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와 소주 한 병 하고 오는 밤이네요. 결혼 7년차에 이혼 하자고 했습니다. 1년전에 이혼 하자고 했었는데 본인이 거취할 곳이 필요하다해서 기다려 줬네요.

섹스리스 1년차엔 제가 치근덕도 해보고 강압적으로도 해볼까 했는데, 맘에 걸리더군요. 바람도 펴볼까 생각했는데 떳떳하지 않아서 안하구요. 사실 섹스리스는 절대 안된다는 맘으로 그 사람이 좋아하는 마카오, 홍콩, 등 해외여행도 몇 번 같이가고 4성급호텔에서 분위기를 만들어봐도 소용이 없었어요. 연애할때 광란의 밤을 보냈던 광진구의 W**, 이태원의 H** 호텔도 갔는데 꽝!
그렇게 어느덧 3년이 흘렀네요.

연애할땐 세상을 다 가진것처럼 정말 행복의 끝도 봤습니다. 첫눈에 반한 사람이었고 연애 2년 동안 거의 싸운적이 없을 정도니 결혼을 마음 먹고 즉시 다른 이성과 애매한 관계는 모두 정리하고, 바르게 살리라 다짐도 했었죠. 연애할땐 그리도 잘 맞았던 사이였는데. 안 밖으로.. ㅎ

결혼 후 2년만에 모든게 사라집니다. 서로 너무나 다른 환경에서 자라나서 처음엔 다른점이 매력으로 보였었는데 이젠 그 생활의 차이가 서로를 불편하게 만들더군요. 그게 쌓이니 사랑이란 감정은 온대간대 없고, 미움, 한탄, 연민까지. 결국 포기하니 무관심이 되더군요. 신혼때는 그 차이점을 좁혀보려 이것저것 시도 했지만 결국 습관과 성격은 바뀌지 않네요. 연애할때 운명처럼 "아 이사람이다" 란 확신이 가장 실수가 되버렸네요.

이제는 빤스 벗고 달려든다고 해도 아무런 감흥이 없는 사이가 되버렸습니다. 룸메이트도 이렇게 살진 않겠죠. 우정마저도 없는 존재.

아이도 없으니 그냥 협의이혼으로 가려 합니다. 만약 이런 관계에서 아이까지 있었다면 어쩔 수 없이 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와이프도 순순히 나간다네요. 차라리 다행입니다. 와이프가 외도가 있었던건 아닙니다. 그냥 자기 주장이 강하고 섹스를 너무나도 싫어합니다.

이혼을 결심하니 가장 맘에 걸리는건 아무래도 부모님이네요. 물런 부모님이 제 인생 대신 살아주는거 아니지만, 그동안 보살펴주시고 결혼도 시켜주시고 하셨는데 이혼한다고 하니 상실감이 크십니다. 손주 욕심이 많으셨죠. 전 장손에 외동아들 입니다. 하지만 부모님을 위해 내 불행을 이어가는 것도 옳진 않다 생각합니다.

전 한 달 전부터 우울증 상담중입니다. 30년 넘게 누구보다 밝게 살아왔던 나라고 생각했는데, 함께 하는 사람과 미래가 보이지 않는 마음이 큰 나머지 기력을 잃고 우울했습니다. 내가 왜이러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큰 일나겠다는 마음이 생겨 스스로 치료를 요청하였습니다. 상담소에서 MBTI와 각종 심리검사를 하더니 대뜸 자살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더군요. 이 정도 심리상태면 보통사람들은 이미 자살했을텐데, 결과물 보다 밝다는 말도 해주시고.

3주의 상담을 진행했는데 지금은 많이 호전되어 마음의 안정을 찾고 있습니다. 사실 인생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평소에 매우 건강하고 존경하는 지인이 최근에 암 진단 받고 몇 달 못버티고 돌아가셨습니다. 진단 받으신 후 첫마디가 'ㅆㅂ 이렇게 죽을거 하고싶은거나 더 해볼걸..' 이었습니다. 죽음앞에 진심이 보였습니다. 저도 아직 30대지만 죽음은 아무도 그 시기를 모르죠. 하루를 살아도 불행하게 살지 말자. 그래서, 엄청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지만, 다시 아침마다 공치며 육체의 건강도 챙기고 있습니다. 그동안 하고팠던 러시아어도 다시 배우고 있구요. 이젠 스스로 자책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매달 100만원씩 와이프에 주었는데 이젠 줄 필요가 없네요. 집 관리비, 보험료 등등 전부 제가 관리하고 있죠. 100만원은 그냥 순수 용돈. 이젠 이 돈으로 적금넣을 예정입니다.

섹스리스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혹시 형님 아우님들 마지막 관계 기간이 조금 길어졌다면 바로 상담 받으세요.

이혼하면 추억 밴 차 팔고 새로 한 대 살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