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22일 오전 10시부터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중형 SUV 'GV70'의 계약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8일 공개된 GV70은 여러모로 화제가 되면서 '조선마칸'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좋게 본다면 마칸 GTS급의 엔진 출력을 칭찬하는 말이 되겠지만 마칸 뺨치는 차량 가격을 비꼬는 의미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과연 GV70은 조선마칸이라는 별명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GV80에서 선보였던 디자인을 좀더 다듬어낸 모습입니다. 디자인은 취향의 영역이지만, 글쓴이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GV80보다 완성도가 높은 디자인이라고 생각됩니다. 각진 모서리가 살아있던 GV80과 달리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해 차별화를 주었습니다. 크레스트 그릴 자체가 각진 형태였기 때문에 전면은 어느정도 각이 남아있는 편인데, 후면은 완전히 둥글게 처리했습니다. 헤드램프와 통합되어 있는 전면 방향지시등과 달리 후면 방향지시등은 범퍼쪽에 따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전후 디자인 통일성 부분에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입니다. 차급을 나누기 위해 약간 억지를 부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싼타페보다는 짧고 투싼보다는 긴 크기이지만, 휠베이스는 싼타페보다도 깁니다. 후륜구동 기반으로 만들어진 차량임을 강조하는 프로포션입니다. 비교적 작은 차체에 긴 휠베이스, 낮은 전고, 큼직한 21인치 휠의 조합으로 스포티한 외관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차량 상부의 심플한 라인에 대비해 하부는 공기흡입구, 디퓨저, 차체 좌우로 배치된 세로형 배기구 등이 적용되어 기본 디자인에서도 고성능 트림 디자인을 적용한것 같은 인상을 줍니다. 별도로 적용 가능한 스포츠 트림은 전면 공기흡입구 범위가 넓어지고 후면의 배기구 디자인이 동그란 형태로 변하는데, 동그란 배기구 디자인보다는 세로형 배기구 디자인이 차량에 더 잘 어울리는것 같습니다.

 

 외관에서 조금 독특했던 점은 후드라인입니다. 전면 그릴, 펜더와 높이를 맞추지 않고, 그 위에 얹어놓은듯한 형태입니다. 펜더 뒤쪽은 옆부분으로 접합선이 보이지만, 앞쪽은 윗부분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옆에서 보면 마치 단차가 생긴 것 처럼 보이기도 하는데...단차에 민감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런 디자인을 좋아할까 싶습니다.

 

 실내공간은 과한 디테일을 빼고 여백을 살린 고급스러운 질감으로 럭셔리함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비행기 날개의 유선형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 길쭉한 타원형을 실내 곳곳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모난 데 없이 모든 라인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차분함이 느껴집니다.

 

 이중 접합 차음유리와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덕분에 고속주행시에도 조용하고 승차감이 좋았습니다. 엔진 사운드는 완전히 차단하지 않아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즉시 엔진 사운드를 즐길 수 있습니다.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는 부분인데, 조용한 것을 선호하는 사람은 엔진이 시끄럽다고 느낄 수 있겟고 강렬한 배기음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도 있는 사운드입니다.

 

 차량 크기에 비해 뒷좌석 공간도 넉넉하게 확보하고 있습니다. 등받이는 6:4 폴딩이 가능하고, 세단 수준으로 눞힐 수 있습니다. 뒷좌석은 열선 및 통풍시트 기능, 뒷좌석 온도 조절, 수동식 도어커튼 등 편의기능도 충분하지만 차량에서 가장 좋은 좌석이라는 느낌은 아닙니다. 운전석에 편의성을 최대한 집중하되 동승자들도 불편이 없게 배려한듯한 인상입니다. 뒷좌석 공간 확보와 부드럽게 떨어지는 루프 라인 탓인지, 트렁크 공간은 그다지 넉넉한 편은 아닙니다.

