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보배드림'에 대해 오래전부터 알아왔지만, 게시글을 잘 읽지는 않았었는데.. 남편이 하는 말 초입에 늘 "보배드림에서 읽은건데~ " 라는 문구가 있을 정도로, 남편이 좋아해서 여기에 글을 적어봅니다. 참 훌륭한 사람인데, 제가 표현력이 부족해서 여기에 적어보면.. 혹시나 남편이 읽게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ㅎㅎ 

15년 전, 가진 것과 받은 것 없이 결혼생활을 시작했던 저희 부부입니다. 남편과 나이차가 조금 있어요. 남편은 27살에, 저는 20살에 결혼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월세방에서 시작해, 정부전세지원금으로 전세집을 두어번 더 전전하며, 이제는 경기도 외곽에 자가 아파트에서 살고 있습니다. 중학생 아들과 초등학교 6학년 딸이 있네요:) 

연예때부터 지금까지 늘 한결같은 내 남편.. 때로는 어리석다 싶을정도로 착한 사람입니다.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기는 커녕, 늘 불안했던 유년시절을 보내놓고도, 아이들을 얼마나 끔찍히 생각하는 아빠인지 몰라요. 교육을 위해서라도 애들만 챙기지 말고, 본인 스스로를 잘 챙기는 모습도 보여주라고 제가 잔소리를 늘어놓으면~ 애들 위하는게 아니라, 자신 행복을 위해서 애들을 챙기는 거라고 합니다. 

 10년 전에 둘째 아이가 어려, 밤중수유를 새벽에 해야하는데.. 젖병을 안 씻어두고 아이와 함께 깜빡 잠들어서, 심장이 덜컹 내려앉은 적이 있습니다. 부리나케 주방으로 달려가서 젖병을 씻으려고 했는데.. 깨끗이 씻겨 선반에 가지런히 놓여진 젖병과 젖꼭지들이 보이더라고요. 분유를 타려고 젖병을 손에 쥐자, 느껴지는 뜨끈한 온기에, 배고파 우는 아이와 함께 소리죽여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 새벽에 퇴근하고도, 젖병을 깨끗이 씻어 열탕소독까지 했을 남편.. 저는 평생 그 온기를 잊지못할 것 같습니다. 

며칠 전, 제가 악몽에 시달려 자다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제가 가위에 눌린 적이 몇번 있었어요. 남편이 흔들어 깨워주어 눈을 떴는데, 남편 뒤에 저승사자의 갓이 보였습니다. 너무 무서워서 당장 불을 켜달라고 했는데, 남편이 황급히 불을 켜주며 저를 안아주었습니다. 괜찮다고~ 아무일도 없다고 말해주는데, 두렵고 무서운 마음이 가라앉았습니다.. 그래도 다시 잘때 그 꿈을 이어 꿀까봐 무섭다고 하니, 그럼 불을 켜고 자자고 하는데.. 눈물이 핑 돌게 고맙더라구요. 자다가 불 켜는게 얼마나 성질이 나는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저인데요~ 간밤에 뒤숭숭한 꿈을 꾸어서, 남편에게 저녁약속을 변경하면 안되겠냐고 하자.. 거침없이 약속을 취소하겠다는 남편에게 얼마나 고마웠는지요. 

외벌이 10년에 맞벌이 5년, 회사라고 부를 수 없을정도로 잔인했던 노동착취의 일터를.. 남편은 오랜시간 버텨왔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적은 돈으로 어떻게 살았을까 싶은데.. 단 한번도 가난하다고 생각이 들지 않았던 이유는, 남편이 제가 운영하는 살림에~ 늘 격려해주고, 잘한다고 칭찬해줘서였던 것 같습니다. 한달에 한번 먹었던 치킨이, 얼마나 맛있었는 지 모릅니다. 


아이들 사교육을 최대로 미뤄, 가정학습을 해왔습니다. 아이들 시험 때가 되면, 아빠랑 함께 공부하며 시험을 준비합니다. 점수보다, 앞으로의 다가올 수많은 시험들에 '준비하는 태도'를 배워가고 있다 생각되어, 아무런 걱정이 되지 않습니다. 아빠의 성실함과 노력, 지혜를 배워 성적과 관계없이, 인생에서 만나게 될 여러 시험들에도 아이들이 잘 헤쳐가리라 생각됩니다. 큰 아이는 운동을 하고, 작은아이는 평범한 초등학생인데. 각자 얼마나 자기일을 열심히 하는지.. 저희집은 저만 잘하면 됩니다ㅋㅋ 정말이예요. 
 
사교육비를 아껴서, 남편이 회사일 외에도 프리랜서로 잠 아껴가며 열심히 번 돈으로. 여행을 많이 했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전국 팔도를, 아이들이 자라고서는 해외여행도 여러번 나갈 수 있게 되었어요. 저에게 여행은,, 20대 초. 중반에 시간과 체력과 영혼을 갈아 넣었던 육아와 가사가.. 보석같이 돌아오는 순간들이었습니다. 아이들과 여행은 비용이 2배 이상으로 들지만, 행복은 4배 이상이었습니다. 어디든 많이많이 놀러가자고 하는 남편 덕분에, 넓은 세상을 구경하며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아버지가 없는 제게.. 아빠처럼, 오빠처럼, 친구처럼 자상하고 따뜻한 우리 남편. 무뚝뚝하셨던 부모님 슬하에 자라며 칭찬 받아본 적이 많지 않은데.. 남편은 아주 작은 것도 저를 칭찬해주고, 정말대단하다고~ 정말 잘한다고 해줍니다. 무엇이든 배워보라고 하고, 무엇이든 다 잘어울린다며 다 사라고 합니다.ㅋㅋ (하지만 전 잘 사지않아요~) 20살에만나 지금까지, 제가 저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할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큰 사랑을 줄 수 있도록, 감사하며 살 수 있도록 늘 한결같은 우리남편 자랑 좀 하고싶었습니다. 

당연히 매일같이 행복하진 않아요. 어제도 제 속을 뒤집어서, 제가 결혼반지를 빼고 있었더니~ (저의 소심한 복수ㅋㅋ) 이걸 또 왜뺏냐며 큰소리를 내는 남편. 저는 남편이랑 노는 게 제일 재미있고, 남편이랑 산책할 때가 제일 행복합니다. 나를 알아봐주고, 나에게 결혼하자고 해주고, 예쁜 아이들을 낳고 키우며 여자로 사는 기쁨과 행복을 누리게 해주는.. 우리남편이 최고입니다. 

아이를 키우는데는 힘들고, 돈이 많이들고, 결혼하면 피곤하고 시댁한테 시달리며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쉽게 들을 수 있지만.. 결혼하고, 아이들과  행복하게 잘 사시는 분들은 잘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욱이 글을 쓰고 싶었어요.. 저는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남편이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상상도 하고싶지 않습니다.  

지금은 남편과 조그마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어요. 매일 둘이 사무실로 출근하고, 가끔 사먹는 커피가 얼마나 맛있는 지. 같이 점심 먹고 근처 한바퀴를 산책하는게 너무 즐거워요:)  아주 가끔있는 출장 일정은, 잠깐이라도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신혼같은 분위기도 낼 수 있고요ㅎㅎ 오늘 저녁은 남편이 좋아하는 제육볶음과 된장찌개를 끓이고, 남편과 가을 밤을 실컷 누리는 산책을 해야겠습니다. 

주책 아줌니의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보, 사랑해

그리고 늘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