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볼리의 성공으로 모든 자동차 회사가 뛰어들며 춘추전국시대가 열려버린 소형 SUV시장. 현대차가 이 시장을 확실히 잡기 위해 2017년 출시한 코나에 이어 지난 7월 또다른 소형 SUV, 베뉴를 출시했습니다. 사실 베뉴가 끼어들기에는 현대차의 SUV 라인업은 이미 굉장히 촘촘해보입니다. 이미 코나-투싼-싼타페-팰리세이드의 라인업이 갖춰져 있고, 여기서 더 확장하려면 코나보다 더 작은 경차급 SUV가 나와야 됩니다. 하지만 베뉴는 크기를 봐도, 배기량으로 봐도 경차에 속할 수는 없습니다. 분명한 소형 SUV급 차량입니다. 프리미엄급은 코나와 셀토스, 엔트리급은 베뉴와 스토닉으로 소형 SUV 시장을 싸그리 잡아버리려는 현대기아차의 의지가 엿보입니다.

 

개성적인 외관을 뽐내던 코나와 달리 동생 베뉴는 장식적인 요소를 배제한 담담한 디자인입니다.그릴 주변은 별다른 장식 없이 꺾임만으로 테두리를 표현했습니다. 흔한 헤드램프 주변, 사이드 가니쉬의 크롬 장식도 없습니다. 네모진 테일 램프는 사선으로 약간의 끼를 부리긴 했지만 '막나가는'느낌은 아닙니다. 코나는 남의 눈치 볼 것 없이 내맘대로 개성을 뽐내는 모습이라면 베뉴는 어느 장소에도 어울릴법한 무난한 모습입니다.

 

엑센트 해치백보다도 짧은, 4미터를 간신히 넘는 길이 때문에 수치만 봐서는 '소형차가 아니라 경차만한거 아냐?' 라는 생각이 들지만 체감 느낌은 수치보다는 훨씬 크고 당당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정면에서 보면 코나와 완전히 동일한 차급으로 보이고, 측면에서 봤을때는 이렇게 짧은 SUV가 있었나 싶은 느낌이 듭니다. 이런 특이한 형태는 베뉴가 특정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나온 차이기 때문입니다. 인도에서 소형차는 전장 4000mm 이하에 배기량 가솔린 1.2리터, 디젤 1.5리터 이하로 규정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소형 SUV로 분류되는 B세그먼트 SUV에서 길이만 줄여서 출시되는 차량이 많은 편입니다.

 

 최근 현대차에서 SUV라인에 전부 적용하고 있는 분리형 헤드램프를 적용했는데, 다른 차종들은 모두 상단에 주간주행등이 위치한 반면 베뉴는 하단에 주간주행등이 위치하여 상단 램프에는 방향 지시등만 남게 되었습니다. 차량의 전체적인 이미지는 팰리세이드를 닮아 있지만, 헤드램프 주위를 감싸는 주간주행등 모습은 텔루라이드도 연상됩니다.

 

테일램프는 얌전한 네모 모양이지만 사선으로 배열된 램프 형태와 자동차에는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는 '렌티큘러 렌즈' 가 눈에 띕니다. 좌우 눈에 각각 다른 이미지를 보여줌으로서 독특한 입체감을 주는 것인데, 실제로 가까이에서 보면 상당히 독특하고 멋진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오묘한 삼각형 입자가 반짝반짝 거리는 모습은 얼음 결정을 그대로 본뜬듯한 아름다운 모양입니다. 문제는 차는 그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물건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1미터만 떨어지면 입체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10미터 떨어지면 일반 테일램프와 차이점을 느끼기가 힘듭니다. 입자가 조금 더 컸으면 잘 보이지 않았을까 싶네요.

 

실내는 가격이 가격이니만큼 대부분 플라스틱 재질이 사용되었습니다. 전부 같은 재질이지만 위치에 따라 색상이나 표면 무늬를 달리하여 지루하지 않게 했습니다. 옵션으로 시트 테두리의 파이핑, 공조기 다이얼 테두리, 스티어링 휠의 스티치 등 곳곳에 컬러 포인트를 넣을 수 있습니다.