 

 중앙 모니터는 베젤 공간을 최소화한 14.5인치 대화면이 인상적입니다. 넓은 면적을 활용해 다양한 정보를 동시에 표시해줍니다. 센터 콘솔의 다이얼과 터치로 조작할 수 있는데, 직접 터치하기에는 약간 먼 편입니다. 다이얼에 익숙해지면 직접 터치하지 않아도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으니 단점이 되는 부분은 아닙니다.

 

 버튼 갯수를 줄여 간결하면서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유지했습니다. 공조기 버튼은 버튼간의 구분을 없앴지만 단순히 터치방식으로 변경한 것이 아니라 버튼 패널이 통째로 눌리도록 하여 디자인과 조작성을 모두 만족시켰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부분을 꼽자면 공조기 아래의 중앙 스크린 화면 선택 버튼의 조작감이 다소 애매하다는 점입니다. 비행기 조종석의 토글 레버를 연상시키는 형태지만 구조는 일반적인 버튼을 모양만 바꾼 형태라 버튼의 넓은 면을 기준으로 수직 방향으로 누르면 버튼이 비스듬하게 동작해 조작감이 좋지 않습니다.

 

 3D계기판, 중앙 모니터, 공조기 모니터 모두 해상도가 높아 매끄러운 그래픽을 보여줍니다. 상황에 따라 다양한 애니메이션으로 알기 쉽게 보여주며, 높은 프레임 레이트로 부드러운 움직임이 돋보입니다. 3D 계기판은 취향에 따라 입체시를 끌 수도 있는데 이경우 좌우로 나누어 보여주는 픽셀들을 합쳐 가로해상도가 두배로 높아져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아쉬운 점은 스포츠 주행에서 가장 중요한 엔진회전수를 일반적인 시계 방향이 아니라 역방향으로만 표시한다는 점입니다. 향후 업데이트가 가능하다면, 정방향 표시를 추가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지문인식으로 시동을 걸 수 있다고 하지만, 생각보다 효용성은 높지 않을 듯 합니다. 잠긴 문을 열기 위해서는 스마트키나 휴대폰에 저장된 디지털키가 필요합니다. 문을 열기 위해 이미 키를 소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굳이 지문인증으로 시동을 걸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 사용자가 함께 사용하는 경우 지문인식으로 각각 사용자 설정을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점은 편리합니다. 지문인식 기능을 최초로 도입한 중국판 싼타페(셩다)는 지문 인식으로 출입도 가능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GV70에서는 결제기능을 추가하기 위해 넣은 지문인식 센서를 넣은 김에 이런저런 기능을 넣어보았다 라는 인상입니다.


 시승차량은 3.5L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차량으로, 넉넉한 출력으로 여유있는 주행이 가능한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SUV에서 스포츠카를 찾는 것은 이상한 일일 수도 있지만, GV70에서는 스포츠카로서의 면모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2톤에 달하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지만 380마력에 달하는 출력으로 5.1초만에 100km/h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저속에서도 사륜구동의 트랙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런치 컨트롤 기능이 기본 탑재되어 있어 키가 좀 큰 GT 성향의 스포츠카를 타는 듯한 느낌입니다.

 

 8단 자동변속기는 토크컨버터식 변속기 치고는 상당히 빠른 변속 반응을 보입니다. 풀스로틀로 가속중 변속하면 약간의 변속 충격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인데, 변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일부러 충격을 남겨둔 것으로 보입니다. 마치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연상시키는 조작감으로, 결코 불쾌하지 않으면서 절도있게 변속한다는 느낌을 줍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스포츠 주행에 필요한 기본적인 부분을 충실히 지켰습니다. 보수적인 변속 로직을 채용한 차량의 경우 다운시프트가 제때 동작하지 않아 주행에 방해되는 일이 많은데, GV70은 차량에 무리가 가지 않는 상황이라면 대부분 다운시프트 동작이 실행됩니다. 이정도면 회전수가 약간 넘어가겠다 싶을 정도로 과감하게 다운시프트를 해도 회전수가 떨어질때까지 약간 기다린 후 아랫단으로 변속이 들어갑니다.

