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해 드릴 차량은 지난달 19일 출시된 '현대 아이오닉5' 입니다. 아이오닉의 이름을 달고 나왔지만 후속 차량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준중형 해치백 차량이었던 아이오닉과 달리 아이오닉5는 투싼과 싼타페 사이 정도 크기의 CUV이며, 디자인적인 면으로도 이전 모델과의 연관성을 찾기 쉽지 않습니다.

 

이 차의 디자인이 처음 소개된 것은 2019년으로, 포니 출시 45주년을 기념해 포니의 디자인을 재해석한 '45 EV 콘셉트'로 소개되었습니다. 당초에는 아이오닉과의 연관성은 그다지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980~90년대 감성을 추구하는 '뉴트로'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상당히 주목을 받았던 디자인인데, 그 콘셉트카의 디자인을 그대로 재현해 뉴트로 감성을 잔뜩 머금은 차량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이름은 포니가 아니지만요.

 

아이오닉5의 모티브가 된 포니는 지금 기준으로는 소형차 수준으로 작은 차량이고, 공개된 컨셉 디자인으로 봤을 때에도 그다지 크지 않아 보였기 때문에 작은 차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이오닉5를 실제로 보니 예상보다 큰 크기에 놀랐습니다. 실제 길이는 4,635mm로 투싼보다 조금 긴 긴 정도지만, 휠베이스는 3,000mm로 현대차 SUV중 가장 큰 팰리세이드의 휠베이스(2,900mm)보다도 깁니다. 옆면에서 보면 마치 장난감 차를 보는듯한 아기자기한 느낌이 드는데, 보통 길이 제한이 있는 경차, 소형차들이 휠베이스를 최대한 늘리다보면 이런 비례가 나오는 경우가 있어 그런 인식 때문에 작게 보이는듯 합니다. 상당히 독특한 비율이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습니다.

 

어찌보면 무뚝뚝해보이는 디자인에는 레트로 감성을 현대 기술로 재현한 뉴트로 감성이 잔뜩 묻어 있습니다. 헤드램프를 켜면 전면 범퍼 위쪽에 숨겨져있던 세로줄이 빛나는 등 기술적으로는 분명히 최신 기술이 잔뜩 적용된 디자인이지만 어딘가 30대 아재의 심금을 울리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LED로 밝혀지는 주간주행등과 테일램프는 분명 현대적이지만 이미지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픽셀(pixel)에서 따온 '파라메트릭 픽셀' 디자인을 적용해 픽셀이 하나하나 보이던 90년대 디스플레이를 연상시킵니다. 각진 모서리와 차량 아래쪽에 별 의미없어보이는 가로줄을 잔뜩 넣은 것도 90년대 사이버틱 감성이죠.

 

또 특이한 점은 주행거리를 최대한 확보하는것이 유리한 전기차임에도 기본 19인치, 옵션 20인치 휠을 적용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19인치는 235mm, 20인치는 255mm에 달하는 넓은 타이어를 장착했습니다. 일단은 공기역학적 디자인의 휠이라고는 하는데...복합 주행 거리를 비교해보면 19인치 롱레인지 모델이 421km, 20인치 롱레인지 모델이 401km로 꽤나 차이가 나는 것을 보면 18인치까지 내리면 더 확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휠하우스에 꽉차는 커다란 20인치 휠은 양산차답지 않게 차량 바깥쪽 라인 끝까지 바짝 나와 있습니다. 마치 컨셉트카를 그대로 내놓은듯한 외관 디자인을 더욱 컨셉트카처럼 보여주는데 한몪 하고 있습니다.

 

시승한 차량은 롱레인지 후륜구동 프레스티지 트림입니다. 모터 출력은 160kW(214마력)이며 최대토크는 350Nm(35.6kg.m)입니다. 수치상으로는 대단한 출력은 아닐 것처럼 보이지만 정지상태에서도 최대 출력이 발생하는 전기모터 특성상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튀어나가는 경쾌한 가속감이 매력적입니다. 후륜구동인데다 타이어도 넓어서 기존 전륜기반 전기차들처럼 저속에서 급가속시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일어나는 일도 없었습니다. 급가속시 전기차임을 상기시켜주는 모터 소리같은 소리가 나는데, 효과음 역할을 해서 가속감을 더 크게 느껴지게 합니다.

