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가 7세대 ES의 페이스리프트 모델, '뉴 ES' 를 국내 정식 출시했습니다. 2018년 출시된 7세대 ES 는 GA-K 플랫폼을 사용하는 렉서스 유일의 전륜구동 모델로 넉넉한 차체 크기와 편의성으로 베스트셀러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모델입니다. 완전변경 이후로 몇년이 지난 시점에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 놓았는데, 기존 차량 완성도가 높았던 탓인지 변경점은 크지 않습니다. 기존에 약간 아쉬웠던 부분을 보완하는 정도의 변화입니다.

 

렉서스 뉴 ES : 변경된 부분

 

외관에서는 헤드램프와 그릴이 변경되었습니다. 헤드램프는 주간주행등 형상이 시작점 부근에 있던 짧은 L 자 형상이 하단 전체를 가로지르는 길고 날카로운 L자 형태로 변경되었습니다. 원래 그렇게 생겼던것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실제로 이전 모델과 비교해보면 인상이 꽤 달라보이기는 합니다. 그릴은 상하로 쭉 이어지던 라인을 몇 마디로 자르고 가로 방향으로도 이어붙여 렉서스의 L 자 형상으로 만들었고, 그라파이트 색상으로 변경했습니다. 이것도 기존 오너가 아니라면 쉽게 알아채기 힘든 변화입니다.

 

실내에서 가장 큰 변화는 드디어 터치스크린이 도입되었다는 점입니다. 렉서스의 터치패드는 햅틱피드백이 좋아 조작감은 나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내비게이션 조작에서는 불편한 점이 많았습니다. 이제 기존 터치패드 조작 외에도 화면을 직접 터치해 조작할 수 있습니다. 스크린을 실내 안쪽으로 더 가깝게 배치했습니다. 터치하기도 편하고 체감상 화면 크기도 더 커진듯한 느낌입니다.

 

그밖에 하이브리드 모델의 브레이크감을 개선하고, 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 플러스(LSS+)가 2.5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LSS+ 2.5는 카메라와 레이더를 개선해 응답 범위가 늘어나고 정교해졌다고 합니다.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은 차량 추월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설정된 속도보다 느린 차량을 뒤따라가는 도중 운전자가 방향 지시등을 입력하면 차선을 완전히 변경하기 전 미리 가속을 하도록 개선되었습니다.

 

 

과감한 외관과 상반되는 실내

 

과감한 디자인의 외관과 달리 ES의 실내는 의외로 보수적입니다. 페이스리프트 이전 모델이 터치스크린을 지원하지 않았던 탓이겠지만, 버튼을 하나라도 더 빼려고 혈안이 된 요즘 차 치고는 버튼이 굉장히 많습니다. 심지어 중복되는 버튼도 있습니다. 볼륨 조절 다이얼과 튜닝 다이얼이 하나로 합쳐져 있는데, 혹시 헷갈려할 사람을 배려한건지 채널/트랙 선택 버튼 두개를 따로 빼 놓았습니다. 미디어 선택 버튼 하나만 둘 법도 한데, 라디오 버튼을 독립시켜놓은 점도 그렇습니다. 핸들에는 버튼이 19개나 있습니다. 차량 설정을 제외한 모든 기능을 버튼으로 조작할 수 있습니다. 버튼을 좋아하는 사람의 입장으로서는 반가운 일입니다. 여러 버튼을 하나로 통합시키고, 터치스크린 안으로 숨겨버리는 것은 깔끔해 보이지만 버튼만큼 '확실한' 편의성을 주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전통적이라고 포장하기에는 곤란한 부분도 있습니다. CD/DVD 플레이어는 슬슬 없앨 때가 된듯합니다. 10년 전쯤 카세트를 달고 나온 차를 목격했으면 이런 기분이 들 것 같습니다. 그나마 잘 보이지 않는 아래쪽에 숨겨져 있는 것이 다행입니다. 평범한 크기의 선루프는 평범하게 상단 버튼으로 여닫을 수 있습니다. 선루프 아래쪽 커버는 전동 선쉐이드...가 아니라 그냥 손으로 여닫는 커버입니다.

 

실내는 가죽과 우드 트림이라는 전통적인 고급 소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우드트림은 식상한 느낌을 주기 쉽지만, 렉서스의 시마모쿠 우드 트림은 뛰어난 질감을 자랑하며 클래식은 영원하다는 말을 실제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가죽 시트는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질감입니다. 하지만 새로 도입했다는 플라스틱 재질 헤어라인 마감은...플라스틱 느낌이 강하게 납니다. 기왕 하는김에 전통적인 리얼 금속 재질 헤어라인 마감을 쓰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요.

