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 26세때 쯤의 이야기입니다.
당시 중소병원으로 이직을 했었는데 (저는 간호사입니다)
병원 주차장이 항상 만석이라 참 힘들었어요.
주차장에 자리가 없으면 오후 근무번 직원들은 보통 인근 거주자 주차구역에 댔다가 덜 바쁜 시간(저녁밥 나오는 시간)에 살짝 나와 차를 옮겨놓곤 했어요.
거주자 주차구역은 저녁 6시부터니까 그 전에 차를 빼주면 됐거든요.
문제의 그날은 유난히 병원 근처엔 주차할 곳이 없더라구요.
평소보다 더 먼 옆골목 주택 바로 앞 거주자 주차구역에 대고 급히 이브닝 출근을 했습니다.
그리고 여느때처럼 환자들 저녁 밥차 나오는 시간에 차를 빼주려 했는데...
그날 저녁시간에 응급상황이 터져서 밥도 못먹고 정신없이 일했고
그 여파가 저녁까지 몰려서 화장실도 못가고, 폰 한번 못보고 일했네요.
바쁜 와중에 주차를 다시해야한다는 사실도 홀랑 잊었습니다.
나이트번이 출근하고 인계를 하는 그 직전까지도 너무 바빴는데...저녁 9시 30분쯤 차지선생님의 인계가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중고신입이었던 저도 겨우 한숨돌리고 스테이션에 앉아 폰을 열어봤는데
와... 부재중전화 수통과 문자 여러개... 보는 순간 아차 싶더라구요.
거주자지역에 차 대놓고 왜 연락도 안받냐
차 빼달라
전화받아라 등등의 문자..
마지막은 견인하겠다, 로 끝나있더군요.
그 순간 머리가 새하얘지고 소위 멘붕이 오더라구요.
인계중이라 전화는 못하고 문자로 급히
근처 병원 간호사인데 중간에 차 빼려고 했는데 바빠서 어쩌고 저쩌고 구구절절 정말 죄송합니다
두서없이 막 문자보냈네요ㅠㅠ
답장은 없었고...
이미 제 차는 견인되었을텐데 견인된 차는 어디서 찾아야하지,
견인된 차 찾을때 돈은 얼마 들지,
온갖 생각을 하며 마치자마자 일단 거기로 뛰어갔는데
제 차가 견인되지않고 그 자리에 잘 있었습니다.
집주인이자 거주자주차자리의 주인같아보이는 분이 대문앞에서 기다리고 계시더군요.
그분께서 아니~! 차를 이리 대놓고 연락도 안받고~! 내가 진짜 견인 부를라다가 참았어요~! 이러시는데
그날 하루종일 힘들었던 여파 + 마음 졸이며 갔더니 차가 견인되지않음의 그 힘듦과 안도감에 눈물이 막 나는거예요.
주인분께 너무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만 반복하면서 하면서 엉엉 울었더니 약간 당황하시면서 괜찮다고, 난 다른데 대고 왔다고 조심해서 차 빼라고 하시더군요.
지금 생각하면 울일도 아닌데 울기까지 했으니 그분이 얼마나 당황하셨을지 ㅎㅎㅎ
저도 지금은 주택에 살고, 대문 막아놓은 차를 보면 열이 확 뻗힐때가 있지요ㅋㅋㅋ
전화하면 대부분 죄송해하며 바로 빼주러 오시더라구요.
그럼 저도 민망해하며 아니다, 일 다 보고 차 빼셔라 하게 됩니다.
심지어 저는 그날 연락도 안됐고, 연락되고서 바로 빼지도 못하고 인계끝나고 마치고나서야 갔는데ㅠㅠ
10년이 지나도 그날의 기억과 감정이 생생하고 그분께 아직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