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억 7250만대

자동차 보유율 84%

7자리: 1ABC234 (캘리포니아)

 

자동차 등록제는 1893년 프랑스가 가장 먼저 법령이 신설되었고 1898년 네덜란드가 세계에서 최초로 번호판을 제작하여 차량에 교부하는 방식을 선보였습니다. 북미에서는 1901년 뉴욕주가 가장 먼저 등록제를 시행했으나, 초창기의 번호판은 단순히 이름 또는 주소 정도를 차에 붙이는 방식이었고 번호판을 차주가 직접 구해서, 알아서 제작해야 했기 때문에 포맷이 일정하지가 않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1903년, 매사추세츠주에서 번호판을 정식으로 교부하기 시작한 것이 미국 번호판 역사의 시발점이었고 2018년 7월에는 캘리포니아주가 세계최초로 디지털 디스플레이식 번호판을 시범 운영하며 이 분야에서 큰 한 걸음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주의 첫 걸음 이후 아리조나주가 따라서 도입하였고 현재 미시건주와 매릴랜드주도 디스플레이식 번호판 시범기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 1903년 미국 최초로 정부에서 직접 발급한 자동차 번호판. 그 중에서도 서른번째 번호판
 
 
* 2018년 7월 세계최초로 캘리포니아에서 허가, 시범 운용에 들어간 디스플레이식 번호판. 2019년 2월 아리조나주도 동참했다.
 
 미국에는 50개의 주가 있고 번호판의 포맷도 각 주정부가 알아서 정하기 때문에 50개를 다 올려드릴 수는 없고 요점만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등록된 자동차가 1486만대로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는 이미 1980년에 번호판 고갈 사태를 맛보고 오늘날과 같은 일곱자리 포맷을 시작했습니다. 캘리포니아주 다음으로 자동차가 많은 텍사스주(818만대)도 일곱자리 포맷을 갖고 있고 그 다음으로 자동차가 많은 플로리다주(778만대)는 AB1-2CD 포맷과 ABC-D12 포맷 등 글자와 숫자를 뒤섞어서 여섯자리 번호판으로 버티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일곱자리 포맷을 사용하는 주는 앨러배마, 아리조나, 캘리포니아, 코넥티컷, 조지아, 아이다호, 일리노이, 매릴랜드, 미시건, 미시시피, 몬타나, 뉴햄셔, 뉴욕,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펜실베니아, 텍사스, 버지니아, 워싱턴, 위스컨신, 와이오밍주가 있으나 이 중 일부는 등록된 차량은 아주 적지만 번호판 일련번호에 지역 코드를 부여해서 자릿수를 늘렸기 때문에 일곱자리 포맷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 캘리포니아는 이미 40년 전 여섯자리 포맷으로 번호판 고갈 사태라는 것을 겪은 대단한 곳이다
 
 
* 텍사스주는 등록된 자동차 수가 캘리포니아주 다음으로 많은 곳이다. 818만대가 등록되어 있다.
 
 미국은 번호판에 지역 표기를 아직까지 애용하고 있는데요. 지역명을 정자(full name)로 번호판 하단에 표기하는 곳도 있고 방금 말씀드린 곳들처럼 일종의 코드(알파벳 또는 숫자)를 부여해서 일련번호에 투입하는 경우, 그리고 코드까진 만들었으나 일련번호에 넣지는 않고 번호판 구석에 작게 붙이는 정도의 주가 있습니다.
 
정자를 번호판 하단에 표기하는 곳은 플로리다, 조지아, 아이오와, 켄터키, 테너시주가 있고 코드를 부여해서 일련번호로 사용하는 곳은 앨러배마, 하와이, 아이다호, 미시시피, 몬타나, 네브라스카, 사우스다코타, 와이오밍 주가 있습니다. 번호판 귀퉁이에 코드를 붙이는 곳은  인디애나, 캔자스, 오하이오주가 있습니다. 참고로 오하이오주는 올해 7월부터 앞 번호판 장착 의무화를 해제한다고 합니다.
 
