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 통하는 모든 기기에 쓰이는 비철압연제 슬리팅 가공 및 유통업의 상무 입니다.

저희 회사에 20년 가까이 근무한 기술 팀장님을 공장장 직으로 승진시켜 드리기 위하여,

기존 업무를 인수인계 받을 신입 기술직 직원을 뽑고 있습니다.


입사조건은

학력은 고졸 이상.

군전역자. 주5일 근무. 8시간 주간 근무. 점심시간 1시간, 개별 휴가제 총10일+@, 4대보험,

초봉 2400만원 매년 연봉인상 6~12%.

신입들에겐 안시키지만 혹시 특근,및 야근시 따로 수당 지급.


이렇게 구직사이트에 올렸고 역시 몇번이나 다수 면접자들은 노쇼를 했습니다.

(요즘 면접자 노쇼 비율이 40%가 넘습니다.)


그러다가. 30살 청년이 자소서를 잘 써서 전화해서 면접을 보게 되었죠.

오늘 오전10시에 보기로 했는데, 두번이나 시간을 미루더군요.

저는 외근나갈 업무를 미루고 결국 오후 3시에 면접을 봤습니다.


2시40분즘.......자가용으로 그 청년이 도착하였습니다.

저희 주차장에 주차를 한뒤 현장 직원에게 키를 맡겨야 하는데, 키를 맡기면서

자기차를 훔쳐 갈지도 모르니 지금 키 받아가신 현장직원분 명함을 달라고 했더군요.

약간 벙때렸지만 명함을 줬답니다.


그리고, 사무실에 올라와서 면접을 봤지요.

그 청년은 직업군인으로 6년 복무했습니다.

 전역뒤, 2017년에 수도권의 어느 2년제 직업대학교?에 입학하여

신소재 공학에서 비철소재 관련을 배우고 있다고 자소서에 나와 있네요.

전문기사 자격증은 없지만,

군대에서 따온 위험물질 및 안전관리 자격증은 있다고 했고 그것을 강조하더군요.

저는 구직 사이트에 회사의 소개를 올릴때,

홈페이지는 물론 업무를 좀더 면밀히 알 수 있도록 블로그 링크도 올렸습니다.

 

자소서에는 비철관련에 수업을 많이 받았더군요.

그래서 입사하게 되면 다룰 슬리팅 설비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전공자인데 모르더군요.

(뭐 2학년이니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카달로그를 가져와서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근데, 갑자기 거두절미하고.......


"이거 단순 노동 아닌가요?"


슬리팅이라는 금속압연제 롤링 절단 설비를 다루는데 사수가 붙어서 잘 가르쳐줘도 최소 3개월기 걸리고,

대부분 보조업무를 하면서 배우기 때문에, 실무자가 되기에는 6개월에서 1년이 걸립니다.

저희 회사에서 영업으로 11년 근무하던 분도 퇴사하시고 슬리팅 가공업체를 차렸는데,

 배우시는데  6개월 배우셨습니다.

   두께 0.04mm ~ 2mm 소재를 십몇 미크론 단위의 공차로 절단 가공해야 하는 기술직 업무 입니다.

혹시 컨넥터, 릴레이, LED, 반도체 리드프레임 부품들을 프레스 가공관련 일 하시는 분들은

슬리팅 절단 품질이 프레스 부품의 완성도에 얼마나 중요한지 아실 것입니다. 

게다가 우리는 관련 설비 특허 2개를 보유하고 있고, 총 설비3가지가 있는데 모든 설비가 각자 다 다릅니다.


순간 욱 했지만 상세히 슬리팅 업무의 중요도와 회사의 급여와 휴가와 기타 여러가지 설명을 했습니다.

근데, 그청년이 또 거두 절미를 합니다.

"남들이 그러던데.......제가 군대에서 따온 폭발 물질 관리 및 안전관리 자격증이 있으면 입사해서

이런 기술 직종으로 연봉 3500~3600정도는 받을 수 있다 하던데......"


저 : 우리 회사는 폭발물이나 위험물질을 취급하지 않고, 안전관리 자격증은 기술업무에 꼭 필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업무활용에 반영될 수 있도록 참고는 하겠습니다.


청년 : "저 정도면 다른 큰 비철 제조업체에서 연구팀이나 품질팀에 근무하면서 3500이상은 받을 수 있습니다.

        상무님은 저 얼마까지 맞춰주실 수 있으신가요?"


이때부터 딮빡이 올라왔습니다.


저 : "연봉 3600정도라면 완전 대기업 말고 중견 제조기업에서 입사 2년차 이상은 되어야 받을 수 있는데,

혹시 풍산 아시죠?

거기서 신입 연구원을 모집하는데 학력이 일단 석사 이상은 있어야 해요. 그리고 경쟁율이 2년전엔 

몇십대 일이었구요.

제 고객사 공장장님 아드님도 금속 소재관련 석사학위가 있는데 2차 서류전형에서 떨어졌습니다.

혹시 다른데 면접볼데 있나요?"


청년 : "네. 다른데 면접볼데 있습니다. 관련 제조기업이구요. 두군데 더 면접 보기로 했습니다.

       여기는 저와 페이가 안맞네요. 가겠습니다."


하고 인사도 없이 떠났습니다.

떠나고 나서........저희 직원들과 함께 쌓아온 모든 것이 부정되고 무시당한 느낌 입니다.

우리 회사......서울 변두리의 작은 중소기업이지만 한때는 연매출 500억도 찍었고....요즘 경기가 안좋지만

그래도 21명의 직원과 함께 연250~300억은 하는 회사 입니다.

나름 업계에서 1위 입니다.

회사가 어려울때 직원들을 내보내지 않고, 오히려 임원들을 감축하고 사장님도 스스로 연봉을 20% 감봉하셨습니다.

저또한 5년째 연봉동결 입니다만, 울 직원들 연봉은 매년 6%이상 18% 까지 인상을 시켜줬습니다.

 

기본만 하는 직원들은 딱 기본만 인상시켜주고, 잘하는 직원은 특별히 더 인상시켜주곤 합니다.


 우리 회사 직원들 평균나이 37살이고 반이상이 20대 중반에 입사하여 장가가서 애들 낳고 가족들에게

아쉬운 소리 안듣고 잘 살고있습니다. 퇴사자들과도 아주 좋은 관계이며 심지어는 함께 같은

곳에서 소사장으로 언더커버 돌격대로 함께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일개 면접자 한명이 우리가 쌓아가고 있는 우리 자부심에 큰 충격을 줬군요.


그런데 이게 중소기업을 홀대하는 현실이란것을 새삼 느낍니다.


다들 태풍 조심 하시고 내일 하루 잘 보내시고 즐거운 불금을 맞이하시길 빕니다. 

긴 하소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