 

20인치 휠에 편평비 45 타이어로 과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큰 휠이 탑재되어 있는데다 서스펜션 세팅 자체도 꽤 단단한 편입니다. 노면의 굴곡이 그대로 느껴질 정도로 과한 것은 아니지만 과속방지턱을 조금 빠르게 지나면 동승자가 상당히 불편해 할 듯 합니다. 배터리와 전기모터가 차체 하부에 낮게 설치되어 있는 덕인지 일반 세단보다 차고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핸들 조작시 롤(차체가 기우는 정도)이 그다지 발생하지 않습니다. 핸들링은 상당히 준수한 편이지만 저속에서 스티어링 휠을 빠르게 조작하면 파워스티어링 모터 작동음이 꽤 들려서 장난감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실내는 큼직한 디지털 계기판과 중앙 스크린이 연결되어 있어 하이테크한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조작계는 기존 현대차와 크게 다르지 않아 친숙합니다. 둥글둥글한 테두리의 은색 버튼을 많이 쓴 것도 은근히 90년대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실내는 대부분 플라스틱 재질이지만, 배색과 질감을 달리하여 다양한 소재를 사용한 것처럼 연출하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도어트림에는 부드러운 플라스틱 재질에 스티칭을 넣어 가죽 재질처럼 연출했고, 암레스트 아래쪽에는 돌이 연상되는 질감 패턴을 넣었습니다. 시트에 사용된 가죽은 아마씨에서 추출한 식물성 오일을 활용해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가공했다고 합니다.

 


시트 뒷면, 계기판, 천장, 카매트 등 실내 직물 재질은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친환경 섬유와 재활용 투명 PET병으로 만든 원사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다만 도어트림 스피커 주위에 직물 재질을 적용한 것은 조금 아리송합니다. 타고 내리면서 신발에 채이기 쉬운 부분이라 더러워지기 쉽습니다. PET재질이라 매끈매끈한 질감이기는 하지만 섬유 사이로 침투한 오염물질은 청소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사이드 미러 대신 카메라를 통해 촬영된 외부 상황을 스크린으로 보여주는 디지털 사이드 미러가 적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처음 적용되는 차량이라 그런지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이 보여 아쉽습니다.

 

우선 사이드 미러를 대체하는 카메라의 크기가 너무 큽니다. 전기차에 사이드 미러를 제거하려는 이유는 공기저항을 줄이려는 목적도 있는데, 공기저항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듯한 각진 형상인데다가 크기도 일반 사이드미러 절반 정도로 다른 디지털 사이드 미러 적용 차량들보다 큰 편입니다. 정작 카메라 렌즈는 조그마한데 디자인 요소를 위해 크기를 유지한 것처럼 보입니다.

 

미러를 대체하는 실내 스크린의 위치는 기존 미러 사용자들이 헷갈리지 않게 하려는 것인지 기존 위치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때문에 조수석측 미러를 보려면 전방 시야에서 눈을 떼야 하는 기존 미러의 단점은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좌우 대칭 디자인을 유지하려는 이유인지 좌우 스크린의 각도가 동일한데, 정작 운전석측 스크린의 각도는 45도 정도로 비스듬하게 보게 되어 있어 오히려 시야가 어색해 보입니다.

 

스크린으로 보면 미러와 달리 거리감이 직접적으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뒷차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쉽게 가늠하기 힘듭니다. 대신 방향지시등을 넣으면 거리를 표시하는 가이드선이 나타나고 계기판에도 별도의 카메라 영상이 표시되기 때문에 차선변경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일반 미러처럼 각도 조절 기능은 있지만 실제로 카메라가 움직이는 것은 아니고 스크린으로 보이는 것보다 넓게 찍고 보여주는 위치만 바꾸는 방식입니다. 기왕 넓은 화각으로 찍을 수 있다면, 광각미러를 쓰는 것처럼 넓게 보여주는 확대축소 기능이 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합니다.