시군 단위에 코드를 부여하는 방식에 대해 조금 더 언급을 하자면, 앨러배마, 네브라스카, 사우스다코타, 와이오밍주는 시군 별 인구에 따라 1부터 순서대로 숫자코드를 배정했는데 이 방식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인구변화가 생기므로 비효율적이라 이제는 사용되지 않는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이 기준을 고수하고 있는 곳들입니다. 앨러배마주는 1941년, 사우스다코타주가 1956년, 그나마 네브라스카주가 비교적 최근인 2002년 인구조사를 기준으로 하고 있고 알래스카주 다음으로 인구가 적은 와이오밍주는 유니언퍼씨픽 깔린 이후로 지자체별 인구 순위에 변화가 아예 없네요 (ㅋㅋ) 
 
반대로 번호판 고갈 근처에도 못 가서 아직까지도 다섯자리 번호판을 발급중인 주는 로드아일랜드(42만대)와 유타(93만대)주가 있습니다.  참고로 로드아일랜드주는 사망시 유언을 통해 번호판을 가족에게 양도할 수 있다고 합니다.
 
 
* 일부 주에서는 시군 단위까지 풀네임으로 표기한다. 미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디지털 인쇄 번호판을 운영중이다(심지어 꽤 오래됨).
 
* 일부 주에서는 시군 단위를 코드로 함축하여 번호판 귀퉁이에 표기하기도 한다. SN은 Shawnee County
 
 미국편을 마무리하기 전 다소 흥미있는 팩트를 몇 가지 말씀 드리자면 델라웨어는 1959년 이후로 디자인에 아무런 변화가 없이 현재까지 쭉~ 이어져온 곳이고 콜로라도주도 1960년부터 산맥 그림을 넣어온 모습은 변함이 없습니다. 색상을 이리저리 반전시키는 노력은 조금 있었지만.. 그리고 버몬트주는 옛날 우리나라 칠판 번호판과 구성이 비슷한데 무려 1948년부터 색상을 바꾸지 않고 계속 유지해온 곳입니다.
 
 
* 1959년 이후 디자인에 변화가 없는 델라웨어주 번호판. 심지어 글자에 따라 돌기가 없는, 납작한 판을 사용하였다.
 
* 우리나라 옛 번호판과 비슷한 버몬트주 번호판. 1948년부터 녹색 바탕에 흰 글씨를 유지해왔다.

 

 

 

중국

2억 6000만대

자동차 보유율 18%

7자리: 中X-12345

 

 중국은 1990년대와 2000년대 들어 경제가 폭풍성장하며 자동차의 보유량도 덩달아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나름 1992년 중국 정부에서는 미래에 대비하여 손을 본 것 같은데... 첫 한자는 지역 대분류를 의미합니다. 베이징, 충칭, 상하이, 텐진, 4개 직할시는 각자 한 글자를 가지며 27개 성이 각각 한 글자씩을 갖습니다. 두번째 알파벳은 각 지역 내에서의 세부지역을 의미하며 직할시의 경우 차량의 용도를 표시하기도 합니다. 이후 다섯자리는 고유번호입니다. 

 

 문제는 2000년대 넘어오며 자동차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더 이상 숫자 다섯 자리로는 버틸 수가 없게 되었는데요. 처음에는 안일하게 첫번째 숫자를 알파벳으로 바꾸면 손쉽게 해결될 것이라 믿었는지. 한 자리를 알파벳으로 바꾸더니 그 다음엔 두 번째 자리를 알파벳으로 바꾸고, 점점 알파벳이 들어가는 자리가 다양해지며 현재는 필요할 때 마다 아무 자리나 알파벳으로 채워넣으며 완전히 개족보가 되어버린 상항입니다. 덕분에 일부 차 오너들은 번호판 받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아래와 같이 말이죠:

 

 

* 허난성(豫) 정저우시(A)에 등록된 MG991 차량
 
* 베이징(京)시 또는 주변지역(N)에 등록된 18C63 차량.
 
중국 번호판이 재밌는 점은 하나가 더 있습니다. 홍콩과 마카오라는, 같지만 다른 나라와 붙어있기 때문인데요. 홍콩과 마카오는 자동차가 보편화된 현대사회에서 오랜 시간을 다른 나라의 영토로 있어왔기에 자동차의 등록 시스템도 본토와 다릅니다. 하지만 반환 이후 중국 본토를 다니기 위해서 일부 부유한 사람들은 같은 차량을 중국 본토에서도 등록하여 타는데, 이 경우 한 차량에 번호판이 두 개가 장착되는 진귀한 모습을 보게 됩니다.
 
