습니다. 그래도 방임이나 학대받지 않고 나름 어머니께는 정을 많이 받고 잘 자랐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집안은 어머니가 경제관리를 맡아해오셨는데, 최근 2년간 저에게 천만원씩 두번 돈을 빌려달라고 하셔서 돈관리가 잘 안되는구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돈을 빌려드릴 때 제가 왜그런지 이유를 물어봤고, 어머니께선 당장 돈나갈데가 있는데 생활비가 모자라기 때문에 당시만 넘기면 문제 없을 거라는 식으로 말씀 주셨습니다. 

 

당시에도 거금이 필요한 상황이 잘 이해가 안되어 저 나름대로 추궁했지만, 지금만 넘어가면 나아질거라는 어머니의 완고하고 방어적인 대답을 믿고는 당시 빌려준 돈으로 저도 해결이 될 줄 알았습니다. 

 

 

문제는, 며칠전 또다시 4백만원을 빌려달라는 연락이 왔고, 저도 없는 소득에 돈을 모으는 입장에서 도대체 어떻게 왜 이런 돈이 필요한건지 알고자 어머니를 붙잡고 취조아닌 취조를 하게됐습니다.

 

자식에게 본인이 맡아온 경제권을 밑바닥까지 다 보여주려니 민망하고 화나셨는지 처음엔 잘 말씀을 안해주시려 하더라구요.

카드, 계좌내역, 대출 현황 등 수시간의 면담 끝에 어머니가 여태껏 모자란 생활비 대출을 잘못굴려서 2금융권+대부까지 총 1억 4천가량의 생활비 빚이 있는걸 알게되었습니다. 여기에 주담대 상환까지 더해 한달에 이자만 300만원가까이 갚고 있더라구요. 

 

흙수저 부모님 소득으로는 이자를 감당할 수 없기에 현재까지 계속 빚이 불어났구나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머릿속에 순식간에 망가진 제 미래계획과 함께 개인회생, 생계곤란 전역, 상속 포기, 의절 등 온갖 생각이 다 들더라구요... 

 

제가 빚이 커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빨리 자세히 물어봐서 도와드렸으면 이 사단까지 안났겠을까 후회가 되면서도 어머니의 형편없는 돈관리 능력과 이를 안건지 모른건지 본인이 붙잡고 해결하려다 이 사단을 낸걸 생각하면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너무 착잡합니다. 차라리 상처뿐인 어린시절이라면 연을 끊어버리는 쉬운 선택지를 골랐겠지만, 어머니는 저에게 정말 많은 희생을 해주셨고 그렇게 어머니는 제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가 되었습니다.

 

제발 대부나 현금서비스, 돌려막기 같은거 하지말라고 몇가지 원칙을 알려주고 당분간은 제가 돈관리를 도와드리기로 했습니다만, 솔직히 어머니의 돈관리하는 모습을 보면 5년 10년 뒤에 또 같은 문제가 불거질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자식의 도리를 다한다는 마음으로 이번까지만 도와드리기로 결심했습니다. 

 

오늘 모은 돈 3천여만원을 보내드렸고, 다음주 영업일에 은행에 대출 상담을 받으러 가려고 합니다. 

 

 

당장 다음주가 지나면 저는 1억 수천만원의 빛쟁이가 될 예정이네요. 노후는 커녕 앞가림도 어려운 부모님 덕에 결혼은 그만큼 요원해질게 분명하구요... 저도 제 인생이 있고, 나름 자아실현에 큰 가치를 두며 열심히 살아왔는데 모든게 그녀의 엉망진창인 경제능력때문에 망쳐진 기분입니다. 

 

정말 마음 한켠에서는 의절하고 싶은 마음이 울부짖는데 머리로는 차마 그렇게 할 수가 없네요.. 이런 경우 도와드리는게 맞았던 걸까요? 아니면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거리를 두는게 바람직 했던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