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접촉사고가 났는데요. 죄송합니다."
나가봤더니 차가 찌그러져있다.
근처에서 건물을 새로 올리고 있었는데, 크레인이 짐을 들고 나르다가 실수했다고.
아... 스트레스받는다.
아침부터 이게 무슨 날벼락.
보험 접수를 해준다는 말을 듣고 돌아왔는데 오후가 되도록 보험접수 연락이 없다.
오후 6시가 되어 가해자(?)에게 전화를 해봤는데 전화를 받지 않는다....
아... 스트레스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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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찌그러진 차를 타고 사무실에 다녀왔다.
문짝이 눌려서 창문이 잘 열리고 닫히지 않는 채로.
집에 돌아오니 내 거주자 우선 주차 자리에 불법주차가 되어있다.
그러면 그렇지.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러면 그렇지.
구청에 신고를 하고 차에서 잠시 기다렸다.
전화가 왔다. 불법주차 차주인 것 같다.
"주차 때문에 전화하신 거죠? 죄송합니다."
야이, 죄송한 거 알면 죄송한 짓을 하질 마...
빨리 온다더니 10분이 가까이 되도록 오지 않는다.
하....
단속원들이 먼저 왔다.
차에 딱지를 붙인다.
저 딱지 값이 얼마인지 알고 있다.
이전에 많이 봤거든.
한번은 벤츠 S 클래스가 내 자리에 주차를 해놓고 전화번호도 써놓지 않은 채로 하룻밤 내내 차를 빼지 않은 날이 있었다.
단속반에서 나와 붙여둔 딱지를 보니 겨우 14,000원.
이러니 불법주차를 하지.
공영주차장에서 하룻밤 일 주차하는 것보다 싸네.
단속반 아저씨들이 딱지를 붙이며 웃으며 말한다.
"그래도 최근에 좀 올랐어요. 이제 19,000원이에요."
그때 저쪽에서 어떤 여자가 뛰어온다.
단속반 아저씨들이 딱지 붙이고 있는 걸 보며 잽싸게 뛰어와서 죄송하다고 굽신굽신한다.
아유 죄송해요 죄송해요.
왜 나에게 죄송하다고 안 하고 단속반 아저씨들에게 죄송하다고 하지?
이 여자의 눈에는 단속 딱지 밖에 안 보이는 것 같다.
차에서 허겁지겁 딱지를 빼어 들더니 아저씨들 손에 다시 쥐여준다.
그러고는 얼른 차를 타고 도망간다.
내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이런 게 거주자 우선 주차 인생인가?
인생 왜 이러냐. 슬프고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