 
* 검정색 배경색은 외국인이라는 의미며, 광둥성(?)에 들어오는 홍콩/마카오 지역(Z) 중 홍콩(港)에 등록된 차량. 참고로 검은 배경 번호판은 2007년 폐지되었고 글자만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 번호판이 독특한 점은 2016년 11월 친환경차량 번호판을 출범했는데 고유번호 다섯자리 앞에 전기차는 D 또는 E를, 나머지 친환경에너지로 굴러가는 차는 F를 붙여서 번호판을 발급하고 있습니다. 결국 여덟자리 번호판을 만들고 만 것이죠 ㅎㅎ 그래도 배경색이 예뻐서 봐줄만 합니다.
 
 
 
 
 

인도

2억 4286만대

자동차 보유율 18%

10자리: XX00AB1234

 

인도 번호판은 전 세계에서 유일한 10자리 번호판입니다. 그것도 글자가 전부 다닥다닥 붙어서 눈에 더럽게 안들어오는 번호판이죠. 포맷은 이렇습니다. 우선 첫 두 글자가 지역 대분류(주) 코드입니다. 총 36개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붙는 숫자가 세부지역 코드인데.. 물론 몇 개 없는 주는 몇 개 없지만.. 가급적 번호판 고갈을 방지하기 위해 어지간하면 01부터 99까지 꽉꽉 채워넣었더군요. 따라서 첫 네 자리만 해도 벌써 지역에 따른 분류로 경우의 수가 수 천 개라는거죠. 그리고 그 뒤 알파벳 두 글자와 숫자 네 자리가 고유번호입니다.

 

 

* 하르야나(HR) 지역의 구르가온(26)시에서 등록된 차량
 
인도 또한 극심한 대기오염을 앓고 있는 인구 14억명의 국가 답게 전기차를 적극 장려하고 있는데요. 따라서 전기차 번호판이 2018년 9월부터 교부되고 있습니다. 퀄리티가 집에서 위조도 가능해 보이긴 한데 어쨋든 상큼하네요. 영국도 이런 비슷한 형태로 계획중입니다. (누가 먼저 따라하냐 애증의 관계인듯 ㅋㅋ)
 
 
* 인도의 전기차 번호판. 마하라슈트라(MH) 지역의 따네(04)시에 등록된 차량

 

 

 

일본

7798만대

자동차 보유율 62%

윗줄: 지역000

아랫줄: 日1234

 

일본의 번호판은 과거 우리나라가 써오던 포맷과 매우 비슷해서 굳이 이해에 오래 걸리지 않으실 걸로 생각됩니다. 알고 계신 분들도 많고.. 우리나라 옛 번호판이 각 광역시와 도 단위를 표시했듯이 일본 번호판도 각 지역을 일본어로 표기하는데요. 우리나라가 6대 광역시도에서 그쳤다면 일본은 현 단위 안에서도 또 세부지역으로 이를 나누어 총 120가지에 육박하는 지역 표기가 존재합니다. 이 정도면 하루종일 남바만 조회하는 경찰이 아닌 이상 난생 처음 보는 지역도 있겠어요..

 

아무튼 그 다음은 우리나라도 숫자 앞자리는 용도를 의미하듯이 일본도 똑같이 용도를 의미합니다만,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기준이 더 세부적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편하게 숫자가 커질수록 차가 역으로 작아진다 생각하면 되는데요. 100번대는 2000cc를 초과하는 트럭, 200번대는 버스 및 승합차, 300번대는 2000cc 초과 승용차, 400번대는 2000cc 미만의 트럭 및 승합차, 500번대는 2000cc 미만의 승용차.. 이후 뒤로 갈수록 특장차 기타 등등, 이런식입니다. 그리고 그 이후 붙는 히라가나는 32개나 존재하는데 이 또한 우리나라에 비해 두 배 가깝게 많은 종류입니다.