 

시트의 재질이 조금 특이한 편인데, 인조가죽시트라고는 하지만 테두리 부분만 일반적인 인조가죽 시트이고, 중앙부분은 마치 직물에 방수 처리를 한 듯한 질감입니다.

 

튜익스 프로텍션 매트 패키지를 선택하면 실내 매트와 트렁크 매트가 완전 방수가 되는 통고무 매트가 적용되는데 물에 젖는 정도가 아니라 들이 부어도 끄떡없을듯한 포스를 자랑합니다. 물놀이 후에도 안심.

 

8인치 디스플레이는 정말로 사제 태블릿을 떡하니 달아놓은것처럼 생겼습니다. 최근 분리형 디스플레이 탑재가 트렌드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완전히 분리된 형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입니다. 나름 큼직한 디스플레이를 사용해 시야나 터치감은 좋은 편입니다. 오디오 조작 다이얼은 볼륨 다이얼과 선곡 다이얼의 크기를 다르게 하여 혼동의 여지를 줄이고 비대칭의 독특한 디자인을 구현했다고 합니다. 저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다이얼을 헷갈릴 사람이 몇이나 있겠나 싶긴 합니다만.

 

실내 옵션을 따져보면 불편하지 않을 만한 대부분의 옵션은 있습니다. 그러나 없으면 아쉬울 만한 옵션이 몇가지 빠져 있습니다. 우선 통풍시트. 적외선 무릎 워머, 열선시트, 열선핸들까지도 장착이 되는데 통풍시트는 없습니다. 뒷좌석 에어벤트. 이건 인도 모델에는 있는데 국내 모델에선 선택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로이탈보조, 전방충돌방지보조, 운전자주의경고 등 다양한 안전장치가 기본으로 탑재되어 있지만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선택할 수 없습니다.

 

뒷좌석 실내공간은 차체 크기에 비해 의외로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머리가 들어갈 공간을 깊게 파 놓아 헤드룸도 여유롭고, 시트도 생각보다 편합니다. 덩치 큰 성인 둘이 앉았는데 서로 자리를 침범할 정도로 좁지도 않습니다. 잘만 하면 성인 세명도 앉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머리를 파 놓은 것은 좋은데 너무 심하게 파져 있어 앉은키가 큰 사람이라면 머리만 쑥 들어가서 가만히 정자세로 앉아 있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안전에 문제가 있어서 그랬던걸까요? 밖에서 보면 딱히 굴곡이 없는 지붕인데, 전체적으로 다 높일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트렁크 공간은 355리터로 크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깊지는 않지만 폭을 최대한 넓혀 공간을 확보했습니다. 2열 풀 플랫 폴딩이 가능해 솔로 캠핑에 필요한 물품 정도는 거뜬히 실을 수 있습니다. 트렁크 바닥은 이중으로 되어 있어 한단계 낮추면 14cm정도 바닥이 낮아져 그만큼 용량이 커집니다. 공간이 추가로 꼭 필요하다고 한다면 바닥커버를 들어냈을때 나타나는 스페어 타이어 보관 공간을 쓸 수도 있습니다. 풀사이즈 휠이 들어가는 크기이기 때문에 의외로 큰 공간이 나타납니다. 트렁크와 실내를 분리해주는 커버를 제거했을때 시트 뒤쪽에 고정해 보관할 수 있는 기능도 있습니다. 그런데 시트를 접어 큰공간이 필요할 때에는 커버가 갈 곳이 없어지는 점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인도 시장에서는 가솔린 1.0L 터보, 가솔린 1.2L, 디젤 1.4L 엔진의 세가지 엔진이 적용되었지만, 국내에서는 1.6L 가솔린 엔진만 탑재됩니다. 아반떼, K3에 장착되는 엔진인데, 라인업을 최대한 줄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123마력의 특별할 것 없는 엔진이지만, SUV임에도 소형차급 공차중량을 가지고 있어 딱히 출력이 모자라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아반떼와 마찬가지로 IVT라고 불리는 무단 변속기가 적용되었습니다. 무단 변속기 특유의 밋밋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마치 8단 자동변속기처럼 동작해 위화감이 없습니다. 변속 반응 속도도 준수한 편으로, 킥다운이나 수동 변속시 답답함 없이 빠르게 반응해 줍니다. 특히 수동 변속감이 의외로 괜찮습니다. 실제로 그런 보정이 들어가는지는 모르겟지만, 마치 레브매칭을 한 것처럼 RPM이 빠르고 정확히 변하면서도 충격이 거의 없고, 변속 반응 속도가 어느 단에서도 일정하여 의외로 스포츠 주행에도 어울릴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스토닉에서는 볼 수 없었던 수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물론 국내 소비자의 수동변속기의 선택 비율은 10%도 채 되지 않지만, 그래도 수동변속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하나 더 늘어났다는 점에서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험로 주행을 하는 사륜구동 차량에서나 탑재될 법한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눈, 진흙, 모래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데, 험한 오프로드 코스를 가 볼 기회는 없어서 실제로 어떤 효과를 줄지 체험해 볼 수는 없었습니다. 현대차 자체 시험 결과 가벼운 험로 주행에서는 확실히 효과를 보여주었다고 하는데, 여기저기 놀러 다니다 보면, 특히 캠핑을 하러 다니면 항상 포장도로만 만날 수 있는 법은 아니기에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기능이 아닐까 합니다.