 

 수동 변속을 해도 잠시동안 변속 조작을 하지 않으면 다시 자동 변속되는 다른 모드와 달리, 스포츠 모드에서는 한번 수동 변속을 하면 수동 변속 상태를 계속 유지합니다. 스포츠 모드에서 수동 변속시 자동변속되는 경우는, 1. 차량이 완전히 정차하거나, 2. 가속중 엔진 회전수가 레드존에 도달했을때, 3. 킥다운 버튼이 눌릴 정도로 강하게 가속 페달을 밟을 때의 세가지 상황 뿐입니다. 원하는 기어 단수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은 스포츠 주행 뿐만 아니라 낮은 회전수에서 두터운 엔진 토크를 즐기고 싶을 때도 유용합니다. 1300rpm 부터 발생하는 54kg.m의 토크로 rpm을 높게 쓰지 않고도 2톤에 달하는 차체를 여유롭게 가속할 수 있습니다.

 

 핸들링은 제법 묵직한 편입니다. 차체 무게도 있고 스티어링 휠도 무겁게 설정되어 있어 스포츠카처럼 날렵한 코너링은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맛이 있습니다. 높은 차고에서 발생하는 롤(차량이 좌우로 쏠리는 현상)은 어쩔 수 없지만 일반적인 SUV보다는 롤을 적극적으로 억제하는 편입니다. 피칭(급제동/급가속시 차량이 앞뒤로 쏠리는 현상)은 꽤 있는걸로 보아 스프링 레이트를 높이기보다 스테빌라이저를 단단하게 하는 쪽으로 세팅한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아쉬운 점은 3.5L 트윈터보 모델은 AWD모델만 선택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2.5터보의 사양표에서는 AWD 추가시 무게가 약 65kg정도 추가되는것으로 나타나는데 스포츠주행을 즐기고자 하는 경우 무게를 줄이고 후륜만 구동되는 쪽을 선호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가상 엔진 사운드를 만들어주는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 기능은 드라이브 모드와 연동하여 음색이 바뀐다고 하는데 주행중 변경해봐도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GV70의 가격은 가솔린 2.5 터보 4,880만원, 가솔린 3.5터보 5,830만원 , 디젤 2.2 5,130만원부터 시작합니다. (*가격 공개 이후 개별소비세 감면 연장 발표로 가솔린 2.5터보 4,791만원, 3.5터보 5,724만원, 디젤 2.2 5,036만원으로 약 100만원 가량 인하되었습니다)

 

 시승차는 3.5L 터보 모델에 스포츠 패키지만 제외한 풀옵션 모델이었습니다. 이 차량의 가격은 7,220만원입니다. 스포츠 패키지를 더하면 7,550만원까지 올라갑니다. 국산 동급 차량 중에서는 압도적인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지만 동일 금액대 수입차를 포함하면 다양한 선택지가 생깁니다. 웬만한 수입 SUV보다도 비싼 가격이고, 포르쉐 마칸 시작가격보다 높은 수준입니다.(단, 동일 출력의 마칸 GTS에 옵션을 추가하면 1억원이 훌쩍 넘어가긴 합니다) 가성비가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스포티함과는 거리가 멀었던 국산 SUV에서 드디어 제대로 된 스포츠 주행이 가능한 SUV가 출시되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는 차량이라고 생각됩니다.

 

 가솔린 2.5L 터보 모델의 304마력 출력도 이 차급에서는 충분한 출력이고, 연비가 2km/L가량 차이가 나는 점(19인치 기준 복합연비 3.5L 터보 AWD 8.6km/L, 2.5L 터보 후륜 10.6km/L), 엔진사양과 관계없이 옵션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4,880만원부터 시작하는 2.5L 모델에 옵션 몇가지를 추가한 5,500~6,000만원대 사양이 주력으로 판매될 것으로 보입니다.


 

제네시스 GV70 상세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