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장인어른은 13년전에 암으로 돌아 가셨습니다.
장모님은 10년 세월을 혼자 사시다가
몇년 전에 좋은 인연을 만나 재혼 하셨습니다.
가족 모두가 축하 해드렸죠
장모님은 서울로 이사 가시면서
그동안 지내시던 울산의 아파트를 제 와이프한테 주고 가셨습니다
전 그동안 그 아파트를 어떻게 할건지 와이프에게 한번도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내가 번 재산도 아니고
이걸 내가 신경쓰면 뭔가 속물 같이 보일거도 같고.
와이프가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라고만 생각하고 신경을 안 썼어요.
지난 1월 어느날. 와이프가
"오빠 울산 집 팔았어" 라고 얘기 하더군요
"응 그래"
짧게 대답하고 역시 다른건 안 물어 봤습니다.
주말에
바다가 보이는 펜션에 다녀 왔습니다.
코로나 이후로는 거의 밖에 나가질 못했는데
오랜만에 밖에 나오니 좋더군요
바다구경 좀 하고
초저녁 부터 저기 앉아서 밥 먹으며
술을 마셨습니다.
■
제가 소주 2병, 와이프와 딸이 소맥으로 피쳐 한병을 조졌을 무렵
셋 다 기분 좋게 술이 취하더군요.
그때 갑자기
울산 아파트 팔았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나: "아파트 팔았잖아, 그 돈 으로 뭐했냐?"
술 먹으니까 말이 막 나오더군요
"응 그거 다 삼성전자 주식 샀어"
나: 어.. 그래. 평단가 얼만데?
"9만 3천원"
52주 신고가 찍던 날 샀나 보네요
가슴 저 깊은 곳에서 뭔가 뜨거운것이 올라 왔지만
"응, 삼성전자는 그냥 놔두면 돼"
라고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억 나시는지 몰라도
얼마전 와이프 헌혈 사진에 드립 잘못날렸다가
ㅈ된 사건의 와이프가 이 와이프 입니다.
무서워서 직접 말은 못하겠고
와이프가 이 글을 볼일은 없으니
여기다가 와이프 한테 하고 싶었던 말 적어 봅니다
1. 야, 멍충아 최소한 지금 사도 되는지 물어 봐야 하는거 아니냐?
니 남편 주식 하는거 몰라?
2. 일부 팔아서 내 차 좀 바꿔주라
■
제 딸은 올해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간호학과 1학년 이예요
그 작던 아이가 언제 이렇게 컸는지
아빠에게 술 따라주는 딸내미 모습 보고 있으니
울컥 하더군요.
딸에게 말했습니다.
니 인생은 니것이고 아빠는 니가 선택한 길을 존중하며
우린 서포트 해주는 역할만 한다고.
앞으로 사회에 나가면 모든게 니 자유지만,
페미니스트가 되지 마라, 교회엔 안 갔으면 좋겠다
이 두가지만 아빠가 부탁할게.
이렇게 말했더니
"아빠 나 그런거 관심없어, 걱정마"
이러네요
거 참 뉘집 딸인지 잘 큰거 같습니다.
딸아이 에게도 직접 말하진 못했지만
하고 싶었던 말을 여기다가 적어 봅니다
1. 아빠는 교보재가 아니다. 내 팔에 주사 꽂을 생각 하지마라
2. 엄마 한테 아빠 차 바꿔 주라고 말 좀 해주면 안되겠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