 

우리나라가 1995년 한 자리 숫자에서 두 자리 숫자로 늘렸고 작년 두 자리에서 세 자리로 늘렸듯 일본도 1998년 현재의 세 자리로 늘렸는데요. 아니... 지역 표기가 120가지나 되고 히라가나가 30가지가 넘는데 도대체 왜 번호판 고갈이 일어나서 세 자리로 늘린건지.. 제가 보기엔 용도별로 자동차 구분할 때 쓰는 숫자를 100 단위로 한정 지으니까 매번 300번대랑 500번대 승용차 남바가 부족해져서 늘리는거 같은데 일본이 이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도 궁금하네요.

 

 

*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浜)에 등록된 2000cc 초과 승용차
 
하지만 일본 번호판이 더럽게 복잡한 만큼 짜증도 나지만 복잡하게 생각하는 놈들이라서 더 즐거운 부분도 있는데요. 제가 알기로 이게 눈이 많이 오는 지방에서 차 번호판이 눈에 덮혀 가려지는 일에 대비하여 번호판 뒷쪽의 함 안에 전구를 넣어 1. 눈을 녹이는 효능, 2. 눈이 살짝 덮혀있을 경우 야간에 조금 쌓인 눈은 뚫고 번호가 식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런 조명 번호판은 전 세계 어디에도 일본 하나 뿐입니다.
 
 
* 전구가 들어가있는 구조가 매우 앤티크 하다. LED로 발전할 법도 한데 ㅎㅎ
지역 표기에서 유일하게 네 글자인 아이치현 오와리-코마키시(尾張小牧)에 등록된 1998년 이전 2000cc 미만 승용차.
 

* 마찬가지로 요코하마시(?浜)에 등록된 2000cc 초과 승용차.

 

 

 

브라질

7445만대

자동차 보유율 35%

7자리: XXX1A23

 

 브라질 번호판은 첫 세 자리가 지역을 의미하는 코드입니다. 규칙성이 아니라 알파벳 순으로 블럭 단위로 끊어 각 지방에 교부하는 방식인데요(우리나라 현재 시스템과 비슷함. 1000개씩 끊어서 각 등록사업소에 뿌리듯) 예를 들어 브라질리아는 JDP~JKR을 받은 후 OVM~OVV를, 그 다음에는 OZW~PBZ를 받는 것이죠.

 

1990년부터 이렇게 사용해오던 번호판 교부방식에 한 가지 최근에 변한 점이 있다면 2018년 말 부터 고유번호인 뒤 네 자리가 1234에서 1A23으로 두번째 자리에 알파벳이 들어간 상태로 바뀌었으며 상단에 들어간 정자(full name) 그대로의 지역 표기를 없앴으며, 글자가 특수 반사코팅 되었습니다.

 

 

 * 리우데자네이로 번호판이 맞긴 한데 RIO는 홍보 차원에서 특수하게 배정한 것이지 보통은 KMF~LVE를 받는다.

 

 

 

러시아

5584만대

자동차 보유율 38%

9자리: A123BC/000

 

 러시아의 번호판은 키릴어 한 글자와 숫자 세 자리, 또 다시 키릴 문자 두 개가 고유번호로 들어간 후, 선을 그어 별도의 란에 지역 표기가 두 자리 내지 세 자리로 들어갑니다. 흥미로운 점은 다른 글자와 혼동되지 않게 알파벳과 가장 비슷한 열 두개 글자만 사용을 하고 나머지는 버린다네요. 지역 표기는 원래 소련에서 갓 넘어오며 89개를 나름 계획했었는데 생각보다 번호가 빨리 소진되어 모스크바 지역 같은 경우 이후로 지역 코드가 일곱 개나 더 생겼다고 합니다.

 

 

* 모스크바(199)에서 등록한 차량

 

 

 

독일

4647만대

자동차 보유율 56%

7자리: X-AB1234, XX-AB123

 

독일 번호판은 참 흥미롭습니다. 나름 계획이 철저하신 독일 횽아들이 통일 이후까지 내다보며 각 지역에 지역 코드를 계획하신건데요. 베를린(B), 뮌헨(M) 등 대도시에는 차량이 많이 등록될 것이므로 지역 코드를 짧게 한 글자짜리를 배정하면 뒤로 한 여섯자릴 정도는 고유번호로 채워도 번호판이 그리 길어질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었던 것이죠. 그래서 시골 같은 경우는 지역 코드를 세자리를 주고 뒷자리는 알파벳 한 글자와 숫자 두어 글자 정도만 줘도 경우의 수는 충분하다는 것. 우리나라도 DDD 시절 전화번호를 떠올려보면 비슷한 원리입니다. 꼴짝은 지역번호가 긴 대신 전화번호가 네 자리, 다섯 자리 이랬었죠 (너무 꼰대스럽나)

