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어릴 적 이야기 좀 해보려고 합니다. 이곳에 이런 글을 써도 되나 모르겠네요..

 

저는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서 자랐습니다. 부모님은 이혼 하셨어요. 엄마는 일하느라 자주 보진 못했습니다.  그래도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제 생일엔 꼬박꼬박 선물들을 보내줬어요. 

 

그러던 어느날, 엄마가 묻더라고요. "아빠가 생기면 어떨 거 같아?" 저는 늘 아빠 있는 애들이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좋다고 했어요. 엄마는 제 말에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새아빠를 데려왔어요. 그리고 엄마가 동생을 가지게 되면서 저와 엄마, 그리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셔 혼자 계신 할머니까지 시골 마을로 이사를 갔습니다. 처음 본 새아빠는 첫만남엔 저에게 잘 해주었던 것 같아요. 근데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억지로 포옹하게 하고, 볼뽀뽀를 하게 해서 제가 새아빠를 거부했어요. 그러자 그때부터 새아빠는 저를 싫어했어요. 싸가지가 없다, 인사를 잘 하지 않는다, 편식한다 등등 여러 이유로 저를 경멸어린 시선으로 바라봤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제 동생이 태어났습니다. 무척 귀여운 남동생이었어요. 저는 친척들 사이에서 막내였기에 동생이 무척 갖고싶었거든요. 근데 동생이 태어나고 저는 더더욱 새아빠에게 찬 밥 신세가 되었습니다. 인사를 잘 하지 않는다고 욕을 먹어서 항상 새아빠 퇴근 시간만 오면 문 앞에 서서 "잘 다녀오셨어요" 인사를 했는데 무시를 하고, 시험 100점 맞아서 시험지를 들고기도 무시. 죄다 무시였어요. 또한 제가 생선류는 비려서 먹지를 못하고 콩도 싫어했습니다. 근데 편식한다는 이유로 근 한 달을 콩밥과 생선류만 먹게 했습니다. 

 

엄마는 이런 태도에 화가 나서 싸우기도 많이 싸우셨어요. 근데 경제권을 전부 새아빠가 쥐고 있었기에 저희들이 먹고 살려면 결국 새아빠에게 꼬리를 내릴 수 밖에 없었어요. 엄마는 그래서 틈틈이 알바를 가면서 생활비에 보태 썼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엄마도 많이 힘들었어요. 알바 때문에 나갔던 일을 새아빠가 딴 남자 만나러 나간 거 아니냐면서 계속 의심을 했거든요. 게다가 새아빠쪽 식구들은 계속해서 엄마한테 욕을 퍼붓고 스트레스를 줬습니다. 엄마는 괴로움을 잊고자 술에 매달렸어요. 밤마다 술을 마셨는데 집 안에서 마실 땐 잔뜩 취하고 잠을 자니 괜찮았지만 밖에서 술을 마신 날에는 둘 중 하나였습니다. 새아빠만 돌아오거나, 새아빠가 전화로 '네 엄마 좀 데려가라'라고 전화가 왔어요. 새아빠가 위치를 알려주면 저는 혼자 택시타고 밤 중에 엄마를 데리러 가곤 했습니다. 알려준 장소에 가면 엄마는 항상 술에 취해 걷는 것도 힘들어 했어요. 저는 엄마를 부축하고 집에 가려 해도 엄마는 집에 안 간다면서 바닥에 눕고 꼼짝을 안 했습니다. 욕을 하면서 집에 안 간다는 엄마를 초등학생인 제가 업을 순 없더라고요. 결국 저는 엄마를 질질 끌어 안전한 곳에 눕히고 그 옆에서 밤을 지샌 적도 꽤 있네요. 새아빠는 뭐했냐고요? 저와 엄마를 버리고 집에 갔습니다. 가끔 여기에 어린 동생이 껴있으면 동생만 데리고 가더라고요. 

