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방 출장을 위해 고속도로를 달리다 '정안알밤휴게소'에 잠시 들렀다.


다시 차를 타고 휴게소를 빠져나와 고속도로로 합류하려던 길에 우측 갓길로 혼자 지팡이 하나 들고 걸어가시던 할머니를 목격했다.


지나치면서 창밖으로 언뜻 보니 족히 80세는 되어 보였다.



고속도로 함모니.jpg

 


잠시 멈춰 세우고 할머니께 대체 왜 이 고속도로 갓길을 위험하게 혼자 걸어가시냐고 물어보려다...


업체 대표와의 약속시간이 촉박해서 멈칫멈칫하다 그냥 지나쳐버리고 말았다.


그 후 해당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보니 전방에 빠지는 램프가 보였다. 휴게소에서 출발한지 약 15km 후 첫 번째 램프였다.


할머니의 걸음걸이 속도로 보아선 아마 그 램프까지 걸어갔다면 10시간은 걸릴 듯 보였다.


계속 신경쓰여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관할 고속도로 순찰대에 출동해달라고 요청했다 한다.


그 후 몇 시간이 지나 업체 대표와의 미팅이 끝난 후 출동했던 고속도로 순찰대원과 통화를 해 보았다.


그 어르신은 발견했는지...어르신이 어떻게 고속도로에 진입했는지...


순찰대원은 그 어르신이 고속버스를 타고 정안알밤휴게소에서 내려 환승을 해야 하는데 환승을 못해 휴게소를 기웃거리다 결국 고속도로까지 걸어 내려와 계속 앞으로 걸어가고 계셨다고 했다. 정말 위험해 보였으며, 어르신을 발견 후 바로 차에 태워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가실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했다. 


얼마나 다행인지...

만약... 고속도로순찰대가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 어르신은 어디까지 걸어가셨을지 계속 그 때 생각이 난다.

목적지가 어디였는지는 모르지만 대체 어디까지 고속도로를 혼자 걸어가려고 하셨는지...


시간이 지나고 며칠동안 계속 생각이 났다. 처음 할머니를 목격했을 때 바로 차를 갓길에 세우고 그 상황에 대해 여쭤봐야 했다. 그러지 못한 나 자신이 얼마나 원망스럽고 실망스럽던지. 다음에 다시 그러한 상황에 맞딱뜨린다면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차를 세울 것이다. 

 

만약 그 어르신이 내 부모님이었다고 생각하면... 상상만해도 울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