 

암튼, 그런데 이 방식은 의외의 곳에서 큰 단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지역코드 A라는 지역에 등록된 BC-1234 차량이 있고, AB라는 지역에 등록된 C-1234 차량이 있으면 무전이라던지, 음성으로 이 두 번호판을 읽게되면 듣는 쪽에서는 차이를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독 고탁인지 독고 탁인지 알 수가 없는 것이죠. 그리하여 외계인과 티타임 가지신다는 똘똘한 분들께서 무전으로 차 번호판을 읽을 땐 지역코드를 지역 이름으로 불러준 후 고유번호 부터 알파벳으로 불러준다던지, 아님 지역코드 읽을 땐 기존 알파벳과 다른 무전용어로 읽은 후 고유번호 부터 기존 무전용어로 알파벳을 부른다던지, 해야 했다는 것!

 

하기사... 숫자도 일의 자리 먼저 읽고 십의 자리를 나중에 읽는 독일인을 보면 이 정도 실수는 할 수도 있겠다 싶네요.

 

 

* 과거 한자(Hansa)동맹에 소속되어 있던 발틱해 인근 도시들은 그 앞에 Hansestadt라는 의미의 H를 하나 더했다. 따라서 함부르크는 Hansestadt Hamburg(HH)가 되었고 함부르크에는 위 사진과 같은 여덟자리 번호판이 존재한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이.. 번호판 중간에 붙은 알록달록한 색깔 들어간 스티커들이 무엇이냐면, 각각 자동차 검사 관련과 각 주의 깃발인데. 요 아래에 있는 사진은 좀 오래된거라 이제는 저 육각형 모양의 배기가스 검사 기한 스티커는 폐지가 되었습니다. 원래는 배기가스 검사 기한 스티커는 앞 번호판에, 동그란 차량 안전검사 기한 스티커는 뒷 번호판에 붙여야 하는데 이제는 앞뒤 모두 동그란 스티커를 붙입니다. 중앙 육각형 안에 있는 숫자는 검사기한 년도를 의미하고 검사를 매 6년 마다 하기 때문에 검사기한 스티커 색깔도 여섯가지입니다. 아래 사진엔 파란색(2014년 검사 대상)이 빠졌네요.
 
그리고 김 묻힌 시꺼먼 영구이빨 같은 저건 무엇이냐면, 검사 기한이 있는 월을 의미합니다. 숫자가 고정되어 있고 시꺼먼 부분이 돌아가는게 아니라 시꺼먼 부분은 경찰의 가독성을 돕기 위해 항상 열두시 방향에 위치하고 숫자의 위치가 바뀝니다.
 
 
 

* 저는 제일 윗줄 두번째 슐레스비히 홀슈타인주 살았습니다 *_* 번호판 소속 지역은 SE(Segeberg)

 

 

 

이탈리아

3787만대

자동차 보유율 63%

7자리: AB-123-CD

 

 이탈리아는 원래 대문짝만하게 지역 표기가 번호판 한 켠에 들어갔었는데 그래서인가 1994년 지역 표기를 없앴다가 1999년 여론이 다시 지역표기를 원하면서 이를 다시 부활시켰습니다. 다만 예전처럼 강제로 지역표기를 다 넣어버린게 아니고 번호판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게 배려했고 또 유럽연합 출범을 앞둔지라 번호판 양 옆에 파란색 섹션이 생기면서 한쪽에는 유럽연합 별과 국가코드(I), 그리고 반대편에는 지역코드를 약자 형태로 작고 예쁘게 박아넣었습니다.

 

지역 표기를 선택하지 않으면 스페인과 우리나라처럼 번호판에서 어느 지역인지 완벽하게 파악할 수 없는 번호판이 되지만 이탈리아 국민들은 보편적으로 지역 표기를 선택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여기도 아마 남부 시칠리 같은데선 지역 티 내기 싫어하고 북부는 좋아하고 그런듯. ㅋㅋ

 

 

* 보통 지역 표기는 두 글자가 들어가는데 수도 로마는 예외적으로 풀네임을 씁니다.

