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가 플래그십 세단 S90의 2021년형 모델을 출시했습니다. 2021년형 모델의 가장 큰 변경점은 전장이 5090mm로 크게 늘어났다는 점인데요, 이는 중국 시장에서 처음 선보였던 S90L과 동일한 크기입니다. 사실상 S90이 페이스되면서 늘어났다기보다는 S90L 단일 모델로 대체한 셈입니다. 측면 길이는 125mm나 늘어났는데 특정 부분만 억지로 늘린 것이 아니라 디자인에 맞춰 자연스럽게 늘어나 한눈에 봤을때는 딱히 롱휠베이스 모델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옆에서 보면 정말 길쭉한 모습입니다. 앞좌석 유리보다 더 큰 뒷좌석 유리를 보면 길어졌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길이가 크게 늘어난 것 외에도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디자인 완성도를 더욱 높였습니다. 전면부에서는 변화가 크지 않은데, 그릴이 안쪽으로 움푹 들어간 형태로 변경되어 입체감을 살렸고, 코너링 램프, 범퍼 하단부의 디자인도 변경되었습니다. 후면에서는 테일램프 디자인의 변화가 가장 눈에 띕니다. E 형태로 보이던 램프의 중간 부분이 사라져 ㄷ형태가 되었고 방향지시등이 진행 방향으로 움직이는 시퀀셜 턴 시그널이 적용되었습니다.
'토르의 망치'로 불리는 볼보의 최근 전면 디자인은 대체로 호평을 받고 있으나 2000년대 후반의 볼보 디자인이 엿보이는 후면 디자인은 다소 호불호가 갈리는 편입니다. S90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페이스리프트에서도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중후하면서 단단해 보이는 전면 디자인에 맞춰 완전히 새로운 후면 디자인을 선보일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실내는 볼보답게 화려하다기보다는 심플한 디자인입니다. 화려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는 힘들 것 같지만, 최근 트렌드가 절제된 럭셔리로 바뀌어 가는 것을 보면 괜찮은 선택으로 보입니다. 디자인의 변화는 없지만 T8에만 적용되던 오레포스 크리스털 기어노브가 인스크립션에도 적용되고 실내공기청정기능, 업그레이드된 B&W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되어 만족도가 더 높아졌습니다.
볼보답게 시트 착좌감은 좋은 편입니다. 쿠션은 무턱대고 푹신거리기보다는 약간 단단한 느낌입니다. 서스펜션도 물침대마냥 출렁거리지 않고 어느정도 단단하게 잡아주는 느낌입니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고속 주행시에도 안정적이라 만족스러웠습니다. 다만 방지턱을 넘어갈 때 속도가 빠르면 가끔 턱턱 거리는 불쾌한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고속에서도 조용한 실내를 유지합니다. 뒷좌석까지 이중차음유리가 적용되었고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능이 추가되었다고 합니다. 일부러 RPM을 높게 올리면 상대적으로 엔진음이 크게 들리는 것처럼 느껴지긴 하는데 낮은 RPM으로도 충분히 속도를 유지할 수 있으니 평상시 들릴 일은 없겠습니다.
롱휠베이스화 됨에 따라 뒷좌석이 확실히 넓어졌습니다. 뒷좌석중 오른쪽 좌석은 조수석 시트 위치, 뒷좌석 좌우 창문, 파노라마 선루프, 뒷유리 햇빛 가리개를 모두 조작할 수 있어 쇼퍼드리븐 느낌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플래그십 답지 않게 짜리몽땅하던 뒷좌석 팔걸이가 상당히 커져 좌우 공간을 확실하게 분리해 줍니다. 코로나19로 인해 1인 1차량으로만 시승이 진행되어 뒷좌석에 타고 움직여 볼 수 없었던 점이 아쉽습니다.
기존보다 확실히 업그레이드되었지만, 멀티미디어 스크린, 센터 콘솔 리모트, 시트 리클라이닝 기능이 없는 등 '플래그십'치고는 은연중에 저렴함을 드러내는 부분이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억대를 호가하는 플래그십 차량들과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이지 6천만원대 가격임을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할만한 부분입니다.
실내에서 가장 아쉽게 느꼈던 부분은 유저 인터페이스입니다. 버튼을 최소화하고 대부분의 기능을 터치스크린으로 조작하다보니 기능을 찾기 위해 이것저것 눌러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한번 익숙해지면 큰 불편은 없겠으나, 가끔은 이해할 수 없는 동작을 하는 부분도 보였습니다.
출발 전 HUD 높이가 시야에 맞지 않아 조절하려고 했으나, 설정-HUD설정에는 위치 조절 기능이 없고, HUD 각도를 조절하는 기능만 있었습니다. 여기저기 찾아보았으나 찾을 수가 없어 터치스크린에 내장된 설명서를 보니 홈 화면에서 왼쪽으로 스크롤해서 나타나는 컨트롤 패널에 위치조절 버튼이 있다고 합니다. 위치 및 밝기 조절도 어차피 HUD를 설정하는 기능 굳이 따로 배치해놓을 이유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HUD 위치 조절 기능을 찾은 뒤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버튼을 눌러도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수차례 설명서를 다시 확인했으나 결국 조절을 못하고 출발해야 했습니다. 출발후 파일럿 어시스트를 켜고 달리면서 이것저것 조작해 보다가 HUD조절 버튼을 눌러보니 이번에는 계기판에 설명이 뜨고 HUD 위치 조절 기능이 작동합니다. 이후 다시 정차해 조작해 보았으나 이번에도 먹통입니다. P모드에서는 조작이 불가능한건지, 아니면 단순한 오류였던건지 모르겠습니다.