 

시트는 질감도 좋고 착좌감도 쾌적합니다. 다만 석션타입 통풍시트 기능이 1단 2단에서는 조용히 작동하지만 3단에서는 꽤나 요란해집니다. 위이이이잉 하고 터빈 돌아가는듯한 소리가 운전자 바로 등 뒤쪽에서 올라와 체감이 더 큽니다. 그만큼 석션 강도는 세지기 때문에 정말 더운 날 땀을 뻘뻘 흘린 뒤 차에 탔을때에는 요긴할 것 같습니다.

 

계기판은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섞여 있는 구성입니다. 동그란 중앙 다이얼과 왼쪽 부분을 합쳐 7인치 스크린을 구성하고, 나머지 부분은 바늘이 직접 움직이는 아날로그 게이지와 LED 램프류로 구성됩니다. 중앙 다이얼 테두리에 실제로 테두리를 넣어 입체적이고 스포티한 느낌을 살리고 있으나, 그밖에 여백 공간이 넓게 남고 각종 경고등이 산만하게 흩어져 있는 점은 아쉽습니다.

 

계기판 좌우에는 TCS 와 드라이빙 모드 선택 다이얼이 있는데 왼쪽 다이얼은 돌아가지 않습니다. 기능을 만들고 다이얼을 배치했다기보다 보기 좋은 위치에 다이얼부터 만들고 나서 어디다 쓰지...고민하다가 정한듯한 느낌입니다. TCS, VSC를 끄면 계기판 왼쪽 부분 전체를 가리는 경고창이 강제로 뜹니다. 뒤로 버튼을 눌러서 꺼도 몇초내로 다시 뜹니다. 어차피 이걸 끄는 상황은 서킷 주행시 정도일테니(이 차로 서킷을 돌기에는 애로사항이 꽃피겟지만)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렉서스답게 주행 소음과 풍절음은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습니다. 엔진 소음 자체는 크지 않은 편이지만 진동이 꽤 전달됩니다. 실내가 조용한만큼 약하게 유입되는 엔진음이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집니다. 최근에 출시된 차량들의 NVH성능이 상향평준화되다보니 독보적으로 조용하다는 정도의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2.5L 4기통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조합된 스트롱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되었습니다. 시스템 총 출력은 218ps로 사실 차량 크기에 비해 뛰어난 편은 아닙니다. 토크 위주로 설정된 엔진에 저속토크를 받쳐주는 엔진이 있어 시내 주행에서는 쾌적하게 운행할 수 있지만, 고속주행에서는 다소 답답한 편입니다.

 

e-CVT 변속기는 전형적인 CVT성향입니다. 주행 모드와 패들시프트가 있지만 애초에 스포츠 주행에 적합한 성향의 차량은 아닙니다. 스포츠 모드와 노말 모드간의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고, 다만 스포츠 모드에서는 엔진을 약간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느낌입니다. 속도와 엔진회전수가 연동해서 상승하지 않고 최대출력 회전수에 고정되는 CVT 특유의 성향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어떤 단수에서도 가속 페달을 반 이상 밟으면 엔진회전수가 레드존 가까이 치솟으면서 가속합니다. 수동변속 기능은 최저 rpm을 제한하는 정도의 기능입니다.

 

ES300h의 진가는 에코 모드에서 느긋하게 운전할때 발휘됩니다. 엔진RPM이 쉽게 올라가지 않아 엔진 소음 없이 조용한 실내가 유지되고, 하이브리드 모터 덕분에 생각보다 느리지도 않습니다. 엔진을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100km/h 정속 주행시 1000rpm 내외로만 사용하기 때문에 뛰어난 연비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ES300h의 공인 표준 연비는 복합 17.2km/L(고속도로 17.1km/L, 도심 17.3km/L)이며, 고속도로+스포츠 모드 위주로 주행한 결과 11km/L의 연비가 나왔습니다. 이날 시승행사에서 최고 연비를 달성한 차량은 21.2km/L을 기록했다고 하네요.

 

렉서스 뉴 ES300h는 기존 모델과의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단점으로 꼽히던 부분을 개선해 7세대 ES의 완성형이 되었습니다. 새롭지만 복잡한 기능과 급진적인 컨셉을 가진 차량보다 크고 안락한 전통적인 럭셔리카를 원하는 분들에게 적당한 차량입니다. 뉴 ES300h 의 가격은 럭셔리 6190만원, 럭셔리 플러스 6400만원, 이그제큐티브 6860만원이며, 오는 11월부터 판매되는 뉴 ES300h F SPORT는 7110만원입니다.

 

 

 

 

렉서스 뉴 ES300h 상세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