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동아건설의 의뢰를 받아 러일전쟁 때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했던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의 위치를 찾던 한국해양연구소의 모 연구원이 "해당 선박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날부터 동아건설 주가는 7 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군함이 현재 시가 150조 원에 달하는 금화와 금괴를 싣고 발틱해에서 출항, 지구를 한 바퀴 돌아 대한해협까지 와서 전투하다 손상을 입고 침몰했다는 건 상식을 초월하는 주장이었지만, 수많은 사람이 그 주장을 믿었습니다.
돈스코이호는 2018년에도 다시 등장합니다. 당시 신일그룹은 세계 최고 수준의 중국 인양업체와 계약을 맺었다며 투자자들을 모았습니다. 신일그룹 주식도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보물선은 없었고, 신일그룹 관계자들과 돈을 받고 가짜 기사를 써준 기자는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1976년 박정희가 연두기자회견에서 발표했던 '포항 앞바다에 석유 있다'는 주장이 50년만에 윤 대통령의 입에서 다시 나왔습니다. 그때와 달라진 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심해 전문 기업'에 조사를 의뢰했다는 점과 시추 비용만 5천억원 이상이라는 '국민세금 청구서'가 붙었다는 점입니다.
작년엔 엑스포 유치하겠다며 국민 세금 5천억원 이상을 누군가의 주머니로 흘려 보내더니, 올해는 석유가 있는지 없는지 조사하겠다며 국민 세금 5천억 원 이상을 또 누군가의 주머니에 담아 주겠답니다. 석유가 정말 나왔으면 좋겠지만 돈스코이호 인양 사업이나 엑스포 유치사업처럼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돈스코이 인양 사업은 일부 언론이 의혹을 제기하고 검찰이 수사했지만, 이번 시추 사업은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일 게 뻔해 더 우려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