 

새이빠의 지속적인 무시와 경멸어린 시선, 그리고 엄마의 알코올 의존으로 저는 더이상 집에서 웃을 수 없었습니다. 말도 더이상 하지 않았습니다. 집은 저에게 지옥과도 같았어요. 하루는 엄마가 술에 잔뜩 취해 저에게 그러더라거요.. "너만 없었어도 내가 이렇게 살진 않았다." 모든 게 제 탓 같았어요. 내가 새아빠 가지고싶다 해서 그렇구나.. 아 나만 없으면 엄마는 더 이상 참지 않아도 되겠구나.. 그래서 그때부터 세상에서 없어지려 했어요. 블라인드 줄에 목을 메어보기도 하고, 칼로 그어보려도도 하고.. 이때가 초등학교 4학년 때네요...저는 6학년이 되는 해에 결국 할머니와 함께 친척이 사는 동네로 이사를 갑니다. 엄마가 저를 위해 한 결정이었어요. 엄마가 이런 결정을 결심한 이유를 먼 훗날에 말해주더라고요. 어느날 학교에 데리러 갔는데 집에서는 말도 안 하고 웃지도 않던 애가 환하게 웃고 떠들고 있었다고.. 그 모습에 엄마가 '아 더이상 참으면 안 되겠다' 결심했다네요. 

 

그 이후로 엄마는 이혼하고 동생을 데리고 저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도 혼자 있을 땐 우울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떨쳐내기 쉽지 않네요. 무언가를 해보려는 시도도 못하고 그저 겁쟁이로 살고 있습니다. 나약하고 의지없는 사람으로요. 운동을 해보고 무엇을 해봐도 이 무기력함은 사라지질 않네요.. 글이 참 길었습니다. 그냥 저는 제 이야기를 터놓고 싶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 나를 위로해주기를 바란 거 같네요. 그래서 커뮤니티 취지랑은 맞지 않은 글을 쓴 거 같기도 합니다. 

 

제 부족한 글솜씨로 잘 전해졌는지 모르겠네요.제 글을 읽어주신 분께 감사하고 또 죄송합니다. 이런 다소 어두운 글을 써서요. 문제가 된다면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관심과 위로를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ㅎㅎ 덕분에 한참 울고 위로 받았습니다. 작은 것부터 해보라 하셨는데 생각해보니 전 제 꿈이 뭔지도 모르더라고요. 옛날에 새아빠 쪽 형제분께서 저에게 묻더라고요. "넌 꿈이 뭐니?" 근데 저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어요. 꿈을 꾸기엔 그때의 저에겐 여유가 없었나봐요. 꿈이 없다는 말에 그 분께서 "넌 무슨 애가 꿈 하나도 없냐?"라면서 타박하시는데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면서 부끄러워지더라고요. 그 뒤로 내 꿈이 뭘까 생각해봤어요.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이제부터리도 조금씩 찾아가볼게요.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는 외가쪽이셨어요. 친아빠 쪽 친척들은 한 번도 본 적 없어요. 친아빠하고도 연락 주고받아 본 적도 없고요. 저를 여태 키워주셨던 할머니는 몇 년 전 돌아가셨고요. 갑자기 할머니가 보고싶어지네요. ㅎㅎ 

 

마지막 추가를 해보려 합니다 ㅎㅎ 이게 뭐라고 추천도 600 넘게 받고 댓글도 이리 달리는지 제 인생 최고로 많은 관심을 받았네요. 위에서 적지는 않았지만 더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성 적인 부분에서도요. 정도는 성추행 정도지만 한창 2차 성징이 시작되고 예민한 시기였기에 더 큰 산처였어요. 이건 엄마도 모르고 계세요.ㅎ 저와 같은 분들이 계시면 여기 달린 댓글들 보셨으면 좋겠어요. 비단 저 뿐만 아니라 여러분들에게도 하는 말들이니까요. 좋은 댓글들 달아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도 항상 좋은 일만 있으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