 

서스펜션 등 하체 구성은 다소 아쉽습니다. 서스펜션은 딱딱한 편은 아닌데 방지턱을 조금 빨리 넘으면 통통 튀는 느낌이 듭니다. 차체가 가벼워서 생기는 증상으로 보입니다. 브레이크는 전륜 벤틸레이티드 디스크, 후륜 솔리드 디스크 브레이크인데 수동변속기 모델은 후륜이 드럼 브레이크입니다. 급격한 제동이나 회피기동에서 타이어가 쉽게 비명을 지르는데 기본 탑재된 타이어의 성능이 너무 떨어지는게 아닌가 합니다.

 

사회 초년생을 타겟으로 하는 차량인 만큼 가격비교를 빼놓을수가 없습니다. 2019년 기준 베뉴의 가격은 소형 SUV중에서는 가장 저렴합니다. 무려 1473만원! 하지만 이 가격은 수동변속기 기준이라 일반적인 가격으로 보기 어렵고, 실질적으로는 IVT를 더한 1620만원부터 시작한다고 보는 것이 편합니다. 그래도 현재 출시된 소형 SUV중 가장 저렴한 가격입니다. 물론 아주 저렴한 것은 아니고, 참 절묘한 가격을 설정했는데, 그동안 가장 저렴한 소형 SUV였던 스토닉(1625만원)보다 5만원 저렴합니다. 가격은 거의 차이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한데, 스토닉은 전장이 조금 더 길고, 베뉴는 1.6리터 엔진이 올라가 출력이 여유롭습니다. 선택지가 늘어났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 볼 수 있습니다. 2019년 현재 소형 SUV 시작 가격을 저렴한 순서대로 살펴보면, 자동변속기 기준으로 트랙스는 1792만원, 티볼리 1838만원, 코나 1914만원, 셀토스 1929만원, QM3 2180만원으로 전체적으로 베뉴의 가격대보다는 상당히 높습니다.

 

베뉴는 엑센트와 같은 플랫폼을 사용한 프라이드를 기반으로 개발된 스토닉의 형제 모델이니 실질적으로 엑센트의 후속 차량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는 베뉴 출시에 맞추어 엑센트의 단종을 발표했습니다. 베뉴는 엑센트 4도어 무단변속기 기준 1297만원부터 시작했던 것에 비교하면 약 3백만원 가량 비쌉니다. 물론 베뉴는 SUV이고, 가격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더 낮은 가격으로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이 사라졌다는 점에서는 소비자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입니다. 엑센트 기본 모델에서는 없던 각종 안전 관련 옵션이 기본 적용되어 있어 높아진 가격만큼의 가치는 있습니다.

 

 

 

현대 베뉴 상세사진