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용돈이냐 쌈짓돈이냐"… 전남광주 통합시의회, 첫 시정부터 고성·비아냥 난무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 이후 처음 열린 통합시의회 시정질문이 벼랑 끝 대치국면을 방불케 했다. 통합의 시너지와 비전을 제시해야 할 엄중한 자리는 온데간데없고, 집행부와 의회 간의 감정적 앙금과 주도권 싸움만 가득했다.
출범의 기대감에 부풀어 있던 지역민들에게 이번 사태는 '무늬만 통합'일 뿐, 구태의연한 정치적 알력 다툼이 그대로 이식되었다는 씁쓸한 실망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이번 시정질문에서 드러난 양측의 대립은 단순한 정책적 이견을 넘어섰다. 일문일답 과정에서 오간 거친 언사와 비아냥은 대의민주주의의 전당이어야 할 의회를 한순간에 링 위로 전락시켰다. "진짜 공개할까요?"라는 시장의 압박성 반문과 "민 땡땡 시장"이라는 의원의 자극적인 비꼬기는 민생을 돌봐야 할 공복들의 품격과는 거리가 멀었다.
진보당 의원들과의 정책협의회를 향해 쏟아진 '야합'이라는 날 선 단어와, 급기야 의장이 회의를 중지시키고 사태를 수습해야 했던 모습은 통합시의회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소모적 정쟁 뒤편에 산적한 본질적 현안들이 가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옛 광주시의 막대한 채무 승계 문제와 반도체 산업 편중으로 인한 지역 불균형 우려는 전남·광주 시도민의 생존과 직결된 중대 사안이다.
농어촌 소외와 행정 기능의 편중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판국에, 집행부와 의회가 소통 부족을 탓하며 서로에게 칼을 겨누는 모습은 핑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여기에 시의회 스스로 서울 수준의 의정비 인상을 추진하고, 대다수 기초의회마저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핑계 삼아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생략한 채 의정비 인상에 혈안이 된 모습은 도덕적 해이의 극치다. 민생은 안중에도 없고 특권 지키기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 일것이다.
통합은 단순히 행정구역을 합치는 물리적 결합이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와 갈등을 화학적으로 융합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지금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필요한 것은 소모적인 말꼬리 잡기와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민형배 시장은 출범 초기 소홀함에 대한 형식적 사과에 그칠 것이 아니라,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의회와의 진정성 있는 소통 구조를 복원해야 한다. 시의회 역시 감정적 공세를 멈추고 집행부를 향한 날카로운 감시와 함께 상생의 대안을 제시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첫 단추가 꿰어졌다고 해서 상처가 아물지는 않는다. 지금처럼 반목과 갈등이 지속된다면, '전남광주통합'이라는 거대한 실험은 시민들의 축복이 아니라 거대한 재앙으로 전락할 경고등이 이미 켜졌음을 집행부와 의회는 뼈저리게 직시해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