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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신상과 관련된 일이니, 상황을 좀 압축해서 써봐야 겠네요ㅋ


대학때 내내 CC여서 거의 같이 살다 시피 했기에 어쩜 일이 안터진게 이상할 정도였죠.


일은 졸업전 겨울에 터졌네요. 와이프(그때는 여친ㅋ) 겁나서 울고, 저는 위로하고.



그런데 그 당시에도 분명했던건...



이참에 애도 낳고 결혼도 하자!! 이런 단순한 생각.


이게 일생의 숙명처럼 느껴지더군요.



겨울내내 찬 방에서 뒹굴며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벌을 읽었습니다.


그냥 제목이 와 닿아서 꺼내든 책이지 재미는 진짜 없더군요. 철이 없었죠.


마침내... 용기를 내어, 주말에 등산에 다녀오신 아버지가 발꼬랑내를 풍기시며 등산 양말을 벗고 계실때


조심조심 죄지은 고양이 처엄 다가가서 말씀 드렸습니다....


"아빠... 저기.. OO이가 애기를 가진 것 같아요.."


"뭐?"


"OO이가... 임신을 했습니다..."


"허... 뭐라고?? 허허 참나.. 여보!! 여보!! 허허허 일루좀 와봐~"


엄마를 부르시더군요. 당시 딱 한번 부모님께 살짝 얼굴만 보여 드린 상황이었는데 좀 놀라셨나 봅니다.


말씀을 들으신 엄마는... 이상하게도... 그리 싫어하지는 않으시는 눈치셨습니다.


약간 정색을 하시다가, 이내 본심이 오버랩 되었는지... 본인의 태몽을 얘기하시더군요.


그래도 조금은 냉철하신 아버지가 다시 정신을 차리시더니... OO 네가 아직 일자리도 없고 이 상황을


헤처 나갈 수 있겠냐고 물으셔서, 아직은 자신없지만 제가 어떻게든 결혼해서 잘 살아 보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저의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신 아버지는 이내 작전을 펼치셨습니다.


저는 그때 운전면허도 없던 상황이었는데... 바로 정장으로 갈아입으시더니 엄마와 저를 차에 태우시고


평소 아끼시던 양주를 차에 싣고 마트에가서 딸기를 한박스 사고... 그러시더니.



와이프가 사는 지방도시로 내 달리셨습니다.



저는 사전에 와이프와 연락을 취하고, 이방법 밖에는 없다고 설득을 했습니다.. 와이프가 울면서 겁을


먹었지만, 어떻게든 밀어 부칠 수 밖에 없었지요...



잠시후....


난대 없이 딸램이 남친내 집에서 부모님들이 야밤에 찾아 온다는 말을 듣고는...


지금의 장모님이 뭔가 눈치를 채셨는지... 왜 들어오려 하시는지 모르시겠다면서 정색을 하시고...



이 부분이 클라이 막스 입니다.



정장을 입고 넥타이 까지 차신 아버지와 제가 장인어른과 장모님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아버지가 직접 상황 설명을 하시고, 용서를 구하고, 며느리로 삼으면 안되겠냐고... 어렵게 요청을 하시더군요.



저는 그때 까지 철이 없어서...


훗날 이부분은 부모님께 내내 감사하며 살고 있지요.



당일, 아버지와 장인어른이 술이 거하시어, 화기애애하게 밤새 술을 드시고 둘이 같이 거실에서 잠드셨습니다.



저와 와이프는 2월에 졸업해서, 5월에 식을 올렸고, 배에 6개월된 큰딸이 있었지요...ㅋㅋㅋ;;



제가 이글을 쓴 이유는.. 사실 저희 아버지도 고맙지만, 정말 고마운건 한눈에 한번에 저와 아버지의 사과와


결혼 승낙을 해주신.. 이제는 돌아가신 장인어른 입니다.



지금도 장인어른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저희 아버지는 옛날 분 이신대도 대학까지 나오셨지만, 장인 어른은 국민학교도 제대로 안나오신 자수성가


하신 분이신데,



제가 결혼해서 만나뵙는 내내, 저를 믿어 주시고 이해해 주시고 의사소통이 잘되는 분이셨습니다.


그때 신혼때도 어린마음에 느낀게, 저같은 놈하고도 의사소통이 잘되는 장인어른이야 말로 진짜로 지적인


분이시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보는 관점도 바뀌었구요... 진짜로 지적인 사람이란 가방끈의 길이 보다는, 상황판단 잘하고,


소통하려 노력하고, 끝까지 신뢰하고... 이런 머리와 가슴이 하나가 된 메끄러움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였네요.



장인어른 정말 보고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