 

뒤쪽 시야를 표시해주는 스크린은 OLED 모니터입니다. 저온에서 반응이 느린 LCD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넣었다고 하지만, 청색 소자의 내구성이 약한 OLED 특성상 사용 시간이 많아지면 색감이 변할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스크린이 항상 켜져 있기 때문에 발열이 적지 않은 편입니다. 열은 OLED 소자의 수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양산차에 적용된 만큼 충분한 테스트를 거쳐 적용되었겟지만 해당 기술이 처음 적용되는 차량이니 다소 우려가 되는 부분입니다.

 

 

스티어링 휠 뒤에는 회생제동량을 바꿀 수 있는 패들이 달려 있습니다. 0단계로 설정하면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어도 회생제동 없이 일반 자동변속기 차량처럼 움직이며, 단계를 늘릴수록 가속 페달의 일부 영역이 회생제동 영역으로 사용됩니다. 회생제동량에 따른 출력의 변화는 없지만 가속페달을 더 깊이 밟아야 비슷한 정도로 가속하므로 회생제동 단계를 늘리면 차가 덜 나간다고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회생제동을 최고치, 4단계까지 올리면 i-padel 기능이 활성화됩니다. 이 모드에서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체감상 20~30%정도의 브레이킹 강도로 제동이 되며, 페달을 계속 떼고 있으면 속도가 완전히 줄어들어 정차할 때까지 작동합니다. 정차시에도 가속 페달을 밟지 않으면 마치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 것처럼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습니다. 상당히 가파른 언덕에서도 정차할 수 있으므로 급브레이크를 쓸 일이 없는 상황에서는 브레이크 없이 가속페달만으로도 주행이 가능합니다. 익숙해지면 발을 옮겨 다닐 필요가 없으니 상당히 편하지만, 가속페달의 일부가 브레이크처럼 사용되는 관계로 상당히 민감해져서 섬세하게 페달을 조작하지 않으면 덜컹거릴수도 있습니다. i-pedal 기능은 시동을 껐다 켜거나 후진을 넣으면 풀리니 주의해야 합니다.

 

계기판 왼쪽의 '마그네틱 패브릭 패드'는 냉장고 문처럼 자석을 이용해 작은 물건이나 메모지 등을 부착할 수 있습니다.

 

센터 콘솔이 생략되면서 기어선택레버는 스티어링 칼럼으로 이동했습니다. 상하로 움직이는 레버처럼 보이는 디자인이지만 사실은 끝부분을 비트는 다이얼 방식으로, 처음엔 다소 어색했지만 익숙해지니 상당히 편하게 조작할 수 있었습니다. 

 

드라이브 모드 선택 버튼은 테두리가 은색으로 강조되어 있고 돌기도 있어서 마치 돌릴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냥 버튼입니다. 짧게 누르면 에코-노멀-스포츠로 차례로 전환되며 길게 누르면 스노우 모드로 전환됩니다.

 