출발 직전 사이드미러가 접혀 있어 미러를 펴려고 했으나 미러 펴는 버튼이 없었습니다. 혹시 아까 컨트롤 패널에 있나 하고 찾아봤지만 여기도 없었습니다. 이것저것 시도해 본 결과 좌/우측 미러를 선택하는 버튼을 동시에 누르면 미러가 펴지는 방식이었습니다. 이것도 설명서를 읽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기능입니다.
주행모드 선택 다이얼의 조작법도 어색합니다. 이 다이얼은 상하로 돌릴 수 있고 버튼처럼 꾹 눌러 선택할 수도 있는데, 기본 상태에서는 위아래로 돌려도 아무런 반응이 없고, 한번 꾹 눌러서 중앙 디스플레이에 모드 선택 화면을 띄운 뒤 다이얼을 돌려 원하는 모드를 선택하고 다시 꾹 눌러 선택해야 합니다. 어차피 선택할 수 있는 주행모드는 3개 밖에 없기 때문에 다이얼이면 다이얼, 버튼이면 버튼 한 가지로만 조작하는 편이 더 직관적일 것 같습니다.
회차지에 정차해서 P버튼을 누르고 문을 열었는데 그대로 시동이 꺼졌습니다. 스타트/스톱이 작동한건가 했지만 시동 버튼을 돌려 끈 것처럼 아예 계기판까지 꺼진 상태였습니다. 다시 출발지로 돌아갔을때 똑같이 P를 누르고 문을 열어봤지만 이번에는 시동이 그대로 켜져 있었습니다. 결국 이것도 원래 그런 기능인지 버그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시승한 모델은 B5 인스크립션으로, 2.0L 가솔린 엔진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이 탑재되었습니다. 250마력이라는 출력은 용도로 보았을 때에는 충분한 출력이지만 고출력 럭셔리 차들의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느낌을 주지는 못합니다. 전기모터만으로도 저속 주행이 가능한 T8 모델은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을것 같습니다.
주행감각은 전체적으로 느긋한 느낌입니다. 꾹 밟으면 답답함 없이 치고 나가지만 가속페달 조작에 대한 반응이 전체적으로 느려서 스포티한 맛은 없습니다. 스포츠 모드가 있기는 하지만 rpm을 조금 높게 유지하는 것 말고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의 출력은 10kW라고 하는데 마력으로 환산하면 대략 13.5마력 정도입니다. 저속 토크를 더해준다고 하는데 모터가 개입하는 것을 느끼기는 힘듭니다. 스타트-스톱 기능이 작동할 때 일반 하이브리드처럼 부드럽게 시동이 걸리는 부분은 체감하기 쉬운 장점입니다.
8단 자동변속기 역시 부드러운 변속을 중시한 세팅입니다. 수동 변속이 가능하긴 하지만 레버를 좌우로 꺾어 변속하는 생소한 방식이고 기어 단수를 내리는 부분도 보수적으로 설정되어 있어서 rpm이 많이 남아있지 않으면 단수가 내려가지 않습니다. 없는것보다는 낫지만 크게 쓸 일은 없을듯.
브레이크가 일반적인 유압식 브레이크랑 다소 다른 느낌입니다. 초반 답력이 상당히 무거워서 꾹 눌러야 하고, 어느정도 들어간 뒤부터 브레이크가 잡히기 시작합니다.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탑재함에 따라 회생제동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브레이크 자체의 성능은 충분한 수준으로 브레이크가 듣기 시작한 시점에서 힘을 더 주어 꾹 밟으면 쉽게 ABS가 걸릴정도로 제동할 수 있습니다. 여성이나 노인들도 긴급 제동을 할 수 있도록 브레이크가 최대로 걸리는 시점의 답력을 낮춘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브레이크 조절 범위가 조금 좁게 느껴집니다. 부드럽게 조작하려면 어느정도 익숙해 질 필요가 있을듯 합니다.
반자율주행 기능인 파일럿 어시스트는 주변 차량과 차선을 정확히 인식해 부드러운 주행감을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아주 긴 직선 구간에서 미세하게 차선 좌측으로 붙었다 우측으로 붙었다 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운전자만 스티어링 휠이 꺾이는 느낌을 느낄 정도고 동승자는 눈치채지 못할 수준. 고속도로 요금소에 접근하니 자동으로 꺼졌으나 요금소를 지나서 다시 켜지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비활성화되면 수동으로 켜야 하는 듯. 완전 정차 및 재출발도 지원하니 정체시 상당히 도움이 될 만한 기능입니다.
볼보 차량들은 2021년형부터 최고속도가 180km/h로 제한됩니다. 볼보 자체 연구 결과 180km/h를 넘기면 사고시 중상 및 사망률이 급증한다고 합니다. 또한 차량 구입시 오렌지색 '케어 키'가 기본 제공됩니다. 기존 별매로 구입할 수 있었던 '레드키'와 동일한 용도입니다. 케어 키는 최고 속도를 50~180km/h 사이에서 제한할 수 있으며, 안전기능 상시 활성화 하여 끌 수 없게 하는 등 부주의한 운전이 우려되는 사용자의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신형 S90의 가격은 B5 모멘텀이 6030만원, B5 인스크립션이 6690만원, T8 AWD 인스크립션이 8540만원입니다. 가격 인상폭을 100만원 정도로 최소화했는데, 차량이 5미터가 넘어갈 정도로 커지고 마일드 하이브리드, 공기청정 시스템, 업그레이드된 B&W오디오 시스템, 별매였던 케어키 기본 제공 등을 감안하면 충분히 매력적인 가격으로 보입니다.
볼보 S90 상세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