 

 

 

멕시코

3753만대

자동차 보유율 30%

7자리: XAB-12-34

 

 멕시코 번호판은 첫 세 글자가 지역 코드입니다. 각 주(state)도 알파벳순으로 나열하고 배정되는 코드도 알파벳순으로 들어가기에 보편적으로 알파벳 첫 글자와 각 지역명의 첫 글자가 맞아 떨어지는 편입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12-34 형태의 고유번호가 고갈되어 한 자리씩 알파벳으로 바꿔치기 하는 곳도 있습니다.

 

 

* YWA~ZCZ는 유카탄주에 배정된 지역 코드다.

 

 

 

프랑스

3205만대

자동차 보유율 48%

7자리: AB-123-CD

 

 프랑스는 1999년 번호판 체계를 개정한 이탈리아의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2009년 자신들도 번호판을 이탈리아와 매우 유사한 형태로 바꿉니다. 일단 AB-123-CD 포맷이 정확하게 똑같고요, 파란색 섹션 좌우로 넣은 것도 똑같고 그 중 우측 섹션에 코드화 시킨 지역구분 넣은 것 마저 똑같습니다. 따라했다는 소리 들으면 불란서 자존심 상하니까 각 지자체 로고 좀 추가로 넣어 주시고요.

 

 

* Herault(34) 지방에서 등록된 차량

 

 

 

영국

3120만대

자동차 보유율 47%

7자리: XX00-ABC

 

 저는 예전에도 그렇게 느꼈지만 번호판은 영국의 것을 가장 칭찬하고 싶습니다. 가장 앞 글자는 지역 대분류를, 두번째 글자는 세부지역을, 숫자 두 자리는 차량이 등록된 시기를 의미하며 뒤에 세 글자는 고유번호입니다. 숫자 대신 모든 자리를 알파벳을 사용하다 보니 경우의 수가 넉넉하여 단 세 자리 만으로도 번호판 부족 사태가 없는 세계 유일의 국가가 아닌가 싶네요.

 

가운데 숫자는 3월 부터 8월까지는 해당 년도 끝 두 자리를 그대로 사용하고, 9월부터 그 다음 해 2월까지는 50을 더한 숫자를 붙입니다. 따라서 2020년 5월에 구입한 차는 가운데 숫자가 20이 들어가고 만약 9월 넘어가서 사게 된다면 70이 붙는 것이죠. 

 

 

* 웨일즈(C)의 칼디프(E)시에 2012년 9월 ~ 2013년 2월 중으로 등록된 차량.
 
영국 번호판에서 독특한 예외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북아일랜드의 경우인데요. 아일랜드는 본국과 영국 소속의 북아일랜드가 서로 지역코드를 나눠 갖기로 협의를 해서 아일랜드 본국은 중간 글자가 Z로 시작하는 지역코드를, 북아일랜드는 끝자리가 Z로 끝나는 지역코드를 갖게 되었습니다. 영국 본국의 번호판 포맷은 따르지 않습니다.
 
 
* 안트림(KZ) 지방에서 등록된 차량

 

 

 

캐나다

2506만대

자동차 보유율 69%

7자리: ABCD-123 (온타리오)

 

 캐나다와 미국은 사실상 같은 나라라고 봐도 될 정도라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가장 인구가 많은 온타리오주는 북미의 잘 나가는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일곱자리 포맷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차량이 많은 퀘벡주와 브리티시 컬럼비아주는 일곱자리 안넘어가려고 플로리다주 마냥 여섯자리에서 알파벳을 이리 섞고 저리 섞어서 버티고 있는 중입니다.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알버타주는 깔끔하게 일곱자리 포맷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 온타리오주의 번호판. 1972년에 현 색상 테마가 굳혔고 ABCD-123 포맷은 1997년 도입되었다. 