운전석과 조수석 시트 바닥을 상당히 많이 뒤로 젓힐 수 있고, 운전석에도 종아리 받침대(언더서포트)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릴랙스 모드라는 기능도 있어서 버튼 하나를 꾹 누르고 있으면 리클라이너 소파처럼 시트가 완전히 뒤로 젓혀지는데 당연히 운전중 쓰라는 기능은 아니고 정차시 쉬고 싶을 때 쓰라는 기능입니다. 굳이 운전석에 이런 기능을 넣은 것을 보니 처음 기획 단계에는 완전 자율주행까지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조수석 측면에는 버튼이 세개나 있습니다. 아래쪽 두개는 뒷좌석을 앞뒤로 조절할 수 있는 스위치입니다. 기존 워크인스위치의 반대 개념입니다. 맨 위의 스위치가 참 묘한데, 마치 등받이 각도 조절처럼 보이는 이 스위치는 앞서 말한 릴랙스 모드 전환 스위치입니다. 이상한 점은 릴랙스 모드 스위치는 시트 오른쪽 아래에도 있고, 다른 탑승객이 이 스위치를 조작할 일도 없다는겁니다. 조작시 뒷자리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라는 경고문까지 뜰 정도로 완전히 누워 버리기 때문에 뒷좌석 탑승객이 조작할 일은 없고, 굳이 운전자가 시트를 뉘여 줄 필요도 딱히 없습니다. 그냥 기존대로 앞뒤 위치를 조절하는 워크인스위치로 두는게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전기차 특유의 센터터널이 필요없는 구조를 강조하기 위해서 센터 콘솔 앞부분을 완전히 생략했고, 암레스트 겸 콘솔박스는 통째로 전후 슬라이딩이 가능합니다. 뒤쪽으로 밀면 운전석에 타고 있는 상태에서도 조수석으로 넘어가기 쉽습니다. 기왕 움직이는 김에 아예 통째로 탈착하는 기능도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뒷자리 중앙열 레그룸 확보도 되고 뻥 뚫려 있으면 뒷자리에 탄 아이들 돌보기에도 좋을 듯 합니다.

 

센터콘솔의 수납공간은 얕은 편이라 물건을 보이지 않게 넣어둘 수 있는 공간이 크지 않지만 대신 글러브 박스를 서랍형으로 만들어 용량을 상당히 크게 확보했습니다.

 

3000mm 길이의 휠베이스 덕분에 뒷좌석 레그룸이 상당히 넓습니다. 뒷좌석은 각도 조절, 전후 슬라이딩도 되며, 바닥이 낮아서 SUV라기보다는 조금 차체가 높은 세단같은 느낌입니다. 6:4 폴딩도 가능하고 앞으로 당기면 트렁크 공간을 늘릴 수 있습니다. 좌우 B필러에 에어벤트가 있기는 하지만 따로 조절은 안되고, 앞자리 에어벤트에 비해 바람세기가 약한 편입니다. 에어컨 가동시 앞자리에 적당할 정도로 바람세기를 조절하면 뒷사람을 덥다고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전기차 특성상 히터를 틀면 배터리 소모가 상당한데 뒷좌석에도 열선시트 기능이 있어 배터리 사용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처음 후드를 열어보면 어라? 프렁크가 없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모터를 덮고 있는 듯한 EV라고 쓰여 있는 커버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 커버를 다시 열면 수납 공간이 나옵니다. 프렁크를 쓰려면 두번 열어야 하기 때문에 조금 귀찮습니다. 또한 테슬라 등 프렁크가 있는 다른 차량들은 일반적으로 리모콘에 버튼이 있어 간편하게 열 수 있지만 아이오닉5의 프렁크는 리모콘으로 열 수 없고 일반 내연기관차처럼 운전석 왼쪽 아래의 후드 오픈 레버를 당겨야만 열 수 있습니다.

 

후륜구동 모델의 프렁크는 57리터이며, 전륜에도 모터가 장착된 AWD모델의 경우 24리터로 크게 줄어듭니다. 깊이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고 바닥도 평평하지 않아 워셔액이나 스노우체인 보관용 정도로만 쓸 수 있을듯 합니다.

 

트렁크는 상당히 넓지만 모터 때문인지 바닥이 높은 편입니다. 트렁크 용량은 531리터이며 2열을 접으면 1591리터까지 확장할 수 있습니다. 트렁크 바닥 커버를 들면 약간의 공간이 있기는 하지만 보스 스피커 사양은 우퍼가 그 자리를 절반정도 차지하고 있습니다.

 

뒷좌석을 접으면 키 170cm정도의 성인이 누울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이 생깁니다. 차량에 저장된 전기를 외부로 공급하는 V2L 기능이 있어 차량 내외에서 220v 전원을 쓸 수 있습니다. 오토캠핑이나 차박에 유용한 기능입니다. 정격 출력은 3600w로 일반 가정의 220V 벽체 콘센트보다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헤어드라이기, 전기밥솥 등 순간적으로 전기를 많이 먹는 전자제품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현대 아이오닉5 상세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