 

 캐나다는 인구가 많은 곳들(해봐야 얼마 안되지만)도 있지만 인구가 적은 곳들은 정말로 인구가 적은데요. 누나붓과 노스웨스트 테러토리즈, 그리고 유콘주 세 곳은 그야말로 황무지입니다. 누나붓은 190만 평방키로미터 면적에 3만 5천명이 살고 있습니다. 등록된 자동차는 단 4000대에 불과.. ㅎㄷㄷ 하지만 이런 별 볼일 없는 곳에도 번호판 얘기라면 전 세계에서 주목하는 것이 있는데요. 바로 북극곰 모양의 번호판입니다.

 

자동차 등록 및 번호판 제작/교부의 역사가 50년 즈음 되던 1956년 북미에서는  북미 전역에 서로 제각각인 번호판 규격을 통일하기로 한 협약을 맺었는데요. 이 기준이 생긴 후 그 누구도 번호판을 내 마음대로 모양내서 만들어야지 생각한 적이 없는데 장착부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 틀을 깬 생각으로 만든 것이 노스웨스트 테러토리즈(누나붓은 1990년 분리된 주)의 북극곰 번호판입니다. 아쉽게도 누나붓주는 2012년 네모반듯한 번호판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갔다고 하네요.  

 

 
* 세상에 이런 귀여운 번호판이 또 있을까 ㅎㅎ
 
다시 온타리오주 얘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앞서 보여드린 사진이 온타리오주가 1972년에 정한 컬러 테마입니다. 2020년이면 거진 50년을 사용한 아주 지긋지긋한 색깔과 글씨체죠. 그런 온타리오주에서 2020년 2월, 무려 50년이 다 되어 번호판 디자인을 처음으로 바꾸게 됩니다. 미국이 약 20개 주가 디지털 인쇄식 번호판을 도입한 것에 비해 한창 늦던 캐나다도 온타리오주 번호판이 처음으로 디지털 인쇄식 번호판을 출범시키게 된 것이죠.
 
 
* 48년 만에 디자인이 바뀐 온타리오주 번호판
 
바뀐 번호판은 큰 화제거리였습니다. 워낙 오랜 세월 안바뀌던 번호판이라서 화제, 그리고 아래 사진이 찍혀서 인터넷에 돌면서 또다시 화제. 그리고 나비효과처럼 어느 경찰관이 찍어 올린 우려의 사진은 주 정부의 번호판 리콜사태로 이어졌고 제작사인 3M은 긴급히 해결책을 강구했으나 제대로 실패했는지 결국 이 번호판은 2020년 5월, 48년을 기다린 새 디자인이 3개월 만에 사라지며 다시 원래 디자인의 번호판이 발급되고 있습니다.
 
 
* 한 경찰관이 신형 번호판을 문제 삼으며 자신의 SNS에 올렸던 최초의 사진.
 
제가 이 글을 4년 만에 쓰면서 번호판에 대한 조사 또한 4년 만에 하는데요. 친환경차량 전용 번호판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참 보기 드문 물건입니다. 우리나라도 2017년 와서야 했고, 공해가 엄청 심한 중국과 인도야 뭐.. 친환경차량 생각을 안할 수가 없는 동네니까 그렇다 치고, 수많은 선진국에도 친환경 차량 전용 번호판이 따로 없는 경우가 허다하게 많습니다. 지금 이 리스트에도 서방 선진국 중엔 없죠. 그런데 캐나다에는 둘이나 있었습니다.
 
온타리오주가 2010년에 신설했고, 퀘벡주가 2011년부터 발급하기 시작했습니다. 독특한 점은, 온타리오주에서 등록하는 친환경 차량은 Green Vehicle의 약자인 GV로 시작하는 번호판 일련번호를 아예 사용을 하고 있는데 아시다시피 캐나다는 영어와 불어 두 언어를 공식 언어로 인정하는 국가죠. 불어로 GV를 해석하면 VE, Vehicule Ecologique가 된다 하여 VE로 시작하는 번호판 또한 무료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영어보다 불어가 먼저인 퀘벡주에서는 GV는 없고 VE로 시작하는 친환경차량 전용 번호판이 교부됩니다. 영업용은 FVE로 시작(영업용 차가 전부 F로 시작함), 자가용은 뒷자리가 VE로 시작합니다.
 
 
* 솔직히 멋은 더럽게 없지만... 북미 전체에서 온타리오주와 퀘벡주만 발급한다니 좀 자랑스럽긴 하네요
 
* 요것이 불어버전 ㅎㅎ
 
* 퀘벡의 친환경차량 전용 번호판.
 
 
 

스페인

2350만대

자동차 보유율 65%

7자리: 1234-ABC

 

스페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번호판 그 어디에서도 지역 특정을 찾아볼 수 없는 국가입니다. 심지어 앞자리 숫자가 차량의 용도를 의미하는 우리나라 보다 더 아무 의미가 없음.

 

 

* 번호에 아무 의미가 없으니 설명도 할게 없다

 

 

 

대한민국

2344만대

자동차 보유율 48%

8자리: 012한-3456

 

인간적으로 우리나라는 좀 건너뛸게요.. 이미 글이 많이 길어서.. ㅋㅋ

 

 

 * 우리나라는 전기차 전용 번호판을 가진 몇 안되는 나라다.

 

 

 

인도네시아

2251만대

자동차 보유율 9%

8자리: XX-1234-AB, X-1234-AB

 

인도네시아는 인구 세계 4위 2억 6700만명의 대국이지만 자동차 등록 댓수는 2250만대의, 자동차 보급률이 아직 10%도 되지 않은 극강 포텐셜의 나라입니다. 하지만 벌써부터 자카르타 인근에서는 번호판이 부족하여 한 차례 포맷 수정이 있었는데요. 인도네시아 번호판의 첫 글자 하나 내지 둘은 지역 코드(약자)고, 거리를 충분히 띄운 중앙에 숫자 네 자리와 우측 모서리로 바짝 붙은 알파벳 두 자리가 고유 번호입니다. 자카르타의 경우 번호 고갈로 우측 알파벳 제일 왼쪽자리를 하나 추가하여 세부 지역을 만들었습니다.

 

아울러 인도네시아는 아직 등록 자동차 관리 짬밥이 좀 덜 돼서인지.. 번호판에 일일이 만료기간을 찍어내고 이에 도래한 차들의 번호판을 주기적으로 계속 바꿔주고 있습니다. 선진국들은 이 방식이 예산낭비가 심하다며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있죠.

 

 

 * 자카르타(B) 동부(T)에서 2017년 1월 등록한 차량. '01.22'는 번호판 만료기간 2022년 1월을 의미함

 

 

 

폴란드

2250만대

자동차 보유율 59%

8자리: XX-12345, XXX-12345 (...)

 

16개 나라로 이루어진 이번 리스트의 마지막 국가 폴란드입니다. 인도네시아와 근소한 차이로 16위입니다.

 

폴란드 번호판의 첫 세 자리는 지역코드입니다. 가끔 두 자리일 때도 있습니다. 첫번째 글자는 지역 대분류(도 단위), 그리고 두번째와 세번째 글자가 시/군 단위입니다. 그리고 나머지가 고유번호죠. 그런데... 고유번호 자리가 완전히 중국 마냥 짬뽕입니다. 네자리인 것도 있고 다섯자리인 것도 있고, 숫자로만 된 것도 있고 알파벳이 처음에 들어간 것도 있고 중간에 불쑥 들어간 것도 있고 끝에 붙은 것도 있고... 완전히 개판입니다. 아마도 지역 코드를 시/군 단위까지 넣어주다 보니 한 곳에서 차가 네자리 숫자 기준, 1만대만 나와도 소진되어버리는 번호판 체계가 문제였던 것이겠죠.

 

 

 * 슈비드니사(DSW), 바르샤바(WA), 츠볼렌(WZW), 레그니사(DL), 루블린(LUB) 지역에서 발급된 번호판

 

 

 

이상으로 등록된 자동차 2000만대 이상 국가들의 번호판을 모두 살펴보았습니다.

 

뭐 언제나 그랬지만 영국의 시스템이 정말 기가 막힌다고 밖에.. 지역 구분은 물론 차 등록한 시기까지 나오니 우리나라에서 이런게 시행 되었다면 길거리에서도 중고 구입한 사람은 남바로 알아채서 더 막 대하고 그랬겠군요 (농담) ㅋㅋ 어쨋든 번호판도 이제 2020년대 들어서다 보니 이미지 스캔식을 넘어 디스플레이 방식도 생겨나고 큰 시대의 흐름을 준비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